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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8.03 15:51 수정 : 2005.08.03 16:00

태안군 소원면 법산2리(고좌마을) 갓배마을 앞 드넓은 개펄에서 지난달 29일 부산에서 온 박형근(38)·임정순(35)씨 부부가 두 자녀와 함께 바지락·칠게(능정이) 등을 살펴보며 즐거워하고 있다. 멀리 바지락을 채취하는 주민들 모습이 보인다. 대나무를 꽂아 체험장 경계표시를 했다.

개펄 안다치게 조심조심…갯것들의 세상으로


개펄은 살아 숨쉬는 거대한 생명체로 불린다. 숱한 생명들이 꼬리를 무는 먹이사슬을 이루며 깃들어 산다. 우리나라 서남해안의 드넓은 개펄은 보전해야 할 소중한 자연유산으로 평가되지만, 개발 논리에 밀려 파괴가 가속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국 개펄의 30% 가량이 이미 방조제에 갇혀 숨통이 막혔거나, 숨통을 막는 제방 공사가 진행 중에 있다고 한다. 개펄 생태계의 파괴자는 방조제만이 아니다. 방문객들의 마구잡이 채취도 생태계에 큰 영향을 끼친다. 개펄을 생태 관찰학습의 장으로 삼아, 채취를 최소한의 체험행위로 제한해야 하는 이유다.

바지락·동죽·펄낙지…
물 빠지면 못생명 숨결 생생
밤엔 칠게 잡고 염전 구경도

개펄 생태 관찰을 하려면 각 지역 어촌계의 허락을 얻어, 정해진 시간에 제한된 지역을 찾아가면 된다. 자녀와 함께 개펄과 염전, 친환경 농업의 현장을 두루 살피는 체험학습 여행을 떠나보자. 농촌·어촌의 정취를 한꺼번에 만나는 여정이다.

충남 태안군 소원면 고좌마을(법산2리). 농림부가 정한 녹색농촌체험마을이다. ‘농촌체험마을’이라지만 실제 체험은 주로 바다쪽에서 이뤄지는, 어촌 마을이다. 태안반도 서쪽, 만리포·천리포·구름포·파도리·어은돌 등 이름난 해수욕장이 즐비한 바닷가로 이어지는 길목인데, 마을의 별칭이 ‘노을지는 갯마을’이다. 개펄을 붉게 물들이며 넘어가는 해넘이가 볼만하다 하여 붙은 이름이다.

고좌마을의 갓배(갯배·갓바위)마을 앞으로, 물이 빠지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광활한 개펄이 펼쳐진다. 서쪽(오른쪽)으론 길게 뻗어나온 파도리 반도가 아득하고, 남쪽으론 근흥면 정산포 땅이 바라다 보인다. 양쪽에서 튀어나온 반도형 뭍이 감싸고 있는 소근만이다. 개펄 체험은 갓배마을 샤워장·화장실 앞에서 트랙터를 개조한 40인승 포장차량을 타면서 시작된다. 자갈을 깐 개펄 길을 따라 10여분 바다 쪽으로 나아가면 주민들의 바지락 채취장에 닿는다.

고좌마을 신덕염전 소금창고에 들른 체험가족.
사방이 질퍽이는, 광야의 한복판이다. 몸을 굽혀 내려다보면 함부로 내딛던 발길이 조심스러워진다. 눈을 낮출수록 개펄의 복잡한 표정과 섬세한 속살이 환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소리없이 시끌벅적한 갯것들 세상이다. 기어나와 집게발과 몸을 끄덕이며 흙을 다지다가 순식간에 구멍 속으로 몸을 숨기는 ‘능정이’(칠게), 펄흙을 뒤집어쓴 채 자갈 틈에서 빈 조개껍질 틈으로, 다시 고인 물속으로 몸을 옮기는 ‘돌짱게’(풀게·무늬발게), 천천히 온몸으로 펄흙을 헤치며 전진하는 엄지손가락만한 ‘민치’(민챙이, 껍질이 퇴화한 고둥의 일종) 들이 지천이다. 펄 속살을 뒤지면 바지락과 동죽이 무더기로 쏟아진다. 더 깊이엔 펄낙지가 숨어 있다.

“맛조개도 나지만, 맛소금을 뿌려 잡는 행위는 하지 않습니다.” 갯마을 운영위원회 총무 한윤규(33)씨의 말. ‘맛소금을 이용한 맛 잡이가 개펄의 염도를 높여 생태계를 위협한다’는 최근 언론 보도를 의식한 얘기다. 한씨는 “하루 개펄 체험 인원은 150명을 넘지 않게 조정한다”며 “바지락 채취도 1인 2㎏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펄도 구역을 나눠 봄·여름·가을로 철마다 옮겨가며 행사를 진행한다. 개펄에 줄지어 꽂혀 있는 대나무들이 바로 체험구역 경계표시다.


밤에는 야간 칠게잡이 체험행사를 진행한다. 손전등을 들고 개펄에 나가 불빛으로 움직임이 둔해진 칠게를 손으로 잡아보는 체험이다. 칠게는 서해안 어느 개펄에서든 쉽게 만날 수 있는 조그마한 게다. 낙지가 좋아하고, 도요새 등 철새들이 즐겨 먹는 먹이인데, 최근 들어선 사람들이 대량으로 잡고 있어 먹이사슬 훼손을 우려하는 이들이 많다. 옛날엔 손으로 잡는 것이 고작이었으나, 튀겨먹고 간장에 담가먹는 밑반찬으로 인기를 끌면서 플라스틱 관을 쪼개 펄에 묻어두고 대량으로 잡는 방법이 등장했다. 소근만 개펄에도 여기저기 칠게잡이 플라스틱 관들이 묻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고좌마을 어촌계장 변정문(61)씨는 “지난해까지도 없다가, 올 들어 설치됐다”며 “칠게는 주요 해산물이 아닌데다, 주민들이 개별적으로 잡는 거라 현재로선 뭐라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개펄 체험 앞뒤로 체험객들은 고좌마을 신덕염전을 찾아 소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살펴본다. 옛날 물을 끌어올리는 데 쓰던 수차는 없지만, 가래질로 소금을 모으는 현장과 소금을 쌓아둔 창고 등을 둘러볼 수 있다. 염전 구경 뒤엔 오리를 풀어 농사짓는 논으로 발길을 옮긴다. 농약 대신, 해충과 잡초의 풀씨를 먹어치우는 오리를 이용하는 친환경농사법 설명을 들으며 아이들은 신나게 오리 먹이를 뿌려준다.

저물면 주민들의 꾸민 민박집에서 주민들이 준비한 식사를 하며 쉬게 된다. 밤하늘 별세상을 만나는 시간은 옹기종기 모여앉아 옥수수·감자를 구워먹으며 이야기꽃을 피우는 때다.

태안/글·사진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태안군 고좌마을 녹색생태체험
여행정보=수도권에서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서산나들목에서 나가 32번 국도를 따라 서산시, 태안읍을 지나 소원면으로 간다. 면소재지 새마을금고 앞 주유소에서 좌회전해 시멘트포장길로 들어서 갯마을펜션 팻말 따라 직진한다. 염전 지나 갯마을펜션 앞 삼거리에서 좌회전해 언덕을 올라 등대산 쪽으로 좌회전, 언덕 넘어 내려간 뒤 삼거리에서 왼쪽 길로 들면 샤워장·화장실 건물이 보인다. 여기가 개펄체험 출발지다. 고좌마을(노을지는 갯마을) 농어촌체험은 한 가족(3~4인) 1박, 3끼 식사와 개펄·염전·오리먹이주기 체험 포함해 14만원. 마을 12가구에서 묵을 수 있다. 개펄체험만은 어른 1만원, 어린이 8000원. 예약 (041)674-5947(011-9820-5947). 소원면소재지에서 32번 국도 따라 더 가면 10분 거리에 만리포해수욕장이다. 주변에도 천리포·백리포·구름포·어은돌·파도리해수욕장 등 모래 곱고 완만한 해수욕장이 줄지어 있다. 이 지역 바닷가는 경관도 아름다워 태안해안국립공원으로 지정돼 있다.

먹을거리=태안에선 지금 한창 펄낙지가 제철을 맞고 있어 박속밀국낙지탕을 먹어볼 만하다. 시원한 국물과 살짝 익혀 먹는 부드럽고 졸깃한 낙지 맛이 아주 좋다. 식용 박의 속을 잘라내 넣고 펄낙지를 산 채로 넣어 익혀 먹은 뒤, 발갛게 우러난 낙지물에 밀가루 수제비나 칼국수를 끓여 먹는, 충남 서해안 지역의 별미 음식이다. 태안읍에서 603번 지방도를 타고 북쪽으로 올라가면 밀국낙지탕의 본고장인 이원면과 원북면에 이른다. 이원면소재지인 포지리의 이원식당(041-672-8024)은 주변 당산리(버텅개)나 내리 개펄에서 그날 그날 잡아온 펄낙지를 쓰는, 박속밀국낙지탕의 원조격인 집이다. 주인 조형호씨는 낙지잡이꾼들을 위해 거의 매일 고기와 술을 준비해 개펄로 나가 대접하며, 잡은 낙지를 사들인다. 1인분 2~3마리 1만2000원. 원북면의 원풍식당(041-672-5057)도 박속밀국낙지탕으로 알려진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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