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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1.05 16:59 수정 : 2018.12.13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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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의 시베리아 추위에도 굴하지 않고 하늘을 향해 선 자작나무숲과 눈 덮인 대평원, 끝 모를 길이만큼이나 많은 이야기를 간직한 아무르강, 러시아 전제정치의 탐욕에 맞서다 유배당한 데카브리스트들의 사랑과 꿈이 담긴 이르쿠츠크. 작가 이광수가 ‘극히 깨끗하고 싸늘한 광경이오’라고 적어놓은 우리 민족의 시원 바이칼호수에서 만나는 선조들의 꿈….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겨울의 심장 바이칼로 떠나는 7박9일간의 여행이 줄 선물이다.

민족의 아픔을 간직한 극동의 유럽 블라디보스토크

‘동방을 지배하라’는 이름을 가진 블라디보스토크가 여행의 출발지이다. 1856년 러시아에 의해 군사항구로 개발된 도시는 1903년 시베리아 횡단열차가 완공되면서 지구상에 존재하는 가장 긴 철도의 종착지이자 출발지로서 명성을 얻었다. 오래도록 군사항구도시로 외부 접촉이 제한된 탓에 극동의 유럽으로 불릴 만큼 유럽풍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인천공항에서 2시간20분. 한반도에서 만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유럽도시이기도 하다.

여행에서 만나게 될 혁명광장은 러시아에는 혁명을 기념하는 장소지만 우리 민족에게는 죽음의 이주를 위해 강제로 끌려나온 가슴 아픈 장소이다. 블라디보스토크 대학로인 아르바트 거리, 블라디보스토크 전경을 볼 수 있는 독수리전망대, 독일군과 전쟁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 잠수함을 개조한 박물관, 북한의 모양을 닮은 북한섬을 간직한 루스키섬 등을 돌아본다. 선조들이 마을을 이루고 살던 한인촌도 빼놓을 수 없는 장소다.

시베리아 횡단열차는 모스크바까지 9288km를 달린다. 바이칼호수의 관문도시 이르쿠츠크까지만도 4100km에 이른다.
안중근을 추모하며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다

1909년 10월22일 안중근 의사는 블라디보스토크역에서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탑승했다. 하얼빈으로 가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26일 하얼빈역에서 울린 총성은 안중근 의사가 “다시 돌아오지 않겠다”고 한 약속을 지켰다는 신호였다.

시베리아 횡단열차는 모스크바까지 9288km를 달린다. 이번 여행의 목적지 바이칼호수의 관문도시 이르쿠츠크까지만도 4100km에 이른다. 2박3일 약 70시간이 소요되는 열차 여행은 왜 시베리아가 ‘잠들어 있는 땅’인지 알게 하는 시간이다. 차창을 통해 만나는 시베리아 평원과 자작나무숲, 얼어도 흐름을 멈추지 않는 아무르강과 우수리강의 도도한 몸짓 등 좀처럼 만나기 힘든 풍경은 사색의 기회를, 주요 정차역에서 만나게 될 러시아 노점 상인들과의 대화는 삶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사랑하게 된다’는 말이 있다. 열차 안에서 이뤄지는 인문학(1차 신준환 동양대 산림비즈니스학과 교수, 2차 류한수 상명대 역사콘텐츠학과 교수) 강의는 시베리아와 바이칼에 품었던 막연한 동경을 구체적인 사랑으로 바꿀 수 있는 기회다.

이르쿠츠크 시내 바가야블레니어 사보르와 빠보프 동상
못 다한 혁명이 이룬 문화와 사랑의 도시 이르쿠츠크

이르쿠츠크는 1661년 나무 성을 지어 몽골·중국과 교역지가 되면서 시베리아의 중심도시로 성장했다. 바이칼호수의 물이 바다로 흐르는 유일한 통로인 안가라강 연안에 자리 잡고 있다. 러시아가 모피와 금을 확보하기 위해 시베리아 확장 정책을 펼치면서 ‘우리의 동인도’로 불릴 만큼 기회의 땅이었지만 18세기 이후 모피의 가치가 떨어지고 혹독한 날씨와 변방이라는 지리적 위치 등으로 강제노동과 유배의 도시로 변모했다.

1825년 니콜라이 1세 제위식 현장에서 농노제와 전제정 폐지를 외쳤던 데카브리스트(12월 당원)들도 혁명에 실패한 뒤 시베리아 유형의 길에 올라야 했다. 유형을 끝낸 데카브리스트들이 정착하면서 이르쿠츠크는 ‘시베리아의 파리’로 불릴 만큼 문화를 발전시켰다. 데카브리스트의 삶은 톨스토이의 소설 <전쟁과 평화>에도 오롯하게 담겨 있다. 주인공 안드레이 발콘스키의 실제 모델이던 세르게이 발콘스키 공작의 집을 만날 수 있는 곳이 이르쿠츠크다. 쇼핑가와 산책로로 조성한 ‘130 크바르탈 지구’는 이르쿠츠크시가 350주년을 기념해 전통목조주택을 복원한 지역이다. 오밀조밀하고 예쁜 건물에 카페, 공예품점이 몰려 있어 관광객은 물론 현지인들에게도 인기다.

보도에 그어진 초록색 줄을 따라가면 2~3시간 동안 유서 깊은 건축물과 기념물, 박물관, 극장, 광장, 동상을 만날 수 있다.

바이칼은 최대 수심 1637m, 면적은 제주도의 17배에 이르는 3만1722km²로 1년에 2cm가 넓어지는 살아 있는 호수다.
아! 바이칼

시베리아의 진주, 세계의 저수지. 아시아 최대 호수, 지구의 푸른 눈…. 바이칼의 풍광에 쏟아지는 세계인의 찬사다. 최대 수심 1637m, 면적은 제주도의 17배에 이르는 3만1722km². 1년에 2cm가 넓어지는 살아 있는 호수다. 하늘과 통하는 기가 아시아에서 가장 강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호수 주변의 샤머니즘 상징물인 ‘세르게’와 ‘잘라아’는 우리나라 장승과 성황당의 오색기와 유사하다. 바이칼 원주민인 부랴트족의 생김새 역시 우리와 다르지 않다. 미국 아모리대학은 부랴트인과 한국인이 유전적 차이가 없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바이칼에서도 기가 가장 강한 부르한바위에는 금강산의 ‘선녀와 나무꾼’과 유사한 전설이 전한다. 선녀 3명이 백조로 변해 바이칼호수를 찾았다. 그중 옷을 잃은 선녀가 나무꾼과 결혼해 아들 11명을 낳았다. 이들은 부랴트 11개 종족의 시조가 됐는데 그중 막내가 고구려 동명성왕이라는 이야기가….

바이칼은 겨울이 되면 자동차가 다닐 수 있을 정도로 두꺼운 얼음이 언다. 그 위를 자동차로 달리며 평상시 접근할 수 없는 지역까지 둘러보는 재미가 있다. 부르한바위 아래 동굴은 겨울에만 갈 수 있다. 수심 감싼 거대한 설산과 바다를 닮은 거대한 호수가 함께 만들어내는 풍광은 감동과 함께 많은 생각을 갖게 한다.

알혼섬에서는 부랴트족의 마을인 후지르 마을과 부르한바위, 사자바위, 악어바위, 하보이곶 등을 둘러본다. 옛 유배지 흔적이 남아 있는 페시안카 부두도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특히 알혼섬의 별맞이는 잊지 못할 감동을 선사한다.

바이칼이 우리 문학에 최초로 등장한 건 이광수의 <유정>이다. 소설은 ‘인제 바이칼에 겨울의 석양이 비치었소. 눈을 인 나지막한 산들이 지는 햇빛에 자줏빛을 발하고 있소. 극히 깨끗하고 싸늘한 광경이오. 아듀! 이 편지를 우편에 부치고는 나는 최후의 방랑의 길을 떠나오. 찾을 수도 없고, 편지 받을 수도 없는 곳으로…’라며 시작한다. 한때 독립운동에 관여했다 친일파로 변신한 이광수는 주인공 최석의 방랑을 통해 무엇을 말하려던 것일까?

한겨울이 가기 전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겨울의 심장 바이칼로 떠나자. 7박9일 일정이 삶의 쉼표를 넘어 새로운 출발을 향한 느낌표를 선물한다.

2019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겨울의 심장 바이칼을 가다!
출발: 2019년 1월31일
마감: 선착순
문의: 02-732-2070, http://cafe.naver.com/han2015han/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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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콘텐츠는 한겨레테마여행이 지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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