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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희씨와 지은이가 자전거를 타고 달릴 수 있는 날이 올까요? 사진=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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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희망 아이 캠페인>1살부터 19살까지 아이들의 꿈을 한겨레·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함께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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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희씨와 지은이가 자전거를 타고 달릴 수 있는 날이 올까요? 사진=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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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까만 해도 아침이었는데 벌써 저녁이야”
맑고 화창한 주말 오후, 하루 종일 잠을 자고 있던 진희씨(가명·50)가 잠시 눈을 떴을 때, 딸 지은(가명·11)이가 말했습니다. 주말이면 지은이의 손을 잡고 캠핑도 다녔고 여행도 다녔습니다. 행복했던 시간은 집안 곳곳에 사진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랬던 진희씨가 요즘 가장 바라는 것은 지은이가 씽씽 달릴 수 있도록 자전거 타는 법을 알려주는 것입니다.
진희씨에게는 사진작가라는 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결혼을 하면서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남편은 결혼 초부터 가정에 소홀했고 경제활동을 일절 하지 않았습니다. 진희씨는 가족들을 책임지기 위해 사업을 시작했지만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가족을 위해 일했지만 빚은 고스란히 진희씨만의 몫이었습니다. 지은이가 100일이 되었을 무렵, 가장으로서 무능한 남편의 모습을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이혼을 결심했습니다. 남편은 이혼 후 기다렸다는 듯 연락이 끊겼고 위자료와 양육비도 받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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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 곳곳에는 진희씨와 지은이가 쉬는 날이면 함께했던 추억들이 사진으로 남아있습니다. 사진=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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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이 갓 지난 지은이를 두고 생활전선에 뛰어들었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며 아이를 돌보기 어려웠기 때문에 노점상, 택배, 대리운전, 식당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했습니다. 바쁘게 일하는 동안에도 지은이가 혹시나 엄마의 사랑을 느끼지 못할까, 아빠의 빈자리를 느끼지 않을까 걱정이 됐습니다. 일에 지쳐 하루 종일 쉬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쉬는 날이면 지은이와 맘껏, 온 힘을 다해 놀아주었습니다.
진희씨의 노력에도 빚은 줄어들지 않았고 파산면책을 통해 사업 실패 빚을 탕감했습니다. 하락된 신용등급으로는 은행 대출이나 신용카드 발급 등 기본적인 신용거래가 불가능했습니다. 생활비를 감당하지 못해 결국 비싼 이자를 부담하는 대부 업체에 손을 빌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시 빚더미에 앉으며 시작된 악순환은 유일한 자산이었던 진희씨의 건강마저 악화시켰습니다. 2년 전, 섬유근통이 발병했습니다. 진통제로 통증을 억제하고 있지만 진통제가 잘 맞지 않아 구토, 메스꺼움 등 통증을 온몸으로 견디고 있습니다. 불행은 연이어 다가왔습니다. 극심한 빚 독촉이 더해져 스트레스가 나날이 늘었습니다. 이로 인해 갑자기 오른 혈압은 약으로도 도통 조절되지 않았습니다. 정밀 검사 결과 폐쇄형 심장 비대로 인한 혈압 상승으로 수술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심장비대는 심장의 근육이 두꺼워져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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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희씨가 병원에 갈 때면 이웃들이 지은이를 돌아가며 봐주고 있습니다. 평소 이웃을 돕던 일이 지은이네 가정으로 다시 돌아오고 있습니다. 사진=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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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진희씨는 지은이를 친구 엄마에게 부탁하고 수술대에 누웠습니다. 심장비대로 인한 수술과정에서 심장판막 이상이 발견되어 인공심장박동기를 삽입하는 수술을 하게 됐습니다. 당장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인공심장박동기를 바꿔주어야 합니다.
최근에는 몸에 힘이 너무 없어서 병원에서 검사한 결과, 부신 기능이 정상 범위의 경계치 이하로 낮아 일상생활 자체가 어려운 상태였습니다. 지은이를 돌보는 일도 쉽지 않습니다. 지은이는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저체중으로 허약했습니다. 11살인 지은이의 키는 146cm인데 몸무게는 29kg입니다. 또래들보다 10kg 적은 체중입니다. 한창 맛있는 거 많이 먹고 신나게 뛰어놀며 쑥쑥 커야 하는 지은에게 따뜻한 밥을 챙겨주지 못해 미안한 진희씨는 “집에 사발면만 가득해요”라며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지은이는 엄마에게 걱정을 끼치지 않으려 쾌활한 모습을 보이지만 친구들이 학원에 갈 때 같이 가고 싶어 하는 것을 보면 진희씨는 또 마음이 아픕니다.
진희씨의 걱정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는 것은 지은이네를 온 마을이 돕고 있기 때문입니다. 진희씨는 건강했을 때 지은이와 친구들을 데리고 자주 체험학습을 다녔습니다.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아이들을 위해 학교폭력위원회 학부모위원으로 활동했습니다. 지은이 또한 엄마를 닮아 주민센터 봉사단을 활동했습니다. 그동안 지은이네가 이웃에게 도움을 주며 봉사활동했던 것들이 다시 가정으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진희씨가 병원에 있는 동안 서로서로 지은이를 돌봐주어 지은이네가 다시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지은이가 군것질을 잘 안 해요. 그러다가 정말 가끔 ‘엄마! 나 이거 먹고 싶어!’라고 말하면 제가 ‘지은아, 미안한데~’라고 말하게 돼요. ‘사줘, 먹고 싶단 말이야’라고 차라리 떼를 쓰면 나을 것 같은데 ‘알았어, 안 먹어도 괜찮아’라고 말해요. 그럴 때마다 지은이가 너무 많은 것을 알아버린 것 같아서 마음이 찢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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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희씨는 지은이가 선물한 카드를 보고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사진=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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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초등학교 4학년, 어린 나이에 마음이 훌쩍 커버린 것만 같아 진희 씨는 마음이 아픕니다. 지은이는 엄마가 힘든 걸 아는지 속 한 번 썩이지 않았습니다. 얼마 전 어버이날에는 예쁜 분홍색 편지를 건넸습니다. 지은이에게는 소중한 5,000원이 하트 모양 스티커로 꼭 붙여져 있었습니다. 친구들과 놀고 싶은 마음을 꾹 참았을 게 분명합니다. 편지에는 “저는 좋은 엄마를 만났습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항상 지은이에게 못해주는 것이 많아 미안한 엄마는 지은이의 카드를 받고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지은이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특수분장사가 되는 것입니다. 진희씨는 자신이 포기해야만 했던 꿈을 지은이만큼은 이룰 수 있길 바랍니다. 지은이는 그림을 그리고 무언가를 만들고 꾸미는 걸 좋아한다고 합니다.
“하루는 학교에서 돌아왔는데 팔에 큰 상처가 있는 거예요. 깜짝 놀라서 물어봤더니 지은이가 팔에 그림을 그린 거였어요. 특수분장사가 되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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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희씨가 병원에 갈 때면 이웃들이 지은이를 돌아가며 봐주고 있습니다. 평소 이웃을 돕던 일이 지은이네 가정으로 다시 돌아오고 있습니다. 사진=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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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의 꿈을 응원해주고 싶지만 현실은 매월 지급받는 수급비로 빚과 월세를 갚기 바쁩니다. 매월 20만 원 이상의 적자가 발생합니다. 이번 달은 다음 수급비가 들어오기 전까지 2만 원으로 생활해야 합니다.
진희씨는 매일 밤 심장박동이 떨어지는 느낌을 안고 잡니다. 어느 날 훌쩍, 지은이만 세상에 덩그러니 남게 될까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습니다. 따뜻한 아침밥을 차려 맛있게 먹는 것이 작은 소원이라고 말하는, 마음이 훌쩍 커버린 지은이와 지은이 엄마가 건강하게 오래 행복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주세요. 모아주신 후원금은 지은이네 가족이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게 사용될 예정입니다.
<119 희망 아이 캠페인>1살부터 19살까지 아이들의 꿈을 응원하는 희망 캠페인입니다.4월부터 12월까지 한겨레·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아이들의 꿈을 함께 응원합니다.우리의 미래인 아이들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따뜻한 손을 내밀어 주세요.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후원전화 ☎ 02-1588-1940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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