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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12.09 11:49 수정 : 2018.12.09 20:50

엘지생활건강의 ‘페리오 펌핑치약’

엘지생건 ‘페리오 펌핑치약’-애경 ‘2080 펌핑치약’
점유율, 판매기간 비춰 ‘저명성’ 인정돼야
후발제품이 선발제품 혼동시키는지도 주요 기준
업계 “1등 쐐기 박기 전략” “마케팅 효과 있어”

엘지생활건강의 ‘페리오 펌핑치약’
2013년부터 ‘페리오 펌핑치약’을 판매해온 엘지(LG)생활건강이 지난 7월 ‘2080 펌핑치약’을 내놓은 애경산업을 상대로 “이름 등을 표절했다”며 지난 10월 소가 3억원의 소송을 내면서, 제품 표절을 가늠하는 법적 기준에 대해 관심이 모인다.

두 치약 모두 짜는 대신 누르는(pump) 방식이다. 엘지생건 쪽은 ‘펌핑’(pumping)이라는 단어를 치약 이름으로 내세운 것은 ‘페리오 펌핑치약’이 처음이라고 주장한다. 애경이 압출 방식을 강조하기 위해선 ‘펌프’라고 이름 붙였어야 하는데, 일부러 ‘펌핑’이라는 이름을 사용해 ‘펌핑치약’의 인기에 ‘편승’했다는 것이다. 반면 애경은 ‘펌핑’ 방식 치약은 이미 외국에서 널리 판매되고 있다고 반박한다.

애경의 ‘2080 펌핑치약’
법원 판례를 보면, 그간 법원은 선발 제품이 일반 대중에게 얼마나 알려져 있는지, 또 후발 주자의 이름, 상표, 표지 등 항목들이 원래 제품과 얼마나 혼동할 만한지 등을 기준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해왔다.

먼저 선발 제품의 ‘저명성’을 가늠할 때는 판매 기간이나 시장 점유율 등이 주요한 지표로 받아들여졌다. 지난해 빙그레 ‘바나나맛우유’ 용기와 유사한 모양인 다이식품의 ‘바나나맛 젤리’ 판매에 법원이 제동을 건 게 그 예다. 법원은 ‘바나나맛우유’가 1974년부터 같은 용기와 이름을 사용해왔고, 연 1000억원 넘는 매출을 내며 점유율을 독식하고 있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대다수 소비자에게 ‘바나나 우유’는 빙그레의 ‘바나나맛 우유’를 연상시킨다고 본 것이다.

반면 2014년 팔도의 ‘불낙볶음면’ 이름과 포장이 ‘불닭볶음면’을 모방했다는 삼양식품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당시 법원은 “‘붉닭볶음면’ 판매 기간이 2013년부터라 사용기간이 짧고, 파급력이 큰 티브이(TV) 광고를 하지도 않았다”며 ‘불닭볶음면’의 인지도가 높지 않다고 판단했다.

선발 제품의 ‘저명성’이 인정된다고 해서 끝난 게 아니다. 후발 주자의 이름이나 상표 등이 선발 제품과 혼동을 일으킬 수 있을 정도로 유사해야 한다. 점유율 등 객관적 수치로 뒷받침되는 ‘저명성’보다 비교적 입증이 까다로운 부분이다. 법원은 지난달 ‘제주 한라수’ 상표가 제주도개발공사의 ‘삼다수’를 모방했다고 인정하면서도, ‘한라수’라는 문자의 외관은 ‘삼다수’와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1999년 롯데제과의 ‘롯데 쵸코파이’에 대한 동양제과의 상표 등록 취소 시도가 좌절된 것도 비슷한 예다. 법원은 “‘초코파이’라는 이름 앞에 ‘오리온’이라는 제조사 명칭이 들어가는 데다가, ‘초코파이’ 상표는 20년간 보통명사처럼 돼버렸다”고 봤다.

이같은 판례에 비춰보면, 엘지생건로서는 ‘페리오 펌핑치약’이 오랜 기간 걸쳐 시장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해왔고, 애경의 ‘2080 펌핑치약’이 일반 대중의 혼동을 일으킬 정도로 똑같다는 걸 입증해야 한다. 다만 ‘펌핑’ 상표권 출원을 아직 특허청이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엘지 쪽이 넘어야 할 장벽이다.

소송 내용과 별개로 업계에서는 양쪽의 신경전이 법정 다툼으로 번지는 것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유사제품에 대해서는 소송까지 불사하며 1등 제품 쐐기를 박겠다는 발상”이라고 짚었다. 또다른 관계자는 “소송과정에서 제품이 입소문을 타 대중에 각인되는 ‘마케팅’ 효과를 거두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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