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9.10 09:15
수정 : 2019.10.02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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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는 수지의 뒷모습만 봐도 미소가 절로 지어집니다. 사진=박지만(Studio3rdBas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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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희망 아이 캠페인>1살부터 19살까지 아이들의 꿈을 한겨레·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함께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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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는 수지의 뒷모습만 봐도 미소가 절로 지어집니다. 사진=박지만(Studio3rdBas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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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에 다시 아빠가 됐습니다’
희민(60·가명)씨는 딸이 4살이 되었을 무렵 아이를 혼자 키우기 시작했습니다. 혼자 아이를 키우는 일은 쉽지 않았고 그때마다 술과 담배가 늘었습니다. 그러나 아이가 커가는 모습을 보며 술 담배도 점차 많이 줄였습니다. 시간이 흘러 희민 씨의 딸이 수지를 낳으면서 할아버지가 되었습니다. 손녀 수지(3· 가명)는 엄마의 품에 제대로 안기지도 못하고 할아버지의 손에 맡겨졌습니다. 어쩔 수 없이 희민씨는 할아버지이자 손녀의 아빠 역할을 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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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에게 낡은 집의 문턱은 높기만 합니다. 할아버지는 손녀가 문턱에 걸려 넘어질까 매일 걱정합니다. 사진=박지만(Studio3rdBas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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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개월 아기 수지와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생계를 위해 40년 정도를 배를 탔는데, 일이 힘든 만큼 허리디스크, 당뇨, 혈압, 위장 장애 등 여러 질병을 얻었습니다. 굽은 어깨, 마른 체형 그리고 틀니를 착용하고 있어 식사에도 어려움이 많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정부 보조금으로 생활하는 할아버지에게 수지를 양육시설로 보내라고 권유했습니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차마 갓 태어난 아기를 시설에서 가족 없이 자라게 둘 수 없었습니다. 이제는 곧잘 걸어 유일한 가족인 할아버지를 졸졸 따라다닙니다. 할아버지는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손녀가 누인 자리는 불편할까, 혹여 엄마 아빠를 찾을까. 할아버지는 수지를 키워오며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하지만 수지의 까르륵거리는 해맑은 웃음소리에 오늘도 힘을 얻습니다. 할아버지는 머리에 하얀 눈이 더 내리고, 눈가와 손등의 주름이 고목나무처럼 더 깊고 거칠어져도 시간이 허락하는 데까지 수지를 가족의 울타리 안에서 키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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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는 수지가 기저귀를 떼면 혼자 화장실을 사용해야 하는데 깜깜하고 낡은 화장실이 무서울까 걱정됩니다. 사진=박지만(Studio3rdBas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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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작은 집, 할아버지와 수지의 유일한 공간’
작은 시골마을에서 24개월, 아직 기저귀를 떼지 못한 어린아이를 받아주는 어린이집은 없습니다. 그래서 수지는 하루 종일 할아버지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수지가 지내는 공간에는 모빌과 헝겊 인형 몇 개 외에는 변변한 장난감이 없습니다. 방문의 문턱이 수지에게는 아직 높아 자꾸 걸려 넘어지고, 낡은 문이 단열과 방음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해 더위와 추위, 벌레를 막아주지 못합니다.
지은지 45년이 된 낡은 집은 세월의 흔적을 그대로 지니고 있습니다. 여기저기 금이 간 벽과 오래 썩어서 부서진 지붕의 물받이, 화장실과 욕실도 외부에 있습니다. 15년된 보일러는 겨우내 잦은 고장으로 수지를 씻길 때마다 감기라도 걸릴까 전전긍긍하다가 최근 교체를 했습니다.
욕실과 화장실이 밖에 있어 매번 화장실을 가거나 욕실을 갈 때는 신발을 신고 밖에 나가야 합니다. 추운 겨울이나 비가 오는 날이면 비를 맞지 않기 위해 수지를 안고 뛰어야 합니다. 집 바깥에 있는 화장실과 욕실은 곰팡이가 푸르게 피어있습니다. 욕실 내부에도 타일이 깨져 있습니다. 고장이 나 물이 새던 변기는 최근에서야 고칠 수 있었습니다.
할아버지는 혹시라도 곰팡이가 손녀에게 안 좋은 영향을 끼칠까 부엌에서 씻기고 있습니다. 수지가 기저귀를 뗄 무렵이면 외부에 있는 화장실을 가야 합니다. 할아버지는 깜깜한 화장실에서 수지가 다치기라도 할까, 무서워하지는 않을까 그것도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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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의 바람은 수지가 건강하게만 자라주는 것입니다. 사진=박지만(Studio3rdBas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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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만 건강히 자라주면 저는 여한이 없습니다.”
할아버지는 수지를 등에 태우고 마당을 거닐며 노래를 흥얼거립니다. “굽은 어깨너머 이만큼의 세상 밖에 못 보여줘서 미안해”라고 속으로 생각합니다. 할아버지는 좀처럼 길게 떼쓰고 우는 일도, 잔병치레도 없이 잘 자라준 수지에게 해줄 것이 많지 않아 늘 마음이 아픕니다. 곤히 잠든 수지를 바라보고 있으면 물 안개가 자욱한 듯 보이지 않는 내일에 눈물을 짓기도 합니다.
“좋은 장난감도 못 사주는 가난한 할아버지라서 어쩌나, 내가 몸이 성치 않아서 어쩌나, 크게 아프기라도 하면 어쩌나, 나중에 사춘기라도 겪을 땐 어떻게 해야 하나...” 해맑게 웃는 수지를 보며 할아버지는 걱정이 앞섭니다.
24개월인 수지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트로트입니다. 할아버지가 즐겨 듣는 노래를 가장 좋아하게 된 수지. 할아버지가 튼 신나는 트로트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재롱을 부리는 모습을 보며 내일의 생계 걱정을 잠시 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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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와 할아버지의 행복한 시간을 붙잡을 수 있을까요? 사진=박지만(Studio3rdBas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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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잡고 싶은 시간’
할아버지와 수지의 시계는 반대로 흘러갑니다. 나날이 느려지는 할아버지의 시계와 점점 활기에 찰 수지의 시계. 이 둘에게 허락된 시간은 길지 않습니다. 황혼에 아빠가 된 할아버지의 소원은 최대한 오래 수지를 보살피는 것입니다. 수지의 할아버지는 몸이 불편하지만, 건강을 신경 쓸 여유조차 없이 생활 전선에 뛰어들어야 합니다. 바닷가 작은 시골 마을에 위치한 수지네에 해맑은 웃음소리가 울려 퍼질 수 있게 힘을 모아주세요. 모아주신 후원금은 수지네가 열악한 주거 내부 환경 개선과 안정적인 거주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게 사용될 예정입니다.
<119 희망 아이 캠페인>1살부터 19살까지 아이들의 꿈을 응원하는 희망 캠페인입니다.4월부터 12월까지 한겨레·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아이들의 꿈을 함께 응원합니다.우리의 미래인 아이들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따뜻한 손을 내밀어 주세요.
■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후원계좌 10279071166618(국민은행)■초록우산어린이재단 후원전화 ☎ 02-1588-1940■초록우산어린이재단 한겨레 독자 후원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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