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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프리카공화국의 케이프반도 끝 등대에서 바라본 희망봉쪽 풍경. 사진 맨 위쪽 바위산 너머에 자그마한 봉우리인 희망봉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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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찾던 뱃사람의 희망봉
영국 전체 식물종과 맞먹는
1470종이 바위산 평원 서식
물개 5천마리 사는 섬 눈길
바르톨로뮤 디아스. 포르투갈의 뱃사람이다. 1488년 그는 아프리카 서해안을 따라 남진한 끝에 대륙의 남쪽 한 작은 반도의 끝부분에 이른다. 폭풍우 뒤에 닿은 곳이어서 ‘폭풍의 곶’으로 불렀다. 9년 뒤, 1497년 또다른 뱃사람 바스코 다 가마는 여기를 지나 인도로 가는 항로를 개척했다. 당시 포르투갈 왕 주앙 2세는 ‘인도 항해를 찾는 데 희망을 준 곶’이라는 뜻에서 이름을 ‘희망의 곶’으로 고쳐부르도록 했다. 이게 희망봉이다.
희망봉은 350여년 역사를 가진 남아공의 ‘어머니 도시’, 케이프타운 남쪽 케이프반도 끝의 작은 바위봉우리를 말한다. 아프리카 대륙의 최남단으로 알려져 있으나, 땅끝은 희망봉에서 동남쪽으로 160㎞ 떨어진 아굴라스곶이다. 희망봉은 실상 보잘 것 없는 바윗더미지만, 케이프반도와 케이프타운 주변으로 매우 아름다운 경치들이 흩어져 있다.
초현대식 건물들로 들어찬 케이프타운을 상징하는 경관이 테이블마운틴이다. 도시를 지배하는 제왕처럼 버티고 선 거대한 탁자형 바위산이다. 8억5000만년 전 바닷물에 잠겨 있던 모래땅이 용암의 밀어올리는 힘과, 대륙 판 이동에 따른 압력으로 솟아오른 뒤 침식과정을 거치면서 평평한 꼭대기를 가진 사암 절벽이 이뤄졌다.
케이프반도 일대를 아우르는 케이프 자연보호구역의 일부분이다. 삭도를 타고 오르면, 평균 높이 1000m의 바위산 위엔 키 작은 식물들이 깔린 광활한 평원이 펼쳐진다. 무려 1470종에 이르는 식물들이 이 바위산에 깃들어 사는데, 이는 영국 전체에서 발견되는 식물종과 맞먹는 수치라고 한다. ‘탁자’ 위를 산책하며 내려다보는, 항구쪽 번화가인 ‘워터 프론트’와 기암괴석 널린 바닷가 풍경이 아름답다. 가마우지와 까치 등 새들도 절벽과 바다를 넘나들며 풍경을 살찌운다.
번화가 앞바다의 납작한 섬은 로빈 섬이다. 노벨 평화상을 받은 흑인 인권운동가 넬슨 만델라가 27년간의 복역생활 중 18년을 보낸 곳이다. 바닷가 쪽으론 아름다운 해넘이를 볼 수 있는 또하나의 봉우리 ‘사자의 머리’가 있다. 시민들은 차를 몰고 이곳에 올라 간식과 음료수를 들며 테이블마운틴 쪽 경치와 함께 바다쪽 해넘이를 감상한다.
케이프타운에서 남쪽 해안길로 차를 몰면, 케이프반도를 한바퀴 도는 20㎞짜리 매혹의 드라이브 길이 기다린다. 테이블마운틴 옆자락으로 예수의 열두 제자를 본떠 이름지은 ‘12사도 봉우리’가 펼쳐지고, 바닷가를 따라 클립톤 만, 캠스 만, 샌디 만, 후트 만 등 그림같은 바다경치가 다가온다.
길 안내를 맡은 30대 청년 제이슨이 케이프반도의 식물군에 대한 자랑을 늘어놓는다. 케이프반도의 대표 식물군은 에리카·프로티어 등 다섯가지로, 이들은 각각 100여 종으로 나뉘어 7750ha에 이르는 케이프국립공원의 주요 식생을 이룬다고 한다. 이들 대부분은 “세계 다른 지역에선 찾아볼 수 없는 희귀종들”이다. 가파른 바위산 자락을 흰 에리카와 붉은 프로티어가 덮고 있다.
후트 만에선 물개 서식지 탐방에 나서볼 만하다. 포구에서 유람선을 타면 10여분 거리의 물개섬에 도착해, 갈매기떼와 어울려 널브러져 있는 수백 마리의 물개를 만날 수 있다. 섬이라기보다는 두개의 평탄한 바위자락인데, 수십마리씩의 암컷 물개에 둘러싸여 있는 수컷의 모습이 이채롭다. “섬 주변엔 모두 5000여마리의 물개가 살고 있다”는 한국말 선상 방송이 흘러나와, 한국 관광객이 늘고 있음을 실감케 한다. 물론, 물개를 잡으면 벌금을 엄청 물린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케이프반도 경치의 압권은 희망봉 옆의 다른 곶인 케이프포인트 쪽 풍경이다. 궤도차를 타고 올라 등대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용의 꼬리를 닮은 긴 바위절벽이 절경이다. 안개에 싸여 좌우 바닷가로 첩첩이 몸을 내민 산줄기들과 아름다운 모래밭도 눈을 떼기 어렵게 하는 풍경들이다.
등대 전망대의 커다란 바위엔 방문객들의 이름과 낙서가 가득한데, 한글 이름들도 한몫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그 옆엔 ‘파리 9294㎞, 베이징 12933㎞, 뉴욕 12541㎞, 도쿄 14724㎞…’라고 쓰인 방향 표지판이 사방 팔방으로 팔을 벌리고 서 있어, 까마득한 거리를 새삼 더듬어보게 한다.
케이프타운(남아프리카공화국)/글·사진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조심조심 타조 타고 놀다가 뒤뚱뒤뚱 펭귄 구경 가볼까
케이프타운 주변 볼거리
우츠후룬 타조 농장은 타조의 모든 것을 공부한 뒤, 직접 타볼 수 있는 곳이다. 짙푸르게 펼쳐진 배추밭과 목초지 사이에 자리잡은 75ha 넓이의 농장이다. 남아프리카산 오스트리치와 오스트레일리아산 이뮤, 남미산 리아 등 3종 250여 마리의 타조를 기르고 있다. 점심식사로 타조 고기 요리를 맛볼 수 있다. 농장 가는 길목에서 만나는,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들여와 심은 유칼립투스 나무 터널도 아름답다.
테이블마운틴에서 가까운 볼더스 해안에 펭귄 서식지가 있다. 마을 옆 바닷가다. 마을에서 바다쪽으로 나무 판자로 산책로를 만들어 놓아, 눕고 서 있고 뒤뚱거리며 돌아다니는 펭귄들을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다.
펭귄 서식지 부근에는 세계 7대 식물원의 하나로 꼽히는 커스텐보슈 국립식물원도 있다. 528ha 넓이의 식물원에 6000여종의 남아공 토착 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남아공은 포도주로도 이름 높다. 스텔렌보스 지역에 이름난 포도·포도주 농장들이 많다.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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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아프리카 여행정보=남아공·보츠와나·짐바브웨·잠비아는 남부아프리카에 속한다. 남부아프리카란 중동부 지역의 우간다·케냐·탄자니아에서부터 최남단의 남아프리카공화국, 그리고 인도양 쪽의 섬나라 마다가스카라까지 아프리카 대륙 동남부 일대의 16개국을 이른다. 남아프리카는 주로 남아프리카공화국을 가리킨다. 대부분 빈부 격차가 극심하다. 대도시와 주요 관광지는 고층건물과 고급 호텔이 즐비하지만, 도시를 벗어나면 가난한 원주민들의 세계가 펼쳐진다. 대도시·관광지와 달리 도시 변두리나 농촌지역은 치안 상태가 좋지 않아 개별 여행은 삼가는 게 바람직하다. 대도시에서도 밤거리엔 나서지 않는 게 좋다. 호텔에서도 귀중품은 반드시 따로 챙기는 게 안전하다. 남부아프리카는 지금 겨울로 접어들었다. 아침·저녁으론 쌀쌀하고, 낮에는 더운 날씨다. 4개국 어디서든 아침·저녁으론 긴팔옷이나 점퍼가 필요하다. 남아공은 7~8월에 기온이 좀더 내려간다. 6~8월, 12~2월이 여행하기에 좋다. 시차는 한국보다 7시간 늦다. 남아공은 한달간 비자없이 머물 수 있다. 짐바브웨·잠비아·보츠와나는 입국 때 공항이나 국경에서 비자를 발급해준다. 발급 비용(미국돈)은 짐바브웨 30달러, 잠비아 10달러, 보츠와나 130달러. 환율은 남아공 1랜드가 160원, 100달러 640랜드 정도. 짐바브웨달러는 1미국달러에 9990짐바브웨달러 수준으로 가치가 매우 낮다. 인천에서 직항편은 없다. 홍콩에서 남아공항공( www.flysaa.com )으로 갈아탄다. 인천~홍콩 3시간40분, 홍콩~요하네스버그 13시간20분, 요하네스버그~케이프타운 2시간, 요하네스버그~짐바브웨 빅토리아폴스 1시간40분. 빅토리아폭포 헬기투어는 15분에 70달러. 보츠와나 초베국립공원은 빅토리아폴스에서 차로 한시간 달려 국경을 통과한 뒤 20~30분이면 닿는다. 남아공항공 서울사무소 (02)775-4697.
여행상품=패키지여행사들은 대개 아프리카 각국 여행상품을 취급한다. 일정에 따라 300~700만원대 수준. 아프리카 전문 여행사 인터아프리카( www.interafrica.co.kr )는 남아공·짐바브웨·잠비아를 9일간(기내 2박) 돌며 빅토리아폭포와 지프사파리·헬기사파리·도보사파리 체험, 테이블마운틴·케이프포인트·펭귄서식지·물개섬·식물원 등을 둘러보는 여행상품을 369만원에 내놨다. 전일정 특급호텔 숙박. 4인 이상 매일 출발. 남아공만 도는 8일짜리는 299만원. (02)775-7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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