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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5.07 11:26 수정 : 2019.05.07 14:56

정현 씨는 힘들 때면 초음파 사진을 꺼내서 혼자 예랑이를 키우겠다고 다짐했던 순간을 떠올린다. 사진=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119 희망 아이 캠페인>1살부터 19살까지 아이들의 꿈을 한겨레·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함께 응원합니다.

정현 씨는 힘들 때면 초음파 사진을 꺼내서 혼자 예랑이를 키우겠다고 다짐했던 순간을 떠올린다. 사진=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5년 전, 열아홉 살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정현(가명·24) 씨는 예상치 못한 세상을 마주하게 됐습니다. 예랑(가명·6) 이를 가지게 된 것이었습니다. 사랑만 받고 자라도 모자랄 아이는 정현 씨와 남자친구에게 각각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아이가 생겼지만 아빠로서 의무감은 없었고 여전히 철없이 술과 노는 것을 더 좋아하는 열아홉 살이었습니다. 남편의 역할은커녕 여자 문제로 속을 썩이다 못해 연락이 서서히 끊기는 남자친구를 보자 살아갈 길이 막막하게 느껴졌습니다. 대학 새내기가 된 친구들이 SNS에 올리는 소식을 보고 있으면 세상에 홀로 남겨진 느낌이었습니다. 아이를 지울까 망설였지만 뱃속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태동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아이를 차마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배가 점점 불러와 혼자 움직이는 것도 버거웠지만 정현 씨가 도움을 청할 곳은 없었습니다. 정현 씨의 부모님은 어렸을 적 이혼 후 각자 새로운 가정을 꾸렸기 때문입니다. 정현 씨는 새로운 두 가정 그 어디에도 속할 수 없었습니다.

‘비로소 생긴 내가족’

다행히 정현 씨는 한부모 시설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예랑이를 출산했습니다. 처음 품에 예랑이를 안았던 순간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고 합니다. 잠시나마 예랑이를 지우려 생각했던 순간이 생각나 아직도 미안한 마음이 남아 있습니다. 예랑이가 생기고 난 뒤 정현 씨는 비로소 ‘내 가족’이 생겼다는 위안을 받았습니다.

정현 씨와 예랑이가 머무는 한부모 시설은 자립을 준비하는 곳으로 3년이 되면 예외 없이 세상 밖으로 나가야 합니다. 사진=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2017년 5월, 스물두 살이 된 정현 씨는 예랑이와 함께 서울의 한 한부모 시설에 입소했습니다. 화장실 하나, 방 한 칸이 전부였지만 정현 씨와 예랑이에게 ‘우리만의 세상’이 시작됐습니다. TV, 세탁기, 냉장고는커녕 전자레인지도 없이 텅 빈 방이었지만 엄마가 된 정현 씨는 좌절하지 않았습니다. 생활에 필요한 가전제품은 월급을 탈 때마다 하나씩 저렴한 제품으로 들였습니다.

처음엔 정현 씨도 초보 엄마라 예랑이를 키우는 것이 서투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예랑이 어릴 때는 기저귀 가는 것도 어설펐어요. 엄마 힘든 거 알았는지 잘 울지도 않더라고요.” 육아의 모든 순간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할 때도 많았습니다. 예랑이가 갑자기 밤새 울기도 했고 열이 펄펄 끓기도 했습니다. 그때마다 한부모 시설에 계시는 선생님과 같이 한부모 시설에서 생활하는 언니의 도움을 받아 예랑이를 키워가고 있습니다.

올해 6살이 된 예랑이는 엄마의 마음을 알기라도 하는지 엄마가 일하러 갈 때면 칭얼거리지도 않고 혼자서도 잘 놉니다. 사진=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혼자 아이를 키우는 주변의 시선은 아직 따뜻하지 않습니다. “동네 나가면 아줌마, 아저씨들이 ‘동생이야? 몇 살?’ 물어봐요. 그러면 ‘동생 아니고 딸이에요’하면 괜히 안쓰럽게 쳐다보세요. ‘애가 애를 낳았네’라고도 하세요. 지금은 아무렇지 않지만 예전엔 그럴 때면 많이 의기소침했어요.”

한부모 가족을 바라보는 시선이 차가워도 정현 씨는 예랑이를 생각하며 꿋꿋하게 버틸 수 있었습니다. 시선보다 중요한 것은 정현 씨와 예랑이 둘뿐이라는 믿음이 더 단단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아이에게 부족함 없이 하고 싶은 걸 해주고 싶은 마음이 정현 씨를 버티게 하는 원동력입니다.

정현 씨는 한부모 시설에서 나가게 되면 지낼 곳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는 중입니다. 한부모 시설에서 지내는 기간 동안 최대한 저축해야 합니다. 사진=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정현 씨가 ‘우리만의 세상’을 지키기 위해 처음 선택한 직업은 텔레마케터였습니다. 직장 동료들이 퇴근 후 회식을 하러 갈 때도 발걸음을 재촉하며 퇴근길 지하철에 올랐습니다. 강도 높은 업무였지만 예랑이를 생각하며 버텼고 이직 한 번 없이 꾸준하고 성실하게 일했습니다. 그러나 입에 담을 수 없는 상사의 지속적인 폭언을 견딜 수 없어 회사를 그만두게 됐습니다. 현재는 잠시 쉬는 기간을 갖고 새로운 일자리를 찾고 있습니다.

씩씩한 정현 씨에게도 걱정이 생겼습니다. 예랑이와 현재 머무는 시설에서 나가야 하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제 1년 후에 시설에서도 나가면 한부모 가정 지원 대상에서도 탈락이래요. 아이와 자립하려면 한부모 시설에서 지내는 기간에 최대한 저축해야 해요.”

예랑이는 한창 엄마 품이 좋을 나이지만 엄마가 일을 하러 갈 때면 혼자서도 잘 지냅니다. 한부모 시설 내 선생님과도 잘 어울리는 활달한 성격을 가진 아이입니다. 덕분에 정현 씨는 일을 하러 가는 길이 조금 덜 미안합니다. 사진=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현재 살고 있는 곳은 저소득 여성 한부모들이 사회 자립 전 마지막으로 거주할 수 있는 시설입니다. 3년을 채우면 예외 없이 세상 밖으로 나가야 합니다. 정현 씨 가족에게는 딱 일 년의 시간밖에 없습니다. 정현 씨가 예랑이 엄마로 자립할 수 있도록 모녀에게 힘을 보태주세요. 두 모녀가 자립하는 데 필요한 금액은 1000만 원입니다. 모아주신 후원금은 정현 씨와 예랑이가 자립해 안정적인 거처를 얻는데 사용됩니다.

<119 희망 아이 캠페인>1살부터 19살까지 아이들의 꿈을 응원하는 희망 캠페인입니다.4월부터 12월까지 한겨레·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아이들의 꿈을 함께 응원합니다.우리의 미래인 아이들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따뜻한 손을 내밀어 주세요.

■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후원계좌 658-590110-14579(국민은행)■초록우산어린이재단 후원전화 ☎ 02-1588-1940■초록우산어린이재단 한겨레 독자 후원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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