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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6.22 17:21 수정 : 2005.06.22 17:21

김혜수 인터뷰를 앞두고 자료 조사차 네이버 지식 검색에 ‘김혜수’라는 키워드를 넣어봤다. 사람들이 그에 대해서 뭘 알고 싶어하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었다. “김혜수와 이효리 중 누가 더 이쁜 가요?” 같은 멍청한 질문도 있었지만, 대체로 사람들은 여전히 그의 노출 심리에 대해서 알고 싶어했다.

하지만 나로서는 그게 왜 궁금한지 모르겠다. 시상식장에서 보여주는 그의 과감한 노출 패션은 아무리 나쁘게 얘기해 봤자 나르시시스트의 과시욕(그건 자기애가 강한 인간의 지극히 정상적인 욕망이다)일 뿐이고, <얼굴 없는 미녀> 같은 작품에서 보여준 노출 연기는 그저 배우가 필요에 의해서 해야만 했던 역할일 뿐이다.

나는 반대로 김혜수의 노출 패션을 문제 삼는 사람들의 심리를 추측해 보았다. 우리는 사유하는 순간부터 자신을 감추고 억제하기에 바빠졌다. 그런데 이 여자는 옷입기를 통해 아무런 죄의식 없이 자신을, 자신의 욕망을 드러낸다. 심지어 그러면서도 사유하지 않는, 그러니까 머리가 빈 여자처럼 보이지도 않는다. 게다가 애시당초부터 젖가슴이 커서 굳이 가슴성형을 할 필요도 없었다. 말하자면 그 자족적이며 고무적인 삼박자가 사람들에게 일종의 결핍감과 질투심을 안겨주었고, 그로 인해 자연발생적으로 생긴 방어 기제가 김혜수를 욕보이고 싶어 한다는 거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추측일 뿐이지만 분명한 건 김혜수가 누구보다 자기 욕망에 충실한 여자라는 거다. 예를 들어 ‘분홍신’(<분홍신>은 곧 개봉할 김혜수 주연 영화이다)에 대한 주체할 수 없는 욕망에 사로잡힌 여자가 본의 아니게 어린 딸과 대결 구두를 펼치게 됐다고 치자. 이때 김혜수의 선택은 이렇다.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도덕성이라든지 모성애 같은 걸 다 떠나서 그냥 자기 자신의 욕망에 솔직해지고 싶은 거예요. 저 분홍신이 갖고 싶다.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서라도 저 분홍신을 갖겠다. 그건 아름다운 여자로써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망이 아니라 그냥 나이고 싶은 거예요. 그냥 나라는 거죠.”

많은 사람들이 김혜수의 섹시한 이미지를 ‘노출’과 연결시키고 있지만 나는 김혜수가 여전히 섹시하고 동시에 총명한 여배우로 남을 수 있었던 건 어디까지나 그 발랄한 식욕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우리가 만난 건 청담동 의 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였는데 나는 그만큼 잘 먹는 여배우를 본 적이 없다. 다이어트에 대한 강박관념이 전혀 없어 보였다. ‘여배우가 전 생애를 통틀어 성취한 가장 큰 일은 바로 체중 감량’이라는 말이 있는 가운데 김혜수는 여전히 먹고 마시는 소박한 즐거움을 탐닉하고 있었다. 나는 물었다.

“다이어트가 여자의 야망을 잠식시킨다는 말이 있더군요. 혜수씨는 어떤가요?”

포크로 로스프 비프 셀러드를 야무지게 찍어 그 큰 입 속으로 보기 좋게 쑤셔 넣으며 김혜수가 대답했다.

“글쎄요. 그 상관 관계에 대해선 잘 모르겠고 제가 워낙 잘 먹긴 해요. 그리고 우리 사회가 야망 있는 여자에 대해서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은 건 사실인 것 같고요. 저요? 저는 그저 자의식 있는 35살 여자이고 싶어요. 야망이라고 해봐야 뭐 거창한 건 없고 배우니까 연기를 좀 잘 했으면 좋겠고요. 제가 가장 혈기왕성할 때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게 바로 이 일이기 때문에 ‘한때 아름다운 배우였지’ 정도는 아닌 거 같아요. 정말 좋은 배우이고 싶고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기꺼이 할 수 있죠. 그러면서도 항상 나 자신이고 싶은 거예요.”

자의식이 강한 여자는 스스로 방임할 수도 있다. 나는 이 멋진 역설이 좋다.

김경 월간지 <바자> 피처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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