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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3.04 16:15 수정 : 2019.03.04 20:40

한달 구독료 9900원에 도서 구독 제한 없애
밀리의서재·리디북스 이어 예스24·교보문고 가세
서점업 “독서부담 낮춰” vs 출판업 “콘텐츠 양극화”

국내 서점업계 1위인 교보문고가 전자책 무제한 구독 서비스를 개시했다. 출판업계 일각에서는 치열해지는 구독 서비스 경쟁이 콘텐츠 양극화를 자극하고 출판 생태계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교보문고는 4일 월 9900원(첫달 무료)에 전자책 무제한 대여 서비스 ‘샘(sam)무제한’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기존 월정액 서비스인 ‘sam’이 2~12권 대여로 한정되는 데 반해, ‘sam무제한’은 3만1000권을 모두 이용할 수 있다. 13만권 대상인 ‘sam’보다는 아직 제한적이지만, 매달 수천 종씩 추가하겠다는 계획이다.

국내 1위 서점까지 가세하면서 전자책 구독 시장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2017년 이 시장에 첫발을 디딘 스타트업 ‘밀리의 서재’는 최근 배우 이병헌·변요한씨를 광고 모델로 내세우며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섰고, 지난해 11월 온라인서점 1위인 예스(YES)24도 5500원에 무제한 구독 서비스를 개시했다. 교보문고는 한발 늦은 셈이지만, 13만권에 달하는 전자책 데이터베이스로 차별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들 업체들은 전자책 구독 서비스가 정체상태인 도서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전망한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17 국민독서실태조사’를 보면, 한국 성인의 한해 평균 종이책 독서량은 8.3권, 도서 구매량은 4.1권에 그친다. 책 읽기를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는 ‘시간이 없다’는 이유에 이어 ‘책 읽기가 싫고 습관이 들지 않아서’(성인 12%, 학생 21.1%)라는 답변 비중도 컸다. 구독 서비스 업체들은 독서 진입장벽을 낮출 것으로 기대한다.

출판업계에서는 우려의 시선이 교차한다. 구독이 반복적이고 다량으로 일어날 만한 대중서 위주로 시장이 편중되고, 이 경우 사회과학·인문학 서적 등은 외면받는 식으로 콘텐츠 양극화가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대표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도 상당수 전자책은 (종이책에서 변환하는) 직접제작비만큼도 매출이 일어나지 않는데, 구독모델이 전면에 나서면 ‘팔릴 만한’ 전자책 위주로 생산이 편중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 사이에도 우려와 유보적 시각이 엇갈린다. 장동석 출판평론가는 “한국 독자의 독서 패턴이나 환경에 비춰봤을 때 ‘무제한’ 구독 서비스를 이용한다고 해도 독서량이 ‘무제한’에 버금가게 증가할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지연 전 한국출판인회의 전자출판위원장은 “구독 서비스가 구매로 이어지는 ‘미리보기’ 효과를 거둘지, 전자책이나 종이책 시장까지 잠식하는 악영향을 미칠지는 두고 봐야 할것”이라고 짚었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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