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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2.03 17:19 수정 : 2005.02.03 17:19

평창군 도암면 횡계리 대관령 옛 휴게소 부근 양떼목장의 설경. 겨울엔 양들을 우리에 가둬 길러, 방문객들이 건초를 먹이며 가까이서 양을 관찰할 수 있다.



눈 시리도록 눈구경 알프스가 따로 없네

해발 832m 대관령 정상 부근, 백두대간 서쪽 사면에 양을 기르는 목장이 있다. 평창군 도암면 횡계3리, 양떼목장이다. 널찍한 목초지가 펼쳐진 이국적인 풍경으로, 관광객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는 곳이다. 부드러운 능선과 키다리 낙엽송들, 목장을 둘러싼 긴 울타리가 자아내는 풍경이 철마다 다른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지금 양떼목장이 흰 눈에 덮여, 볼 만한 설경을 그려보이고 있다. 설 연휴 기간에 하루를 골라 눈 구경, 양떼 구경 가족 나들이를 다녀올 만하다. 대관령 주변의 대규모 소 목장에 비하면 규모는 작지만, 찻길 가까이 있어 편하게 둘러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수도권에서 당일 코스로 충분하다.

어린 양들 건초 먹이고
비료 포대 눈썰매 타고
능선길 올라 설경 빠지고…
어, 벌써 두시간이 지났네

옛 대관령길, 지금은 문닫은 상행선 대관령휴게소 뒤쪽 선자령 갈림길에서 좌회전해 잠깐 산길을 오르면 목장 관리시설이 나타난다. 1970년대 축산진흥 장려책으로 국유지에 만들어진 목장인데, 17년전 지금의 주인 전영대(53)씨가 목장시설을 인수받았다. 본디 이릉은 풍전목장이었지만, 관광객들의 발길이 잦아지면서 양떼목장이라 불리게 되자 5년 전 공식 이름을 대관령 양떼목장으로 바꿨다.

“고물상을 뒤져 사들인 1만2000여개의 철지주를 박아 4년에 걸쳐 울타리를 완성했지요.” 전씨가 거칠고 투박한 손을 내보여준다.

6만2000평 목장의 둘레 길이는 2.5㎞,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내는 울타리가 둘러싸고 있다. 목초지를 12구역으로 나누어 200여마리의 양을 키우는데, 겨울엔 방목을 하지 않고 우리에 가둬 기른다. 2년 전까지는 양털을 깎아 양털이불 원료를 생산했으나, 양털 세척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지금은 관광용으로만 기르고 있다.

“1년이면 80~90마리의 새끼양이 태어나는데,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높아 사달라고 부모를 조르는 경우가 많다”는 게 주인 전씨의 말이다. 대개는 농가 가축용이나 식용으로 팔려나간다. 이 양들은 뉴질랜드 원산의 코리데일 종으로, 털과 고기 생산용으로 기르는 모육 겸용종이다. 암수 모두 뿔이 없고 온몸이 흰색이다. 흰색이라지만, 배경이 되는 설원이 눈부시게 흰 까닭에 모여 있는 양들의 털 빛깔은 어쩔 수 없이 회색빛을 띈다.


▲ 양들에게 건초를 먹이며 즐거워하는 방문객들.
어린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이 양에게 건초 먹여주기와 눈썰매 타기다. 목장으로 들어갈 때, 건초를 한봉지(어른 2500원, 학생 2000원)씩 사서 축사에서 목을 빼고 기다리는 양들에게 먹여준다. 엄마·아빠들은 이 장면을 놓칠세라 셔터를 눌러대기 바쁘다. 푸른 하늘과 선명한 대비를 이루며 부드럽게 이어진, 눈덮인 능선을 감상하며 비탈진 눈길을 잠시 걸어오르면 아담한 눈썰매장이 기다린다. 목장에서 무료로 운영하는, 비료 푸대를 타고 내려오는 간이 눈썰매장이다. 안내원이 상주하며 출발선과 차례 등을 안내해 준다.

능선길을 걸어 목장에서 가장 높은 지점(해발 950m)으로 올라서면, 가슴이 후련해지는 설경이 펼쳐진다. 겹겹이 쌓인 대관령 주변의 눈덮인 산줄기들을 한눈에 둘러볼 수 있다. 목장 주변 산책로는 모두 1.3㎞ 거리. 한번 둘러보는데 1시간이면 족하지만 온가족이 양에게 먹이 주고, 눈썰매 타고, 눈길 걸으며 설경에 빠지다 보면 두시간 정도는 금세 지나간다.

내려오면 난로가 놓인 휴게실에서, 대관령에서 생산된 찐옥수수(2개 3000원)와 호박죽(2000원), 솔잎차(〃) 등을 맛보며 언 몸을 녹일 수 있다. 미리 예약하면 양고기 구이를 맛볼 수 있고, 숙박도 가능하다.

대관령 옛 휴게소에서 목장 들머리까지 400m 정도밖에 안되지만, 눈이 쌓여 있다면 차를 휴게소 주차장에 두고 걷는 게 안전하다. 걸어서 10분 거리다. (033)335-1966.


아빠, 황태덕장이 뭐예요?

대관령 주변 겨울 진풍경 널려



한겨울 대관령 주변엔 볼거리가 많다. 횡계리 일대에 깔린 황태덕장들이 볼 만하고, 그리 멀지 않은 오대산 자락에선 천년고찰 월정사와 상원사가 기다린다. 대관령~선자령 구간에서 본격적인 눈길 트레킹을 해볼 수도 있다. 눈 내린 직후라면, 어느 곳을 바라봐도 눈 덮인 들과 산, 마을과 나무들이 운치있는 풍경화를 그려 보이는 곳이 대관령 일대다. 단, 눈길·빙판길에 대비해 체인 준비는 필수.

황태덕장=한겨울 횡계리 일대 덕장에선 수백만마리 황태가 매서운 바람을 견디며 익어가고 있다. 눈 덮인 황태덕장 풍경이 장관이다. 횡계리는 인제군 용대리와 함께 대표적인 황태 산지다. 12월부터 이듬해 3월초까지 널찍한 밭에 나무를 엮어 덕장을 설치하고 명태를 걸어 말린다. 일교차가 심하고 통풍이 잘 되는 추운 지역이 황태덕장의 입지조건. 겨우내 눈 맞고 찬바람 쐬며 얼고 녹기를 되풀이한 끝에 노릇노릇하고 더덕처럼 찢어지는, 잘 마른 황태가 완성된다. 근해산 명태는 씨가 말라, 북태평양 등 먼바다에서 잡아온 명태를 쓴다.

선자령 눈길 걷기=본격적인 겨울 산행 채비를 갖췄다면, 선자령 눈밭길을 걸어볼 만하다. 옛 대관령휴게소에서 출발해 북쪽 능선을 따라 1157m의 선자령 정상까지 다녀오는 산행이다. 4.9㎞, 왕복 4시간 거리. 백두대간 종주길의 한 구간으로, 오대산·황병산·계방산 등 산줄기들과 강릉쪽 동해바다를 굽어보며 눈길을 걷는 기분이 상쾌하다. 능선길이 완만해 힘든 코스는 아니지만, 날씨에 따라 칼바람과 살을 에는 추위, 눈보라를 헤쳐야 하는 산길이다. 미끄러지지 않도록 아이젠을 발에 차고, 뜨거운 물 등을 준비해가는 게 좋다.

오대산 월정사·상원사=횡계리에서 30분 가량 차를 몰면 오대산 월정사에 이른다. 상원사와 함께 신라때 자장율사가 창건했다는 절이다. 일주문에서 시작되는 전나무숲길이 아름다워 가을이나, 눈 내린 직후 많은 관광객이 찾아온다. 경내 적광전 앞 팔각구층석탑(국보)이 볼 만하다. 상원사는 부처의 진신사리를 모신 적멸보궁이 있는 국내 5대 사찰중 한 곳이다. 국보인 신라때 동종도 보존돼 있다.


대관령 여행정보=수도권에서 영동고속도로 타고 강릉쪽으로 가다 횡계나들목에서 나가 456번 지방도 따라 우회전, 횡계리 마을 못미쳐 좌회전해 직진하면 대관령 옛 휴게소 주차장이 왼쪽에 나타난다. 횡계나들목에서 나가 우회전한 뒤 그대로 직진해도 옛 휴게소 주차장으로 간다. 횡계리는 용평스키장을 찾은 스키꾼들로 붐비는 마을로, 식당들이 많다. 송천회관(033-335-5942), 황태회관(033-335-5795) 등은 황태해장국·찜·구이 등 황태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집들이다. 오대산 들머리엔 오대산가마솥식당(033-333-5355) 등 산나물 백반을 내는 집들이 많다. 횡계리에 여관들이 있지만, 스키꾼들이 몰려 방 구하기가 어렵고 비싼 편이다. 7만원 안팎. 영동고속도로 진부나들목을 나가 진부면소재지의 여관들을 이용한다. 3만~4만원. 오대산 월정사 들머리엔 오대산호텔(033-330-5000)이 있다. 평일 11만2000원, 주말 12만8000원. 대관령 양떼목장 (033)335-1966. 전영대씨 017-715-1966.


대관령/글·사진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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