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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4.11 16:01 수정 : 2017.04.11 16:17

관광객들이 제주시 구좌읍 용눈이 오름 탐방로를 걷고 있다.

[제주&]다랑쉬·용눈이 오름 트레킹

관광객들이 제주시 구좌읍 용눈이 오름 탐방로를 걷고 있다.

“제주도에는 360여 개의 오름이 있어 제주도를 ‘오름의 왕국’이라 부른다. 제주 사람들은 오름에서 태어나 오름으로 돌아간다고 할 만큼 그것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오름은 일만팔천 신들의 고향이자 목축업의 근거지이기도 하다.”

제주도가 발행한 다랑쉬 오름 안내 팸플릿의 첫머리는 이렇게 시작한다. 오름이란 작은 산을 뜻하는 제주도 방언으로 각자의 분화구가 있는 소화산을 말한다. 제주여행의 참맛은 오름을 오르는 데 있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

제주의 오름은 저마다 특색이 있지만 일반 여행자가 제주에서 360여곳의 오름을 모두 오를 수는 없다.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다랑쉬 오름과 용눈이 오름 두 곳을 직접 올랐다. 이 두 곳은 인접해 있지만 완전히 다른 개성과 풍경을 지니고 있어 바쁜 여정 속에서도 오름의 맛을 느껴 보고자 하는 이들이라면 한번 둘러봄 직하다.

다랑쉬 오름에서 내려다 본 제주 오름군의 전경.
다랑쉬 오름은 높이가 해발 382m에 불과하지만 화산지형의 특성을 모두 갖추고 있는데다 경관이 빼어나 ‘오름의 여왕’이라 불린다. 제주도는 이를 ‘제주도 오름 랜드마크’로 지정하기도 했다. 1∼2시간이면 오름에 올라 정상의 분화구를 돌고 내려올 수 있어 가벼운 트레킹 코스로 적합하다. 첫인상은 너무 야트막해 약간 실망스러웠지만 정상을 오른 뒤 실망은 감동으로 바뀌었다.

올라가는 길은 가팔랐지만 친환경 재료를 사용한 계단으로 돼 있는데 양쪽으로 편백과 삼나무가 우거져 마치 비밀의 성으로 올라가는 통로처럼 느껴졌다. 오르다 보면 서 있는 높이마다 다르게 펼쳐지는 제주도의 전망이 한눈에 들어온다. 다랑쉬 오름에 올라보는 오름 군락은 장관이다. 저 멀리 우뚝 솟은 한라산 앞으로 군데군데 늘어선 오름들이 한라산의 품에 안긴 자식들처럼 보인다. 다른 쪽으로는 성산 일출봉과 우도와 제주 바다까지 보인다. 정상에 오르면 상당한 규모의 분화구가 기다리고 있다. 아래에서 만난 탐방안내소 직원은 “한라산 백록담과 깊이나 모양이 흡사하다”고 말했다. 분화구를 따라 한 바퀴 돌면서 펼쳐지는 제주의 풍경을 파노라마처럼 감상할 수 있었다.

관광객들이 용눈이 오름 정상에 앉아 멀리 보이는 다랑쉬 오름을 보고 있다.
용눈이 오름은 다랑쉬 오름에서 걸어서 약 30분 거리에 떨어져 있다. 차량으로 이동하면 지척이다. 용이 누워있는 모습과 닮아 그런 이름이 붙여졌다 한다. 나무가 울창한 다랑쉬 오름과 달리 용눈이 오름은 풀들만 무성해 얼마 전 다녀왔던 몽골의 초원풍경과 흡사했다. 곳곳에서 말들이 풀을 뜯고 있는데, 어떤 녀석들은 탐방로 바로 옆까지 다가오지만 먼저 공격하지 않으면 위험하지 않다. 제주와 오름을 평생 주제로 삼은 사진작가 김영갑은 이 용눈이 오름을 특별히 사랑해 계절별 시간대별로 달라지는 그 오묘한 풍경들을 담아 별도의 사진집을 펴냈다.

용눈이 오름 주차장에서 오름 정상까지는 완만한 능선을 따라 탐방로가 이어진다. 입구에 드문드문 자리한 검은 돌담을 둘러싼 제주식 무덤들도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길이 비교적 평탄해 유치원에 다니는 두 딸의 손을 잡고 오르는 어머니도 볼 수 있었다. 다만 바람이 심한 편이어서 든든한 바람막이 하나는 가지고 오르는 게 좋다. 정상에 오르면 성산 풍력발전단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오름들의 장관과 목장의 풍경을 즐길 수 있고, 능선을 따라 걸으며 세 개의 분화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이 용눈이 오름의 분화구 안에서 제주 4·3사건을 다룬 영화 <지슬>의 포스터 사진을 촬영했다.

정상에서 만난 박라영(26·서울)씨는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풍경에 반해 벌써 6번째 이곳을 찾는다”며 “여기에 서면 도시에서 쌓인 스트레스가 한 방에 시원하게 뚫리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용눈이 주차장에서 400m 거리에는 제주 레일바이크가 있다. 페달을 밟거나 자체 동력으로 30~40여분에 걸쳐 이 일대 오름 주변을 한 바퀴 도는 코스로 건설 당시 오름의 풍경을 파괴한다 하여 논란이 일기도 했다. 앉아서 편히 오름 주변의 독특한 풍광과 풀 뜯는 소 떼 등 한가한 풍경을 즐길 수 있어 연인이거나, 노인·어린이와 함께라면 봄, 가을날 한 번쯤 타볼 수도 있겠다. 사용료가 2인 기준 3만원으로 타고 난 뒤 본전 생각이 날 수도 있으니, 3시간 전 예약이 필수인 스마트폰 반값 할인을 이용하길 권장한다.

가는 길

■ 다랑쉬 오름: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 산 6에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실 분들은 제주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성산방면 710번 버스를 타고 다랑쉬 입구 정류장에서 내려 약간 걸어가면 된다. 비자림을 찾는 이들은 걸어가면 멀리서부터 다랑쉬 오름의 경관을 볼 수 있다.

■ 용눈이 오름:제주시 구좌읍 종달리 산 28에 있다. 710, 710-1번 버스를 타고 차남 동산 정류장에서 내리면 된다.

제주/글·사진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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