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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11.01 16:37 수정 : 2015.11.01 16:37

밤새 바다를 건너온 해가 백두대간의 봉우리 위로 빼꼼히 얼굴을 내미는 31일 새벽 붉은 옷으로 단장한 산들이 깨어나고 있다.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밤새 바다를 건너온 해가 백두대간의 봉우리 위를 비추는 31일 새벽 붉은 옷으로 단장한 산들이 깨어나고 있다.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밤새 바다를 건너온 해가 백두대간의 봉우리 위로 떠오르기 전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31일 새벽 마지막 남은 민둥산 억새들이 잠에서 깨어나고 있다.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상징적으로 가을이 끝나는 것처럼 느껴지는 시월의 마지막 날 새벽. 가을이면 산 정상에 억새의 바다가 펼쳐지기로 유명한 강원도 정선의 민둥산역에 내리자 올 가을 들어 가장 춥다는 날씨가 피부로 느껴진다. 알싸한 밤 공기에 섞인 산의 내음. 깊이 잠들지도 못한 잠에서 채 깨어나지 않는 몸이 떨린다. 해마다 가을이면 찾았던 민둥산 야간 산행. 올해는 어떤 모습으로 나를 맞을까 기대에 부풀어 산을 오른다.

보름달은 아니었으나 밝디 밝은 달빛이 굳이 랜턴을 켜지 않아도 길을 인도 해준다. 숨이 턱에 차오르고 땀으로 온몸이 적셔질 때쯤 아주 깊은 잠에서 깨어난 민둥산의 모두가 나를 맞이 한다. 아직 깃털을 머금은 억새들이 바람과 함께 연주하는 자연의 노래, 지지 않으려 휘황한 광채를 뿌리며 버티는 달, 아직은…이라며 빛을 발하는 수많은 별. 날씨가 추워진 것을 확인시켜주듯 버석거리는 발밑의 서리들.

그렇게 밤이 물러가고 밤새 먼바다를 항해한 해가 태백준령 위로 빨갛게 상기된 얼굴을 내민다. 푸른 새벽의 어둠이 천천히 물러나고 붉은 옷으로 한껏 단장한 백두대간의 봉우리들이 해를 맞는다. 붉다. 일순간 모두가 붉다.

마지막 가을이 그렇게 찬란하게 빛난다.

정선/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강원도 정선 민둥산 소경.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강원도 정선 민둥산 소경.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강원도 정선 민둥산 소경.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강원도 정선 민둥산 소경.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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