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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8.24 17:11 수정 : 2005.08.24 17:14

가을·겨울 컬렉션은 ‘프란체스카’ 버전

서은영의트렌드와놀기

전 세계에 불어 닥친 경제 불황은 언제나 유토피아를 상상하는 디자이너들을 현실 세계로 끌어 내리고 있는 듯하다. 디자이너들은 자신의 감각을 보다 실용적이고 입기 편한 옷으로 제시하려고 무던히 애를 쓰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새로운 컬렉션이 그저 새로운 계절을 알리는 하나의 이벤트로 끝나고, 정성들여 만든 옷은 세일 기간에만 불티나게 팔리는 현상이 지속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슬픈 사정에도 디자이너들은 이번 2005~2006 가을·겨울 컬렉션에서 여전히 아름다운 옷을 선보였다. 물론 실용적이고 입기 편한 스타일을 잊지 않으면서. 이번 가을·겨울 컬렉션의 특징은 남성복이나 여성복에서 모두 매우 우아하고 세련된 재단(커팅)이 보인다는 점이다. 특히 여성복은 마치 크리스찬 디오르나 지방시가 보여주었던 뉴룩(New Look)이 재현된 것 같았다. 매우 기하학적이고 칼날같이 날카로운 재단이 강조된 복고적인 실루엣이 매우 현대적으로 재해석됐다.

루이비통, 발렌시아가, 스텔라 매카트니, 앤디 & 뎁 등 디자이너들은 ‘뉴쿠튀르(New Couture)’ 라인을 선보였다. 가장 시선을 끄는 실루엣은 계란형, 튤립형, 역삼각형, 직사각형 등 조형적인 실루엣을 아름답고 맞춤복처럼 고급스럽게 표현한 ‘뉴볼룸(New Volume)’ 라인이다. 목까지 올라오거나 어깨까지 덮는 커다란 역삼각형 칼라 등이 나왔다. 허리를 커다란 벨트로 매우 강조하거나 럭비공 같은 실루엣으로 허리를 덮는 스타일이 등장했다.

이렇듯 건축물을 축소한 것 같은 조형적인 실루엣은 잉크처럼 짙은 검정색을 바탕으로 한 매우 어두운 색들과 어우러져 한층 극적인 분위기를 선보였다. 특히 지난 봄·여름에 봇물을 이뤘던 화려하고 강렬한 컬러와 프린트들이 주춤하면서 중성적인 색이 눈에 띄었다. 정제된 회색부터 따뜻한 느낌의 회색까지 다양한 회색이 나타난 것도 특징이다. 이런 모노톤 색은 모피, 다양한 모양의 체크부터 광택감이나 요철감 있는 소재와 맞춰 매우 세련되게 연출됐다. 특히 검정색은 쉽게 우아하고, 세련되고, 극적인 분위기로 연출할 수 있는 아주 기특한 색이다.

이번 가을·겨울에 디자이너들은 검정색으로만 머리부터 발끝까지 표현하거나 하얀색과 맞춰 강렬하고 날카로운 인상을 주기도 했다. 예를 들어 검정색 더블 코트에 하얀색 바지를 입는 거나, 하얀색과 검정색 줄무늬가 들어간 니트 풀오버를 모던하게 입는 식으로 매우 강하지만 클래식한 느낌도 주는 스타일이 등장하고 있다. 이렇게 강렬한 색깔과 실루엣을 매우 절제되고 정결한 분위기로 연출한 것도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올 가을·겨울엔 괴도 루팡 같이 온통 검정색으로 온몸을 치장한다고 해도 아무도 당신을 말리지 않을 것이다. 셜록 홈즈 조차도.

서은영/스타일리스트 사진 루이비통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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