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12.15 19:50
수정 : 2011.12.15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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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이지상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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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 횡단열차 타는 가수 이지상씨
한겨레통일문화재단 등과 기획
바이칼에서 블라디보스톡까지
대륙 달리며 삶 되짚는 계기로
시베리아의 겨울은 길다. 이르면 9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계속된다. 혹독하다. 한반도에 매서운 겨울 추위를 몰고 오는 게 다름 아닌 시베리아 고기압이다. ‘겨울의 심장’이라 불린다. 여행작가 이지상씨가 지난 2000년 10월 32일간 블라디보스톡에서 모스크바까지 9288km를 달린 체험기 <겨울의 심장>에서 나온 말이다.
그와 동명이인인 작곡가 겸 가수 이지상(사진·성공회대 외래교수)씨는 요즘 그 겨울의 심장으로 가는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 새해 1월20일 한겨레통일문화재단과 희망래일이 “분단을 넘어 대륙으로 가는 열정을 모으자”는 취지로 기획한 ‘겨울의 심장 시베리아를 갑니다’ 프로그램에 동참한다. 그는 이 프로그램의 주요 발의자이기도 하다. 그런데 애초 국어교사팀을 비롯 동행하기로 했던 이들이 이런 저런 사정으로 못가게 되자 제대로 될지 걱정이 많다.
“시베리아는 역시 겨울이라는 말 한마디에 뭔가 큰일을 저질렀습니다. 많은 분들이 함께 해서 좋은 여행이 되도록 노력해야죠”.
그는 사실 올 여름에도 시베리아를 다녀왔다. 이미 지난해 블라디보스톡에서 바이칼 호수까지 3박4일을 달렸던 그는 그때 완수하지 못한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나머지 구간인 바이칼에서 모스크바까지를 거꾸로 타고 내려왔다. 이제 마지막으로 겨울 시베리아를 보고 나면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했던 것들을 담아 책을 내려한다.
그에게 시베리아는 삶을 성찰하는 계기다. “별 것을 별 것 아닌 것으로 만드는 힘이 있다”고 말한다. 그는 맨처음 시베리아로 가려고 할 때 이런 얘기를 들었다. “반경 400km쯤은 동네 마실 다니 듯 휘젓고 다닌다는 통 큰 곳. 영하 40도가 아니면 추위도 아니고, 도수 40은 되어야 술이고, 그 독한 보드카를 생명의 물이라 부르며 병 채로 들이키는 단단한 내장을 가진, 그러나 아직도 잠자는 땅이다.”
그는 ‘기다림은 희망의 다른 이름’이라고 말한다. 뭘 기다리냐고 물었다. 그러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기다림이란 무언가를 갈망하는 순간부터 그것이 이루어질 때까지의 모든 시간임과 동시에 행위입니다.” 그냥 앉아서 뭔가 이뤄지기를 기대하고만 있는 건 아니라는 뜻이란다. 그러기에 ‘희망을 품은 사람들’은 “당췌 편히 누울 자리는 내버려두고 새길 찾아 행장을 꾸리는 몽상가들”이다. 그가 이번 여행을 떠나는 건 이런 꿈을 꾸기 위해서다. “세상을 내 것이라고 생각하는 자들아, 지지고 볶아라. 나는 아직 가보지 못한 시베리아 횡단열차 마지막 구간 부산서 원산 거쳐 연해주 가는 꿈을 꾸면서 잠이나 한잠 잘란다.”
글 강태호 기자
kankan1@hani.co.kr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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