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5.26 18:54
수정 : 2019.05.27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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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미 오리온 씨에스아르(CSR)실천부문 윤리경영 총괄파트장. 오리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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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미 오리온 CSR 윤리경영 파트장
질소 부풀린 과자봉지 부력 활용
강 건너는 모습에 포장 개선 시동
“가성비 과자 평가에 매출도 늘어
이해관계자 존중 윤리경영 힘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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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미 오리온 씨에스아르(CSR)실천부문 윤리경영 총괄파트장. 오리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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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9월 대학생들이 국산 과자로 이른바 ‘질소 뗏목’을 만들어 서울 한강을 건너는 모습이 전국에 전해졌다. 과자에 질소가 많아 그 부력으로 배를 띄울 수 있다고 ‘꼬집는’ 내용이었다. 스낵 과자 160여개 묶음으로 만들어진 배는 20대 남성 두 명을 실은 채 30여분 만에 가뿐하게 강을 건넜다.
상당수 소비자는 ‘질소를 샀더니 과자가 따라왔다’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이현미(37) 오리온 씨에스아르(CSR)실천부문 윤리경영 총괄파트장은 ‘질소 뗏목’ 한가운데 밀집된 자사 제품 ‘포카칩’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한해 700~800억원 매출을 내는 효자 제품이 소비자에게는 질타의 대상이 된 거죠. 뼈 아팠습니다.”
오리온은 ‘착한 포장 프로젝트’에 시동을 걸었다. 포카칩 등 20개 제품의 빈공간을 10% 가까이 줄이고 브라우니 제품은 가격 변동 없이 개수를 늘렸다. 원가 증가에 따른 부담은 생산, 유통 등 과정에서 비효율적 요소를 제거하는 방식으로 메꿨다. 물류 조직을 정비해 원재료 수급을 신속하게 하고, 재고일수를 나흘 정도 단축하는 식이었다. 허인철 부회장 주도로 제품 개발, 마케팅, 물류 등 모든 부문이 머리를 맞댄 가운데 이 파트장의 CSR부문은 구심점 역할을 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의견을 수렴한 뒤 내부에 ‘소비자를 중심에 두는’ 작업의 중요성을 환기했죠.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합리적 소비’, ‘가치 있는 소비’가 중요한 잣대가 된다고 강조했어요.” 지난 20일 서울 용산구 오리온 본사에서 만난 이 파트장이 말했다.
포장재 잉크를 줄이고 불필요한 이중포장은 없애는 작업도 병행했다. 이 파트장은 “전사적으로 노력한 끝에 여의도 면적(2.9㎢)의 80%에 달하는 비닐 쓰레기를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금은 포장 시스템 전반을 개선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잉크가 많이 쓰이는 ‘그라비아’ 방식을, 필요한 부분만 잉크를 묻히는 ‘플렉소’ 방식으로 대체하는 게 대표적이다.
“증량된 과자 개수를 세어 일일이 비교하는 후기가 SNS에 올라오고, 올 초 3년 만에 10%가량 증량해 재출시한 ‘치킨팝’이 10대 소비자 사이에서 ‘가성비 과자’로 소개되더군요.” 지난해 ‘가심비(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을 추구)’와 ‘친환경’ 소비 트렌드가 짙어지면서 오리온의 이 프로젝트는 재조명받았다. 33% 증량해 내놓은 ‘촉촉한 초코칩’은 출시 1달 만에 매출이 20% 늘었고, 지난해 오리온은 국내에서 매출 7119억여원, 영업이익 922억여원을 냈다. “‘윤리경영’이 매출 증대까지 견인한 거죠. 진정성을 의심하던 소비자도 신뢰하기 시작한 것으로 봐요.”
이 파트장은 ‘윤리경영’의 첫째 원칙은 “임직원, 협력업체, 주주, 소비자 등 모든 이해관계자에 대한 존중”이라고 말했다. “직원들에게 ‘현장 목소리가 경영진에까지 전달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해요. 직원이 행복하지 않고 협력업체와 상생하지 못하는 기업은 소비자의 마음을 끌 수 없습니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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