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12.20 17:04
수정 : 2016.12.20 20:16
AK플라자 협력사 직원 휴게실 VIP라운지처럼 단장
화장실서 쉬던 직원들 휴게실서 낮잠, 발마사지
소비자 불만 33% 감소, 직원 칭찬 사례는 220%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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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이아이피(VIP)라운지처럼 꾸민 에이케이(AK)플라자 분당점의 협력사 직원 전용 휴게실 ’힐링 라운지’. 에이케이플라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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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케이(AK)플라자 분당점 잡화팀에서 3년째 판매사원으로 일하는 김숙영(37)씨는 올해 들어 휴게실 사용이 부쩍 늘었다. 거의 매일 점심시간이나 오후 5시쯤 직원 휴게실을 들러 잠깐 낮잠을 자거나 서서 일하며 피곤해진 발 마사지를 한다. 지난 9월 매장 직원(협력사원) 전용 휴게실이 생기기 전에는 상상하기 힘든 시간이다.
“보통 백화점 판매직원 휴게공간은 통로 쪽 여분 공간에 만들어져요. 어수선하고 비좁으니까 맘 놓고 쉴 수가 없어서 정 힘들면 화장실에 가서 쉬곤 했죠.” ‘힐링 라운지’라는 간판을 달고 문을 연 이 휴게실은 에이케이플라자의 브이아이피(VIP)라운지를 본떠 만들었다. 인테리어와 소파 등을 브이아이피라운지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수면실과 안마의자, 발안마기 등을 구비한 안마실,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카페 바 등도 동일하게 구성했다. “쉬기도 좋아졌지만 무엇보다 우리(판매직원)를 위해서 만든 공간이라는 게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것 같아요.” 김씨처럼 휴게실을 이용하는 판매직원은 분당점과 구로 본점, 원주점을 합쳐 하루 평균 420명. 근무 인원의 64%에 달한다.
성과는 직원들의 만족감뿐만이 아니다. ‘힐링 라운지’를 비롯해 브이아이피 고객에게 제공해오던 힐링 여행, 문화아카데미 강연 등을 판매직원들에게 제공하는 ‘서비스 뉴 스타트’ 프로그램을 도입한 뒤 1년 만에 고객상담게시판의 소비자 불만 접수는 33% 줄었고, 직원 칭찬 사례 접수는 무려 220% 늘었다고 에이케이플라자는 20일 밝혔다. 대표적 감정노동자인 판매직원들에게 ‘귀한 대접’을 하면서 직원들이 스트레스를 풀게 배려하자 고객 서비스의 질 향상으로 돌아온 셈이다.
최근 몇 년 사이 백화점 판매사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과 ‘갑질 논란’으로 불거진 감정노동 문제가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유통업체들은 저마다 감정노동 매뉴얼을 비롯해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잠실점 에비뉴엘은 2014년 개점하면서 판매직원 전용 찜질방식 휴게실을 마련했다. 소금방과 피톤치드방 등의 테마로 10~20명씩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찜질방에 온 것처럼 쉴 수 있게 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점포별로 매달 한 차례씩 ‘스트레스 해소 아카데미’를 연다. 지난달 강남점은 계산원과 식품 판매사원들을 대상으로 전문가를 초빙해 ‘나의 스트레스 관리법’ 강연을 진행했다. 매장에서 따라 할 수 있는 스트레칭과 요가 강좌, 인문학이나 예술 특강을 하기도 한다.
김기봉
에이케이플라자 마케팅전략본부장은 “고객을 직접 만나는 협력사 직원들이 만족해야 고객을 위한 최상의 서비스도 나올 수 있다”면서 “내부 직원이 먼저 만족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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