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바지 두 갈래 경향
밥상 위에 김치 같은 존재가 옷장 속의 청바지다. 어디에나 잘 어울리는 필수 품목이라는 맥락에서다. 거기에서 거기처럼 보여도 청바지는 유행을 탄다. 색깔이나 절개선 등 묘한 변화로 멀쩡한 청바지가 한물 가버리기 일쑤다. 올해 청바지 경향은 두 가지로 나뉜다고 한다. 다행히 지난해 산 청바지 버릴 필요 없도록, 낡고 자유롭게 보이는 ‘빈티지’ 스타일의 유행은 지속된다. 다른 하나는 단정하고 섹시한 느낌을 주며 직장 뿐만 아니라 파티에도 어울리는 청바지들이다. 이 두 가지 경향을 관통하는 건 소재를 활용하는 방식이 점점 고급스러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송수전 리바이스 상품기획팀 차장은 “빈티지 스타일도 기계로 만든 게 아니라 손맛이 느껴지도록 변화하고 있다”며 “실제로 사람이 입어 낡아진 것처럼 보이도록 무릎이 약간 튀어나오거나 보풀이 풀리고, 색이 바랜 느낌을 일일이 손으로 만든 듯 표현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찢기고 헤진 듯한 분위기도 연출한다. 윤성호 버커루 기획팀 과장도 “오래 입었을 때 잡힐 만한 주름을 만들려고 실로 꼬아 손으로 붓칠해 가공한다”고 설명했다. 형태는 올 여름 인기를 끈 말아 올린 청바지처럼 품이 넉넉하고 여유가 있다. ‘빈티지’가 이럴진대 더 정장답고 고급스러운 스타일의 경우는 두말하면 잔소리다. 송 차장은 “남성은 청바지 위에 캐주얼한 셔츠가 아니라 정장풍 윗옷을 입고 여성은 더욱 여성스러운 블라우스를 맞추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청바지들은 골반보다 조금 더 올라올 정도로 밑위 길이가 짧고 무릎까지는 붙다가 종아리부터 살짝 퍼지는 ‘부츠컷’처럼 몸매를 한껏 살려준다. 이보다 끝까지 몸에 더 쫙 달라붙는 것들도 나오고 있다. 남성용도 형태는 비슷한데 다만 통이 넓고 헐렁하다. 원단은 조직이 주는 느낌을 최대한 드러내되 빛깔은 단순한 파랑이 아니라 초록이나 회색을 가미해 미묘한 차이를 준다. 베네통이 새로 내놓은 청바지도 옷감의 표면이 반짝반짝 빛나도록 만들었다. 윤 과장은 “특히 올 가을·겨울 검정이나 짙은 색깔이 뜨면서 청바지도 이를 따를 듯하다”고 내다봤다.
너무 말랐다면 무릎이 달라붙는 건 고르지 않는 게 낫다. 마지막으로 청바지를 살 때는 입고 뚜벅뚜벅 걸어보고 편안한지 확인해야 한다. 배가 눌리거나 허리가 너무 내려와 민망한 건 아무리 유행이라도 소화하기 어려운 ‘남의 떡’일 뿐이다. 글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사진 리바이스·게스·베네통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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