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5.01.09 21:24 수정 : 2005.01.09 21:24

“공장폐수 콸콸 단속의지 찔끔”

천구이디(63·사진)는 중국 고속성장의 어두운 곳을 끊임없이 일깨워온 보고문학 작가다. 그는 1996년 자신이 태어난 안후이성을 적시며 흐르는 화이허가 죽어가는 현실을 그냥 두고볼 수 없어 〈화이허의 경고〉라는 8만자의 장편 보고문학을 발표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는 화이허가 지나는 안후이·장쑤·허난·산둥 등 4개 성의 46개 도시를 돌며 화이허의 오염실태를 조사했다.

-〈화이허의 경고〉를 쓴 지 8년이 지났다. 책을 쓸 당시와 지금을 비교해 달라.

=처음 실태 조사에 착수했을 때 이런 일이 있었다. 뱀 한 마리가 자동차 경적소리에 놀라 도망치다 화이허에 빠졌다. 그 뱀은 화이허가 마치 끓는 물이라도 되는 듯 팔딱팔딱 요동쳤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뱀은 죽었다. 뱀의 죽음은 내게 화이허의 오염이 얼마나 극심한지 일깨워줬다. 최근 조금 나아진 곳도 있지만 전반적인 오염도는 더 심해지고 있다. 그 까닭은 각 지방정부가 쪼개어 화이허를 관리하면서 환경보다 경제발전을 우선시하기 때문이다. 화이허의 주된 오염원은 공장폐수다. 수많은 공장들이 화이허를 폐기물 하수도로 삼고 있음에도 지방정부들이 눈감고 있다. 경제가 발전해야 지방정부 관리들의 정치 업적이 쌓이기 때문이다. 최근엔 화이허의 상류인 후베이 지역도 오염이 극심해졌다.

-폐수처리시설이 의무규정 아닌가?

=큰 공장들은 이런 시설을 갖추곤 있지만 단속반이 올 때만 트는 경우가 태반이다. 각 지역 지방정부는 일부 작은 공장을 단속할 뿐 정작 강물을 크게 오염시키는 대기업은 단속하지 않는다. 이런 기업들이 지방정부의 주요 재정수입원이기 때문이다. 지방정부의 재정부담 요구에 시달리는 대기업·국영기업들은 제조원가를 낮추기 위해 오염물질을 정화처리하지 않고 그대로 화이허에 쏟아붓고 있는 것이다. 허난성의 ㄹ조미료공장이 대표적인 경우다.

-화이허를 살리기 위해 근본적으로 어떤 대책이 필요한가?

=중앙정부의 의지가 부족하다. 중앙은 지방정부에 미루고 성정부는 시정부에, 시정부는 향·전 마을에 책임을 미룬다. 향·전 마을이 무슨 오염 퇴치 능력이 있는가? 대기업이 폐수처리시설을 가동해도 이윤율이 보장되도록 중앙과 성정부가 조세부담을 경감시켜야 한다.

천구이디는 이미 절판된 〈화이허의 경고〉를 이번 달에 새로 펴내기 위해 준비해왔으나 아직 ‘상급기관’에서 심의가 나오지 않은 상태다. 이 책이 출판될 수 있느냐 없느냐는 중국 중앙정부가 화이허의 ‘경고’를 수용할 의사가 있느냐 없느냐를 가늠하게 해주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다.

‘인민작가’인 천구이디는 〈화이허의 경고〉로 ‘루쉰문학상’을 수상했고, 지난해 경제성장의 그늘 아래 신음하는 중국 농민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파헤친 보고문학 〈중국농민조사〉로 독일 레트레 아벤티스 재단과 괴테 인스티투트가 주는 ‘레트레 율리시즈 르포문학상’을 받았다.

허페이/글·사진 이상수 특파원

광고

관련정보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