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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09 18:04 수정 : 2005.01.09 18:04

‘정년퇴임식, 동기모임, 과장의 권위….’

외환위기 이후 기업 경영 환경에 변화의 바람이 불면서 전통적인 직장문화의 대표주자 자리를 차지했던 풍속도들이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다. 이들은 1990년대 말 이후 상시화한 인력 구조조정과 성과 지상주의, 조직 및 인사체계의 변화 등이 가져온 결과물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변화는 기업 현장에서 효율성이 강조되면서, 가정과는 다른 보금자리로서의 직장의 전통적 의미가 퇴색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 정년퇴임식=‘대강당에 전 직원이 모여, 정년 퇴임자들과 그 가족들에게 꽃다발과 메달을 목에 걸어 준다. 정년퇴임하는 선배는 멋진 말 한마디를 남기고, 후배들은 회사 정문까지 도열해 축하의 박수를 쳐준다.’

10여년 전만 해도 흔했던 이런 풍경을 최근엔 거의 볼 수 없다. 정년 퇴임식이 아예 없어졌거나, 부서 단위의 간단한 행사로 대체되고 있다. 조성권 우리은행 공보팀장은 “과거 정년퇴임식은 신입행원들의 꿈이었다”며 “그러나 요즘엔 ‘오륙도’란 말에서 보듯, 정년(57살)까지 회사에 남아있다는 것 자체가 죄인 취급을 받는 데다 상시화한 구조조정 과정에서 실제 정년까지 살아남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효성은 매해 창립기념일마다 그 해에 정년퇴직할 사무직, 기능직 사원들을 대상으로 ‘보은상’을 줬지만 지난 97년부터는 사실상 사라졌다. 대신 98년부터 실적 우수사원에게 주어지는 ‘체인지 리더상’이 생겼다. ‘개근상’은 사라지고 ‘우등상’만 남은 셈이다. 송해익 효성 안양공장 관리팀장은 “과거에는 56살에 정년퇴임을 하면 거의 대부분이 집에서 쉬고 또 그것을 축하할 일로 구성원들이 받아들였지만, 요즘엔 퇴직 뒤 생계를 걱정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 동기모임=같은 때에 입사한 동료들의 모임, 이른바 ‘동기모임’도 사라져가고 있다. 능력 위주의 인사와 연공서열 파괴, 연봉제 등 새로운 임금체계 등의 직장문화가 자리잡아가면서부터 나타난 현상이다. 또 신입사원 공채보다는 경력사원 채용과 수시채용이 확산되고 있는 것도 주된 요인 가운데 하나다.

현대산업개발 입사 12년차인 김병철 인사부 과장은 “입사 초기만 해도 동기 모임을 두 세 달에 한 번은 가졌다”며 “동기모임이 있는 날에는 밤새 술 마시기 일쑤였지만, 그만큼 동기간의 정과 회사에 대한 충성심은 깊어졌다”고 회고했다.

이 회사 입사 3년차인 하태흥씨는 “요즘엔 동기모임이 일년에 한 번 정도로 줄어든 데다, 모여서도 간단히 저녁식사를 하고 영화나 연극을 보거나 술을 마시더라도 1차만 한다”고 말했다.

동기 문화가 강했던 삼성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 입사 16년차인 한 차장은 “연봉제와 성과급제 도입 이후 개인 능력이 무엇보다 중시되면서 동기를 동료보다는 경쟁상대로 여기는 후배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 과장의 권위=신입사원에게는 하늘처럼 보이던 과장의 권위도 이젠 옛날 이야기다. 조직체계가 업무 효율을 중시하는 팀제 등으로 바뀌고 인원 보충이 제 때 이뤄지지 않으면서, 결재자이자 중간관리자로서의 역할은 거의 사라졌다. 상당수 기업에서 과장은 이제 ‘숙련된 실무자’일 뿐이다.

엘지전자에서는 과거 결재라인이 ‘담당-과장-차장-부장-임원’이었지만 지금은 ‘담당-그룹장-임원’으로 간소화됐다. 팀제에서 그룹장을 맡지 않은 사원은 모두가 팀원일 뿐이다. 통상 그룹장은 차장이나 부장이 맡고 있으므로, 사실상 과장은 결재라인에서 제외된 셈이다.

그 만큼 의사결정은 빨라졌지만 단점도 있다. 윤석일 신동아건설 총무부 차장은 “의사결정이 빠르고 과장이 멀티플레이어가 되는 것은 바람직하나, 의사소통 과정에서 중간간부인 과장의 역할이 사라지면서 조직력에서는 단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박치수 교보생명 커뮤니케이션팀장은 “조직이 진화하면서 개개인의 전문성을 요하고 있고, 직장보다는 직업 개념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데 따른 자연적 현상”이라며 “전통적인 기업문화의 장점도 있기 때문에 새 기업문화에 과거의 장점을 접목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박효상 양선아 기자 hs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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