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 경제법안 지각 통과 후유증 예고
올해 예산안과 주요 경제 법안이 지난달 31일 밤 가까스로 국회를 통과해, ‘준예산’을 편성해야 하는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는 피하게 됐다. 그러나 예산안 확정이 늦어지고 국민연금법 등 일부 경제법안의 처리가 미뤄지면서, 재정의 조기 집행과 민간 투자 유치를 통해 경기 회복을 도모하려던 정부의 구상이 다소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된다. 2일 정부 관계자는 “예산안과 경제 법안들이 일단 국회를 통과해 상반기 재정 조기 집행과 하반기 종합투자계획 등 경기 대책의 발판이 마련했다”며 “다만 예산안이 너무 늦게 통과되고 일부 법안들은 오는 2월 임시국회로 넘겨진 탓에 연초 경제 정책 운용에 차질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내내 이어진 경기 침체가 올 초에 최악의 상황에까지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상반기에 올해 연간 예산의 59%인 100조원을 집행할 계획을 준비했다. 특히 대학교와 고등학교 졸업생이 쏟아지는 1분기에 전체 고용 관련 예산의 60%를 집중 배정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연간 40만개 일자리 창출 목표 가운데 60%에 이르는 24만~25만개의 일자리를 1분기에 만든다는 게 정부 목표다. 그러나 예산안이 지각 통과되면서 이들 예산의 집행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지난해도 12월30일에야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했으나 올해처럼 1분기 집행에 대한 수요가 크지 않았던 터라, 지난해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구직난 해소위해 1분기 집행 많아
제때 쓰려면 각부처 밤샘 허덕일듯
하반기 종합투자계획은 발판 마련
그동안 예산안 확정이 지연되면서 각 부처는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확정짓지 못했고, 이에 따라 세부 예산안 배정도 그만큼 늦어지게 됐다. 특히 일자리 창출 사업의 경우 관련 부처는 물론 지방자치단체의 보조사업도 예산을 확정하지 못했고, 정부 공모 사업도 사업 기획과 모집, 신청 등에 필요한 물리적인 시간 등을 따져보면 자칫 1분기 집행을 계획만큼 하지 못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기획예산처 관계자는 “애초 17대 국회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였기 때문에 국회가 법정 처리 시한인 12월2일 안에 예산안을 통과해줄 것으로 기대했었는데, 당혹스럽다”며 “이제 상반기 특히 1분기 재정 조기 집행을 위해 다시 밤을 새워 일해야 하는 상황이 됐지만, 100% 가능할 지 모르겠다”고 털어놓았다. 다만 하반기 경기 활성화 대책으로 나온 종합투자계획의 경우 이른바 투자 3법 가운데 2월 임시국회로 넘어간 국민연금법을 뺀 기금관리기본법과 민간투자법 등 2가지가 국회를 통과해, 큰 차질을 빚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연기금의 주식·부동산 투자와 의결권 행사가 허용되고, 민간투자 대상이 학교와 기숙사 등으로 확대하는 안이 확정되면서, 민간의 자금을 건설투자에 끌어들인다는 정부 계획은 어느 정도 진전을 보게 됐다. 그러나 여유 운용자금이 190조원을 넘어 가장 큰 투자 여력을 가진 국민연금의 종합투자계획 참여 여부가 2월 이후에나 정해지게 돼, 한동안 불확실성 속에서 일을 추진할 수밖에 없게 됐다. 조성곤 기자 c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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