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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0.20 16:54 수정 : 2019.10.21 11:48

그래픽_김지야

자영업자들 선호 생계형 소형트럭
침체 그늘 짙어지며 판매 증가세

불황지표 ‘포터지수’ 낳은 현대 포터
1~9월 판매 전년동기비 5천대 ↑
베이비부머 조기퇴직 창업 늘며
연말까지 10만대 돌파 예상
지엠·르노 전체 판매량 추월할 듯

봉고·라보·다마스 등 추격해도
포터 독주체제 못 흔들어
연말엔 전기차 모델까지 가세

그래픽_김지야

지난해 퇴직한 김아무개(50)씨는 택배일을 하기 위해 조만간 배달용 차량을 장만할 계획이다. 개인사업자라 초기 구입 비용과 유지비가 적은 차를 물색 중이다. 그는 “소형 화물차가 가성비가 높고 활용성이 뛰어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경기 침체의 그늘이 짙어지면서 생계형 소형 트럭 판매가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현대자동차의 1t 트럭 ‘포터’ 는 7만5천여대가 팔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5천대 이상 더 많다. 지금 추세에다 연말에 전기차 모델까지 가세하면 2017년에 이어 올해 두번째로 10만대 고지를 찍을 것으로 예상된다. 르노삼성과 한국지엠(GM)이 각사가 판매중인 차종을 다 합쳐도 내수시장에서 연간 10만대 판매에 못미치는 것을 고려하면 세단이나 스포츠실용차(SUV)도 아닌 화물차 단일 차종으로 판매 대수가 10만대를 넘는 것은 이례적이다.

1977년 첫 선을 보인 포터는 벌써 40여년의 역사를 지닌 장수 차종이다. 현재 판매중인 ‘포터2’는 2004년 출시된 4세대 모델(완전변경)을 기반으로 한다. 그동안 소형 트럭은 화물차라는 이유로 인해 편의사양이 시대에 뒤떨어져 불편함이 적지 않았다. 가장 최근에 나온 신형은 지난 8월 출시된 ‘2020년형 포터2’다. 이 상품은 4세대 모델의 상품성을 개선한 ‘부분변경’ 모델로, ‘전방충돌방지보조’(FCA)와 ‘차로이탈경고’(LDW) 등의 운전보조장치를 선택 사양으로 갖췄다. 또 주간주행등을 새로 달아 상대편 운전자가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했으며, 질소산화물을 줄이는 요소수 시스템도 새로 적용해 유럽의 강화된 배출가스 규제인 ‘유로6’ 기준을 충족시켰다. 복합연비는 8.9~9.9㎞/ℓ로 기존보다 3.1% 개선됐다.

신형 포터의 가격은 1675만원부터 시작한다. 프리미엄급은 1990만원이다.(후륜구동 초장축 슈퍼캡, 6단 수동변속기 기준) 신형은 기존 모델 가격보다 150만원가량 올랐다. 회사 쪽은 “가격 인상 요인이 적지 않았음에도 생업을 위해 차량을 주로 사용하는 소형 상용차 고객들을 위해 가격 인상을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신차의 출고가가 오르면 판매가 위축되는 경우가 많지만 포터의 수요는 대체로 꾸준한 편이다. 생계형으로 많이 쓰이는 차량의 특성 때문이다. 차명인 ‘포터’(Porter)는 영어로 ‘짐꾼’을 뜻한다.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들이 채소나 과일을 팔거나 이삿짐, 택배, 인테리어, 푸드트럭 등의 수단으로 많이 사용해 업계에선 대표적인 경기 불황 지표로 꼽힌다. 경기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것인데, 소형 트럭 수요는 주로 경제 상황의 악화와 비례하는 경향을 보인다. 일부에선 내수시장에서 전체 차 판매량은 줄어드는데 포터 판매량이 늘어나는 것을 빗대어 포터 판매량과 실물 경기를 연관지어 이른바 ‘포터 지수’로 부르기도 한다. 업계는 최근 베이비부머의 명퇴 시기까지 도래한 가운데 경기 부진으로 조기 퇴직자가 늘어나고 소규모 창업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포터 판매가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포터의 인기는 새삼스럽지 않다. 경기 불황 때마다 ‘서민의 발’로 불리는 이 소형 트럭은 그랜저와 쏘나타 같은 쟁쟁한 승용차를 제치고 여러 차례 ‘베스트셀링카’에 올랐다. 기아차의 소형 트럭 ‘봉고’, 한국지엠(GM)의 경상용차 ‘라보’와 ‘다마스’도 자영업자나 소상공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차량들이지만 포터의 독주에 견줄 정도는 아니다.

포터는 오는 연말 전기차 모델이 출시될 예정이다. 지난 15일 문재인 대통령의 경기 화성시 현대·기아차 기술연구소 방문에 맞춰 공개된 포터 전기차는 1회 충전으로 200㎞를 주행할 수 있다. 포터 전기차가 나오면 승용차에 이어 상용차에서도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가 열릴 수 있다. 포터는 대부분 경유를 연료로 쓰는 탓에 노후 차량일수록 매연을 많이 내뿜는다. 전기차가 등장하면 상용차에 뒤따라붙던 배기가스 논란도 어느 정도 줄 수 있다.

다소 미흡했던 탑승자 보호 장치는 많이 개선됐다. 소형 화물차는 엔진룸 공간이 없는 차량 구조 때문에 보닛이 짧은 특성을 갖고 있다. 이로 인해 충돌 사고 때 충격을 충분히 흡수할 수 없어 한번 사고가 나면 탑승자가 심하게 다치는 사례가 많다. 포터는 15년 만에 차 값이 2배 넘게 올랐지만 현대차는 2016년 8월에서야 새로 출시한 2017년형 포터2 2WD(후륜 구동) 모델에 에어백을 기본으로 장착했다. 이후 4륜 구동과 특장차에도 운전석 에어백을 기본으로 장착하고 동승석 에어백은 선택(옵션) 사양으로 고를 수 있게 했다. 뒤늦게나마 운전석 에어백을 기본으로 탑재한 것은 다행한 일이지만 동승석 에어백을 선택 사양으로 남겨둔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홍대선 선임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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