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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09 21:23 수정 : 2005.01.09 21:23

브릭스 4개국을 가다

④ 중국
1 멈추지 않는 세계의 공장
2 지속성장의 걸림돌
3 끝없는 ‘차이나드림’
현대판 신라방 ‘칭다오’

지난달 30일 방영된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의 시사토론 프로그램 ‘중국 재경 문제’에서 앵커인 자오위에는 중국 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를 중국 전통의 5가지 색깔에 비유해 설명했다. 황색(토지), 홍색(성장), 흑색(에너지), 녹색(환경), 청색(개방)이 바로 그것이다.

바다와 자유의 빛깔인 청색의 개방 문제는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금융시장·지적재산권 등 취약한 시장을 언제 어떻게 열 것인가 하는 고민을 담고 있다. 지난 20여년간의 고도성장이 황폐화시킨 생태계를 어떻게 복원하고 어떻게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녹색에 녹아 있다. 석유·석탄을 뜻하는 흑색은 중국이 성장을 지속해갈 열쇠인 에너지를 어떻게 확보하느냐 하는 숙제요, 홍색은 지난해 4월 경기과열 안정책 이후 중국 중앙정부가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적절한 성장의 문제다. 황색에 비유된 토지 문제는 9억에 이르는 가난한 농민과 더불어 사회문제로 터져나오고 있는 빈부·도농·지역간 격차를 어떻게 해소하느냐는 것이 핵심이다.


▲ 고온과 일산화탄소가 발생하는 안후이성의 한 공장에서 아무런 보호 장비 없이 일하는 노동자들. 평균 임금은 월 800위안(약 12만원)이다



다섯 가지 문제 가운데 어느 하나도 간단하지 않다. 더구나 하나를 풀면 다른 문제가 꼬이는 관계에 있어 중국 지도부의 골머리를 썩이고 있다. 예컨대 빈부격차 해소와 환경기준을 강화하면 성장에 걸림돌이 되고, 에너지 개발과 성장에 치중하면 환경과 소외계층에 짙은 주름을 더하는 식이다.

갑부 23만6천명 총재산
농민 9억명 연수입에 육박
크고작은 농민시위 봇물

■ 검은 고양이에서 녹색 고양이로=후안강(52·칭화대 교수) 중국과학원 국정연구중심 주임은 이 복잡한 다섯 가지 색깔을 좀더 단순하게 정리한다. “개혁개방 25년의 중심 이론은 ‘흰 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덩샤오핑 동지의 ‘고양이론’이었다. 그러나 덩으로부터 한 세대가 지난 지금은 고양이의 ‘색깔’도 문제가 되는 시대에 이르렀다. ‘검은 고양이’ 방식으로 문제가 발생했다면 이제는 ‘녹색 고양이’를 들여와야 한다.” 후 교수는 지난해 3월 10기 전국인민대표대회 2차 전체회의에서 원자바오 총리가 ‘정치공작보고’를 하면서 ‘이인위본’(사람을 근본으로 삼음)의 인본주의와 ‘과학적 발전관’을 들고나온 건 결국 “지난 25년간 기용해온 검은 고양이를 녹색 고양이로 대신하겠다는 선언”이라고 풀이한다.

중 3대강 폐수몸살에
사막화·산림 훼손으로
강물 마르거나 홍수

■ 심각한 빈부격차=후진타오·원자바오를 중심으로 한 제4세대 지도부가 인본주의와 과학적 발전관을 제시한 건 이미 성장의 그늘에서 빈부격차와 환경문제가 곪을 대로 곪았기 때문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전국 농촌인구 월수입은 평균 703위안(약 10만5450원), 전국 도시인구 월수입은 820위안(약 12만3000원)이었다. 지난해 8월26일 세계 최대 투자자문회사인 메릴린치가 발표한 〈2004년 세계 부호 보고〉를 보면 중국에서 금융자산 100만달러 이상을 소유한 ‘갑부’는 23만6000명이다. 이들의 총 재산은 9690억달러(1017조4500억원), 1인당 평균 자산은 410만달러(43억500만원)에 이른다. 중국 인구의 0.018%에 지나지 않는 이들의 총 재산이 전국 9억 농민의 1년 수입을 다 합친 액수(703위안×12개월×9억명=7조5924위안=약 1138조8600억원)에 육박한다.

▲ 화이허 강변 도시인 방부시 제3부두 시장에 진열된 잉어 등 물고기들은 먹음직스럽지만 사실은 중금속 덩어리다.
후안강 교수는 “중국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실업자, 최대의 빈부격차, 최악의 부패가 존재하며 ‘천안문 사태’가 재발할 사회적 위기가 잠재해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해 중국 산시(섬서), 선전, 안후이, 창춘, 난징, 충칭, 쓰촨, 광둥, 윈난 등지에선 크고 작은 농민들의 시위가 잇따라 발생했다. 지난해 10월 쓰촨성 한위안에서는 10만여명의 군중과 진압경찰이 충돌해 최소한 9명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성장 제일주의 벗고
인본주의·과학적 발전관
서서히 표면 위로…

■ 환경 대재앙의 조짐=환경 파괴문제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을 정도로 극심하다. 황허는 사막화의 영향으로 매년 갈수기 때 강물이 중간에서 끊어지는 수모를 겪고 있고, 화이허는 ‘공장 폐수의 하수구’라는 오명을 안고 있으며, 양쯔강은 환경·삼림파괴로 매년 홍수피해를 안겨주고 있다. 중국의 거대한 세 강물이 몸부림치고 있는 형국이다. 화이허의 오염 실태를 조사해온 환경운동단체에 따르면 폐수 오염이 극심한 화이허의 중하류에 해당하는 허난성의 일부 지역에선 10년 동안 군에 입대한 청년이 없었다. 신체검사에서 모두 불합격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또 허난성 선추현에는 ‘암마을’이라 불리는 곳이 있다. 마을 주민 대다수가 암에 걸렸기 때문에 붙은 별명이다.

화이허 강변의 도시에선 화이허에서 잡은 물고기 시장을 흔히 볼 수 있다. 강변 주민들은 이미 오염된 물고기에 적응돼 중금속 덩어리인 물고기를 식용으로 쓰고 있다. 환경단체에 따르면 화이허 강변 주민의 60%가 간에 이상이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중국은 더디지만 조금씩 ‘녹색 고양이’로 말을 갈아타고 있다. 지난해 ‘녹색 지디피’ 개념을 새로 만들어낸 것이나, 당·정간부들을 무작정 투자유치 실적 등으로 평가하는 대신 ‘과학적 발전관’에 부합하도록 해야 한다는 공산당 내부의 최근 논의가 그런 징표다. 중국 지도부는 과연 다섯 방향으로 뛰쳐나가려는 이 고양이들의 털빛을 초록빛으로 조율하면서 한 방향으로 잘 몰아갈 수 있을까?

베이징/글·사진 이상수 특파원

lee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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