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정 5명 낙하산·특정지역출신 도배
거래소·코스닥쪽 "나눠먹기식" 반발
이사장 선출 과정에서 잡음을 빚었던 한국증권선물거래소(통합거래소)가 출범도 하기 전에 본부장 인사로 술렁이고 있다.
한국증권선물거래소 설립추진위원회(위원장 김광림 재경부 차관)가 전체 등기임원 6명(이사장과 본부장) 가운데 3자리를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원 출신 관료들한테 내준 데다 2명을 부산 출신으로 내정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증권거래소와 코스닥시장 직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아직 코스닥시장본부장 1명은 미정이다.
다음주 초 발표될 본부장 내정자는 △경영지원본부장 이정환 국무조정실 정책상황실장 △시장감시위원장 이영호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유가증권시장본부장 우영호 증권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선물시장본부장 옥치장 전 증권거래소 감사 등이다.
문제는 이들이 특정 기관 및 특정 지역 출신이라는 점이다. 우선 이정환 실장과 이영호 부원장보 2명이 관료 출신이다. 이 실장은 총리실 소속이지만 원래 국고국장 등을 거친 재경부 관료다. 역시 재경부 출신인 이영탁 이사장을 합칠 경우 전체 등기임원의 절반을 감독기관 출신 관료들이 차고 앉은 셈이다.
거래소와 코스닥 임직원들은 낙하산을 탄 재경부 관료들이 증권 유관 기관장을 싹쓸이하고 있다는 현실을 들어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 강영주 증권거래소 이사장을 비롯해 이맹기 거래소 부이사장보, 한정기 한국증권전산 사장, 정의동 증권예탁원 사장, 이종남 선물협회 회장, 윤종화 증권업협회 부회장, 신호주 코스닥증권시장 사장, 허노중 코스닥위원장 등 현재 증권 유관 기관장들은 재경부 출신 일색이다. 공석인 선물거래소 이사장도 그동안 재경부 몫이었다.
우영호 연구위원과 옥치장 전 감사도 부산 출신이란 점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우 연구위원은 16년을 쌍용경제연구소와 증권연구원 연구직에만 있었던 인물이다. 김병률 거래소 노조위원장은 “시장 운영과 조직 관리 경험이 전무한 연구원을 증권거래소를 이끌 기관장으로 선임한다는 것은 상식 이하의 인사”라고 꼬집었다. 옥 전 감사는 증권거래소에서 잔뼈가 굵은 내부 발탁 사례지이만 노 대통령과 같은 부산상고 출신이다. 옥 전 고문은 지난 95~97년 상임이사를 지낸 뒤 감사 6년, 고문 1년 등 후선에서 7년이나 자리를 지킨 인물이다.
또 공교롭게도 이영탁(대구상고), 이정환(부산동아고), 이영호(경북대사대부고), 옥치장(부산상고), 우영호(부산고) 5명이 모두 영남 출신이어서 호남 출신이 많은 증권거래소쪽은 싸늘한 분위기다. “최소한의 지역 안배조차 없는 힘있는 사람들의 나눠먹기식 인사”라는 것이 거래소쪽의 평가다. 따라서 내정된 인사들이 그대로 본부장에 선임될 경우 통합거래소는 또 다시 불신과 갈등의 깊은 상처를 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남기 기자 jnam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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