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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7.09 09:36 수정 : 2019.08.13 15:52

유민이네 집은 골목의 끝에 있습니다. 겹겹이 쌓인 짐, 빛이 들어오지 않는 집. 그래도 유민이는 무서워하지 않고 씩씩하게 지냅니다. 사진=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119 희망 아이 캠페인>1살부터 19살까지 아이들의 꿈을 한겨레·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함께 응원합니다.

유민이네 집은 골목의 끝에 있습니다. 겹겹이 쌓인 짐, 빛이 들어오지 않는 집. 그래도 유민이는 무서워하지 않고 씩씩하게 지냅니다. 사진=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이곳에는 규칙이 있어요. 절대 밖으로 나가면 안 돼요. 크고 무서운 거미가 위협해도 용감하게 맞설 수 있어야 해요. 빛이 들어오지 않아 어두워도 용감한 기사는 무서워하면 안돼요. 할머니를 지켜드려야 해요. 큰소리를 내서도 안 돼요. 악당이 저희를 발견하면 안 되니까요.”

주변을 지나치며 흔히 볼 수 있는 골목, 그 골목의 끝에는 유민(7·가명)이네가 있습니다. “우리 집에는 거미가 많아요!” 유민이가 증조할머니(79)와 함께 집으로 들어가며 한 첫 마디였습니다. 거미와 바퀴벌레가 많아 눈에 보여도 유민이는 더 이상 놀라지 않습니다. 1층이지만 빛이 잘 들어오지 않습니다. 거실을 사이에 두고 유민이의 방과 마주하고 있는 방에는 또 다른 가정이 살고 있습니다. 유민이와 증조할머니에게 허락된 공간은 딱 한 칸입니다.

유민이가 공부를 할 때면 할머니는 허리가 아파도 누울 수 없습니다. 공간이 비좁아 앉아 있어야 합니다. 사진=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딱 이만큼, 우리가 빌린 방은 여기 한 칸이에요. 저쪽 방은 공부하는 사람이 있어서 유민이가 거실에 나가는 것도 눈치가 보여요.”

주방과 화장실은 공동으로 사용합니다. 방 안에는 2층 침대 하나가 놓여있습니다. 침대는 몇 안 되는 유민이의 장난감, 살림을 올려놓아 누울 공간도 없습니다. 유민이가 방 안에서 책이라도 읽으면 자리가 비좁아 할머니가 누울 수조차 없습니다. 두 명이 제대로 된 생활을 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란 공간입니다. 대화를 하거나, TV를 트는 것, 뛰는 것도 조심해야 합니다. 화장실 입구는 다른 짐들로 가로막혀있어 다리가 아픈 할머니가 이용하기에는 한없이 불편합니다. 거실은 공용 공간이라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할머니는 생활하면서 가장 불편한 점은 비좁아 답답한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유민이의 엄마와 아빠는 19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유민이를 낳았습니다. 유민이의 엄마는 미혼모 시설에서 유민이를 낳고 키우다 한 살이 될 무렵, 공부를 하겠다며 유민이를 아빠에게 맡기고 연락을 끊었습니다. 워낙 어릴 때 헤어졌기 때문에 유민이는 엄마에 대한 기억이 없습니다.

화장실 입구는 짐으로 막혀있어 다리가 불편한 할머니가 이용하기 매우 힘듭니다. 사진=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유민이가 증조할머니와 살게 된 과정도 순탄하지는 않았습니다. 증조할머니는 유민이를 처음 만난 순간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엄마랑 떨어져서 살기에는 너무 어린데, 유민이 아빠랑 할아버지가 유민이를 데리고 왔어요. 키워달라고. 나도 몸이 아픈데 이렇게 어린애를 어떻게 키우냐며, 시설에 데리고 가라고 했어요.”

유민이가 처음 증조할머니한테 왔을 때, 할머니 허리의 큰 상처가 막 아물기 시작할 때였습니다. 할머니는 허리를 크게 다쳐 갈비뼈를 잘라내 척추를 세우는 큰 수술을 진행했습니다. 할머니의 상황도 여의치 않았기 때문에 보육시설에 데려다 주라는 모진 말을 하며 유민이를 밀어내려고 했습니다.

연락이 끊긴 엄마, 돌볼 수 없는 아빠, 결국 유민이를 맡을 사람이 없어 증조할머니가 유민이를 기르게 되었습니다. 이후 유민이 할아버지는 심장마비로 돌아가시게 됐습니다. 현재 유민이 아빠는 일하는 곳에서 제공된 숙소에서 생활합니다.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일을 꾸준히 할 수 없어 경제적 상황도 좋지 못합니다. 유민이가 유일하게 아빠를 만날 수 있는 방법은 2~3개월에 한 번씩 오는 전화 또는 한 번씩 찾아올 때 보는 게 전부입니다.

날씨가 좋지 않아 밖으로 나갈 수 없을 때면 장난감이 유민이의 유일한 친구입니다. 사진=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유민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할머니와 함께 놀이터에 가서 뛰어노는 시간입니다. 작은방에서는 떠들지도 마음껏 움직이지도 못합니다. 추운 날이든 더운 날이든 인근 놀이터에서 노는 것이 유민이의 유일한 즐거움입니다. 방에 앉아 움직이지 않고 숨죽이고 있는 것은 일곱 살 아이가 견디기에는 힘든 상황입니다. 그래도 유민이는 자신이 큰 소리를 내면 할머니가 힘들다는 걸 아는지 소근소근 재잘재잘 할머니에게 곧잘 얘기합니다.

유민이는 활달한 성격을 가졌습니다. 사람들을 좋아해 낯도 가리지 않고 말도 잘 걸고 친화력도 좋습니다. 동네 할머니들이 모여 앉아 있으면 스스럼없이 다가가 요구르트를 하나씩 나눠드릴 줄도 압니다. 마냥 해맑은 유민이에게도 걱정은 있습니다.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지붕인 증조할머니가 하룻밤 사이에 유민이의 곁을 떠날까 걱정입니다. 증조할머니가 아플 때면 “할머니, 하늘나라 가면 안 돼”라고 눈물이 그렁그렁 한 채 걱정합니다.

유민이네는 증조할머니의 연금과 후원금을 합해 약 70만 원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마저도 공과금과 의료비, 주거비를 이체하고 나면 여유가 없습니다. 증조할머니가 유일하게 의지했던 넷째 숙조부. 숙조부는 할머니와 유민이와 함께 지낼 집을 계약하려던 도중 건강 악화로 할머니의 곁을 떠났습니다. 국민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을 했으나, 부양의무자인 자녀들과 손주들로 인해 미선정 됐습니다. 남은 친인척들은 알코올 중독, 사업 실패 등으로 증조할머니를 도울 수 없습니다.

유민이의 꿈은 세 가지입니다. “어른이 되어서 크레인을 운전하고 싶어요. 크레인을 운전해서 할머니, 아빠랑 함께 살 큰 아파트를 짓고 싶어요! 마지막 꿈은 아빠가 되는 거예요!”

초등학교에 입학을 앞둔 유민이는 꿈꾸고 있는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많습니다. 사진=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유민이는 내년이면 초등학생이 됩니다. 입학식에 할머니와 같이 손잡고 함께 가는 날만을 꿈꿉니다. 유민이와 증조할머니가 불편하지 않고 안전한 거처를 얻을 수 있도록 힘을 보태주세요. 유민이가 마음껏 뛰어놀 수 있도록, 유민이의 세 가지 꿈이 이뤄질 수 있도록 응원해주세요. 모아주신 후원금은 유민이와 증조할머니가 안정적인 거처를 얻는데 사용됩니다.

<119 희망 아이 캠페인>1살부터 19살까지 아이들의 꿈을 응원하는 희망 캠페인입니다.4월부터 12월까지 한겨레·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아이들의 꿈을 함께 응원합니다.우리의 미래인 아이들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따뜻한 손을 내밀어 주세요.

■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후원계좌 658-590110-14579(국민은행)■초록우산어린이재단 후원전화 ☎ 02-1588-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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