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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1.25 09:07 수정 : 2019.11.25 14:04

강풍을 타고 번진 불에 얼굴 등 온몸이 불에 덴 개가 힘없이 앉아 있다. 김진수 기자.

강풍을 타고 번진 불에 얼굴 등 온몸이 불에 덴 개가 힘없이 앉아 있다. 김진수 기자.

“코코도 우리 가족인데 대피소에 못 들어간다구요? 차라리 노숙할래요”

강원도에서 일어난 산불이 김아무개(63)씨의 집을 덮쳤다. 김씨는 자고 있는 가족들을 급히 깨워 밖으로 뛰쳐나왔다. 6년을 같이 지낸 ‘코코’도 가족에 당연히 포함됐다. 김씨는 대피소로 향했지만 애완동물은 들어갈 수 없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고 절망했다. 급하게 나오느라 이동장도, 사료도 챙기지 못했는데 코코를 밖에 홀로 내버려 둘 수 없었다. 결국 김씨는 대피소를 떠나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친구에게 신세를 지기로 했다.

닥스훈트와 웰시코기를 키우는 신동진(61)씨네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산불때문에 위험하니 대피하라는 긴급재난문자를 받고 작업실 앞에 있었던 강아지들과 아내를 차로 급히 대피시킬 때 용촌 구마을에 불이 번지는 광경을 보았습니다. 몇 가지 물건들을 챙기려고 다시 집에 돌아갔을 때는 이미 집에 불이 번진 상태라 아무것도 챙기지 못하고 대피해야 했습니다.” 신씨도 강아지들과 함께 지낼 곳이 마땅치 않아 화재발생 초기에는 여관에서 묵다가 이후에는 삼포에서 지인이 운영하고 있는 민박집을 얻어서 지냈다.

반려동물 재난 대피의 현주소

반려동물은 대피소에 들어갈 수 없다는 상황이 두 사람에게만 날벼락 같은 일은 아니었다. 소셜미디어 트위터에서도 “우리나라 재난 대피소는 반려동물 동반 불가” 글이 4800회나 언급되며 재난시 반려동물 대처에 대한 우려가 빠르게 퍼져나갔다. ‘동물해방물결’에서는 “사람만 챙기는 국가 재난 대응, 이대로 안된다”는 성명을 발표해 대피소 내 동물 동반 허용을 주장했다.

‘반려동물 1천만 시대’에 들어섰지만 재난시 반려동물을 위한 뚜렷한 대책이 아직까지 마련되지 않았다. ‘애완동물 재난대처법’에 따르면 봉사용 동물 외에 애완동물은 대피소에 들어갈 수 없다. 재난시 자신의 지역 외부에 거주하는 친구 및 친척들에게 애완동물이 머물 수 있는지 알아봐야 한다. 또한 재난으로 인해 자신이 귀가하지 못할 경우 애완동물을 돌봐달라고 이웃이나 친구, 가족들에게 부탁할 것을 권고한다.

5일 오후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인흥리에서 동물권보호단체 케어 회원들이 화재로 인해 부상을 입은 동물들을 치료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미국, 일본 반려동물 대피의 대처는?

코코처럼 가족과 같이 대피했다면 천만다행인 상황이다. 강원도 산불 당시 목줄에 묶여 산불을 피하지 못하고 온 몸의 털이 까맣게 그을린 강아지의 사진은 많은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동물을 유기하고 떠난 사람에 대한 비난만 있었고 딱히 해결책은 없었다. 다른 국가는 재난시 반려동물 대피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미국은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당시 60만 마리의 동물이 구조되지 못한 채 목숨을 잃었다. 25만마리의 유기동물이 발생하며 사회적 관심이 고조됐고 같은 해 9월 법안 상정, 다음 해 대통령 승인으로 ‘반려동물 대피 및 구조 표준행동(PETS ACT)’이 입법됐다. 해당 법안은 각 주에 동물을 포함하는 비상대비 계획을 세우도록 하고 재난 시 동물 구조 및 대피소 설치, 대피 교육 등을 포함하도록 한다.

일본도 반려동물 재난 관리 가이드라인이 정해져 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겪으며 반려동물 동행 대피 권유가 이뤄졌다. 2013년 대피소 내 동물 동반 점진적 허용, 재난시 ‘긴급재해 동물구조본부’ 운영 등을 포함한 ‘반려동물 재난관리 가이드라인’이 마련됐다.

이재민 한연옥(66)씨가 6일 오후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천진초등학교에 마련된 대피소에서 함께 연기와 화마에서 탈출한 반려견 길순이(암컷 5)를 업고 서 있다. 이번 산불 피해현장에서 만난 강아지들 모두는 극심한 스트레스와 불안 증세로 매우 신경이 날카로웠다. 많은 연기와 화상으로 인한 신체적 고통과 검붉은 화마의 공포에서 겨우 살아났기 때문일것이다, 고성/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재난시 반려동물과 동반 대피 위한 준비사항

대피소로 이동했다고 해서 모든 상황이 끝난 것은 아니다. 반려동물을 대피소에서 안전하게 돌볼 수 있게 물품도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미국은 반려동물이 72시간 이상 생존할 수 있는 물품을 항상 비축해야 한다. ‘72시간 생존키트’에는 음식, 물, 약, 캐리어, 위생용품, 장난감 등을 포함 할 것을 권장한다. 이보다 우선시 되는 것은 재난 시 절대로 동물을 두고 가지 않는 것이다. 일본 또한 반려동물을 위한 긴급키트 마련이 의무화됐다. 최소 5~7일 이상 생존할 수 있는 음식, 약, 물, 캐리어, 동물 사진, 장난감 등이 포함되어야한다.

5일 오후 강원도 속초시 장천마을의 한 주택이 불에 녹아 무너져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강원 산불이후로 국내에서도 재난시 반려동물 대피에 관한 문제점이 지적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들이 제시되고 있다. 서울시는 대형 재난·재해 발생시 동물 구조를 전담하는 컨트롤 타워로 소방청과 서울대학교 수의과학대학 유기동물 응급치료센터를 지정할 예정이다. 이들은 재난이나 각종 사고로 생명이 위급한 동물의 이송과 치료를 맡으며 재난 지역내 동물병원의 네트워크 구축 및 치료를 끝낸 동물의 거주 문제 등을 해결할 예정이다. 다만 동물 구조 전담 컨트롤 타워는 서울에서만 한정적으로 운영되며 전국적인 확산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태풍, 산불, 지진 등 재난의 유형이 더욱 다양해지면서, 여러 재난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요구되고 있다. 특히 반려동물 1천만 시대가 도래한 지금, 재난의 피해자가 더 이상 사람에게만 국한되지 않기 때문에 동물 구호에 대한 체계적인 대책 또한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이에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이하 희망브리지)는 재난 발생시, 사람과 반려견이 함께 생존할 수 있도록 동물 구호키트 마련에 힘쓰고 있다.

희망브리지의 반려동물을 위한 동물구호키트

한국펫사료협회가 조사한 반려동물 양육 현황에 따르면 국내 반려인은 1500만명 정도고 반려동물은 1400만 마리에 이른다. 협회는 반려동물 인식표 포함 캐리어, 사료, 사료 그릇, 간식, 휴대용 산소캔, 전용 샴푸 등 응급구호키트를 제작할 계획이다. 1500만 반려인 시대에 반려동물은 반려인에게는 소중한 가족이다. 생명의 우선 순위를 정하는 것보다 많은 생명을 구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강원도 산불 사태가 지났다고 끝이 아니라 재난시 반려동물을 위한 구호 기반이 탄탄하게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 위급할 때 ‘유기’라는 방법을 벗어나 반려동물이 함께 재난시에도 안전하게 공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 콘텐츠는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의 지원으로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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