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11.04 19:40
수정 : 2011.11.04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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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당(山堂) 임지호(56)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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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개인전 연 요리연구가 임지호씨
약초 요리 등 건강식 전도사
그림에도 자연의 생명력 담아
“나의 그림, 영혼의 쉼터 되길”
산당(山堂) 임지호(56·사진)씨의 이름 앞에는 늘 ‘자연요리연구가’라는 문패가 달린다. 12살에 가출해 전국을 떠돌면서 온 몸으로 접한 야생의 숨결을 요리에 오롯이 담아온 그다. ‘산당’이란 호에도 ‘산에 집 짓고 자연에서 산다’는 뜻이 담겨있다.
그의 식탁에는 늘 “자연의 에너지”를 담은 독특한 건강식이 오른다. 약초로 국을 끓이고 구르는 낙엽을 튀기고 잡초로 짜장면을 만들었다. “사람의 위는 자연의 무덤입니다. 온전하게 땅의 소식을 전하고자 하지요. 저는 전달자입니다.” 그는 “사람을 살리고 위로하는 생명의 음식”을 만들고자 한다.
그가 칼 대신 붓을 잡았다는 소식을 듣고 지난 1일 서울 청담동 ‘임지호요리연구소’를 찾았다. 들머리에는 ‘음식은 종합예술이고 약이며 과학이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오는 5~29일 서울 인사동 리서울갤러리에서 여는 ‘방랑식객 임지호의 자연과 생명’ 전시회는 그의 두번째 개인전이다. 산과 자연에서 영감을 얻은 생명력 강한 그림들을 볼 수 있다. 울퉁불퉁 캔버스 위로 튀어나온 거친 선들은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해가 뜨고 꽃이 피는 자연의 생명력과 무명천보다 흰 설산의 희망 등을 담았다. 티브이 다큐멘터리에서 소개해 시청자들의 큰 호응을 받았던, 숲을 걷다 발견한 잎사귀를 뜯어 즉석에서 뚝딱뚝딱 만든 그의 요리를 그대로 닮은 셈이다.
그는 4년 전 싱가포르 리콴유 수상의 만찬 요리사로 초청받으면서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 “싱가포르 밤거리를 밝힌 루미나리에와 밤새 걷다 맞은 새벽의 시작”에서 영감을 받아 스케치를 했단다.
그의 작업실에는 지금까지 그린 5000점의 그림이 모여 있다. 그림 작업의 방식도 재미있다. 처음에는 붓이 없어 숟가락·수세미·나무 조각·벽돌·솥뚜껑에 물감을 묻혔다. “생각을 순수하게” 표현하기 위해 불을 끄고 어둠 속에서 작업을 해보기도 했다. 요리만큼 즐거운 일이었다. “신나서 붓을 놓을 수가 없을 때”가 많았다. 칼과 도마가 “생명을 살리는 도구”라면 붓과 도화지는 “영혼을 살리는 도구”라는 게 그의 예술철학이다. 그의 요리가 “화식과 생식의 조화, 발효와 신선함의 조화, 넘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는 것의 조화”를 추구하 듯 그의 손끝에서 나온 그림도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추구한다.
그는 현재 경기도 양평과 서울 청담동에 음식점 <산당>을 운영하고 있다. 청담동점은 그의 음식을 세계적으로 뿌리내리도록 하려는 ‘비즈니스 거점’이라고 했다. 그는 자신의 그림이 “영혼의 쉼터가 되어”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 그것이 “그림의 의무”라고 말한다.
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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