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8.31 16:30
수정 : 2005.08.31 16:30
서은영의트렌드와놀기
드라마 <패션 70s>에서 1970년대 화려한 의상이 재연되었다면, 이번 가을·겨울 콜렉션에는 ‘패션 60s’이 눈에 띄었다. 1960년대는 사실 전 세계 디자이너들이 가장 사랑하는 시대이기도 하다.
오드리 헵번, 재클린 오나시스 케네디의 우아하고 아름다운 스타일을 비롯해, 자연을 노래하며 평화를 부르짖었던 히피들의 에스닉 스타일, 그리고 영국의 모즈룩(60년대 런던에서 유행했던 스타일로 비틀스를 생각하면 된다)까지, 60년대는 다양한 스타일이 공존했던 패션계의 ‘르네상스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런 60년대에서 이번에 디자이너들이 가장 먼저 택한 것은 런던에서 시작된 ‘모즈룩’이다. 사실 런던은 패션 디자이너 뿐만 아니라 가수 등 다른 예술가에게도 영감을 주며 문화 전반에 걸쳐 유행을 제시하고 전파하는 도시임에 틀림없다. 비틀스부터 메리 퀀트(세계를 열광시켰던 영국 출신의 패션모델로 후에 자신의 이름을 딴 ‘메리퀀트’라는 화장품 상표를 만들었던 60년대 패션 아이콘)까지 옷의 역사에 이슈를 제공하는 주요 인물들은 영국 출신이기도 하다.
이번 가을·겨울 디자이너들은 어떤 식으로 60년대를 재연했는지 살펴보자. 우선 대체로 민소매에 길이가 짧고 직사각형 형태인 에이치(H)라인의 미니 원피스에서는 허리를 가늘거나 혹은 굵은 벨트로 강조한다. 이 쿠레주풍(60년대를 풍미했던 프랑스의 디자이너 앙드레 쿠레주가 선보인 매우 직선적이고 전위적인 형태의 옷)의 미니 원피스는 셀린느부터 루이뷔통까지 이번 시즌 콜렉션에서 가장 많이 내놓은 형태다. 버버리 프로섬(버버리에서 나오는 젊은 층을 겨냥한 브랜드)에서는 낭만적인 요소를 가미한 빈티지풍을 제시했고, 캘빈 클라인은 기하학적인 패턴을 보태 도시적이고 세련된 스타일을 선보였다.
깔끔한 라인의 미니 원피스는 여성을 매우 우아하고 단아하게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허리를 벨트로 강조해주면 상체가 짧아 보이고 하체가 길어 보이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원피스에는 너무 화려한 액세서리보다는 진주 목걸이나 고풍스런 브로치를 하는 것이 좋고, 민소매의 원피스인 경우 길이가 짧은 볼레로풍의 니트 카디건을 걸쳐주면 더욱 극적인 효과를 연출할 수 있다.
미니 원피스와 함께 60년대로부터 가장 두드러지게 다시 부활한 스타일은 더블 단추의 피코트 재킷일 것이다. 이 디자인에 대해서는 구구절절하게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바로 비틀스를 연상하면 될 테니까. 처음 비틀스가 등장했을 때 존 레논이나 폴 매카트니는 바가지 머리를 하고 검은색의 더블 버튼 재킷을 입고 있었다. 학생처럼 단정한 것 같으면서도 반항적인 느낌이 드는 이 재킷을 많은 디자이너들이 다양한 스타일로 제시했다. 허리 위 정도의 길이가 짧은 볼레로 느낌의 재킷부터, 엉덩이를 덮는 길이의 코트풍의 재킷까지 더블 단추의 재킷은 이번 가을 꼭 하나 장만해야 하는 것이 되고 말았다.
이 코트풍의 재킷을 미아 페로(지금이야 우디 알렌의 전 부인으로 기억을 하는 사람이 많겠지만, 1960년대 그는 멋진 연기력 뿐만 아니라 패션감각도 보여줬다)처럼 세련되고 우아한 뉴요커처럼 입을 수도 있지만, 영화 <러브 스토리>의 알리 맥그로와 같이 니트 모자, 목도리와 함께 빈티지 스타일로 연출할 수 있다. 이번 가을 60년대 영화의 여주인공 같은 스타일을 재연한다면 당신도 ‘패션 아이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서은영/스타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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