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군 소원면 법산2리(고좌마을) 갓배마을 앞 드넓은 개펄에서 지난달 29일 부산에서 온 박형근(38)·임정순(35)씨 부부가 두 자녀와 함께 바지락·칠게(능정이) 등을 살펴보며 즐거워하고 있다. 멀리 바지락을 채취하는 주민들 모습이 보인다. 대나무를 꽂아 체험장 경계표시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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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펄 안다치게 조심조심…갯것들의 세상으로
개펄은 살아 숨쉬는 거대한 생명체로 불린다. 숱한 생명들이 꼬리를 무는 먹이사슬을 이루며 깃들어 산다. 우리나라 서남해안의 드넓은 개펄은 보전해야 할 소중한 자연유산으로 평가되지만, 개발 논리에 밀려 파괴가 가속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국 개펄의 30% 가량이 이미 방조제에 갇혀 숨통이 막혔거나, 숨통을 막는 제방 공사가 진행 중에 있다고 한다. 개펄 생태계의 파괴자는 방조제만이 아니다. 방문객들의 마구잡이 채취도 생태계에 큰 영향을 끼친다. 개펄을 생태 관찰학습의 장으로 삼아, 채취를 최소한의 체험행위로 제한해야 하는 이유다. 바지락·동죽·펄낙지…
물 빠지면 못생명 숨결 생생
밤엔 칠게 잡고 염전 구경도 개펄 생태 관찰을 하려면 각 지역 어촌계의 허락을 얻어, 정해진 시간에 제한된 지역을 찾아가면 된다. 자녀와 함께 개펄과 염전, 친환경 농업의 현장을 두루 살피는 체험학습 여행을 떠나보자. 농촌·어촌의 정취를 한꺼번에 만나는 여정이다. 충남 태안군 소원면 고좌마을(법산2리). 농림부가 정한 녹색농촌체험마을이다. ‘농촌체험마을’이라지만 실제 체험은 주로 바다쪽에서 이뤄지는, 어촌 마을이다. 태안반도 서쪽, 만리포·천리포·구름포·파도리·어은돌 등 이름난 해수욕장이 즐비한 바닷가로 이어지는 길목인데, 마을의 별칭이 ‘노을지는 갯마을’이다. 개펄을 붉게 물들이며 넘어가는 해넘이가 볼만하다 하여 붙은 이름이다. 고좌마을의 갓배(갯배·갓바위)마을 앞으로, 물이 빠지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광활한 개펄이 펼쳐진다. 서쪽(오른쪽)으론 길게 뻗어나온 파도리 반도가 아득하고, 남쪽으론 근흥면 정산포 땅이 바라다 보인다. 양쪽에서 튀어나온 반도형 뭍이 감싸고 있는 소근만이다. 개펄 체험은 갓배마을 샤워장·화장실 앞에서 트랙터를 개조한 40인승 포장차량을 타면서 시작된다. 자갈을 깐 개펄 길을 따라 10여분 바다 쪽으로 나아가면 주민들의 바지락 채취장에 닿는다.
고좌마을 신덕염전 소금창고에 들른 체험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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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는 야간 칠게잡이 체험행사를 진행한다. 손전등을 들고 개펄에 나가 불빛으로 움직임이 둔해진 칠게를 손으로 잡아보는 체험이다. 칠게는 서해안 어느 개펄에서든 쉽게 만날 수 있는 조그마한 게다. 낙지가 좋아하고, 도요새 등 철새들이 즐겨 먹는 먹이인데, 최근 들어선 사람들이 대량으로 잡고 있어 먹이사슬 훼손을 우려하는 이들이 많다. 옛날엔 손으로 잡는 것이 고작이었으나, 튀겨먹고 간장에 담가먹는 밑반찬으로 인기를 끌면서 플라스틱 관을 쪼개 펄에 묻어두고 대량으로 잡는 방법이 등장했다. 소근만 개펄에도 여기저기 칠게잡이 플라스틱 관들이 묻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고좌마을 어촌계장 변정문(61)씨는 “지난해까지도 없다가, 올 들어 설치됐다”며 “칠게는 주요 해산물이 아닌데다, 주민들이 개별적으로 잡는 거라 현재로선 뭐라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개펄 체험 앞뒤로 체험객들은 고좌마을 신덕염전을 찾아 소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살펴본다. 옛날 물을 끌어올리는 데 쓰던 수차는 없지만, 가래질로 소금을 모으는 현장과 소금을 쌓아둔 창고 등을 둘러볼 수 있다. 염전 구경 뒤엔 오리를 풀어 농사짓는 논으로 발길을 옮긴다. 농약 대신, 해충과 잡초의 풀씨를 먹어치우는 오리를 이용하는 친환경농사법 설명을 들으며 아이들은 신나게 오리 먹이를 뿌려준다. 저물면 주민들의 꾸민 민박집에서 주민들이 준비한 식사를 하며 쉬게 된다. 밤하늘 별세상을 만나는 시간은 옹기종기 모여앉아 옥수수·감자를 구워먹으며 이야기꽃을 피우는 때다. 태안/글·사진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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