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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10 16:40 수정 : 2005.01.10 16:40

피쉬앤그릴 서울 응암점에서 손님들이 따끈한 정종과 어묵 안주를 즐기고 있다. \

낮엔 요리강사·밤엔 사장 ‘투잡스’
다양한 술·안주로 퇴근 발길잡아

가게에 들어서자 붉은빛이 감도는 나무 벽과 기둥이 따뜻한 느낌을 전해 준다. 벽 한쪽으로 놓인 ‘오뎅바’엔 따뜻한 어묵들이 뭉게뭉게 김을 내며 끓고 있다. 무엇보다 벽 한 면을 가득 채운 각양각색의 일본 청주 병들이 ‘술꾼’들의 눈길을 잡아당긴다.

퓨전 포장마차 피쉬앤그릴(richfood.net) 서울 응암점에 들어서면 이렇게 포장마차의 아늑한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여기에 다양한 종류의 술과 한식·일식·중식을 모두 포함하는 안주들까지 있으니 ‘주당’들에겐 반갑기 그지없다. 정찬대(41) 피쉬앤그릴 응암점 사장도 “한번 방문해 보니 흔한 치킨집보다는 훨씬 낫겠다는 생각이 단번에 들었다”고 이야기한다.

일본서 유행하던 분위기라 확신

정 사장은 원래 이탈리아 음식점을 낼 꿈을 가지고 있었다. 호텔에서 이탈리아 요리를 하던 조리사 출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은 자본이 많이 드는 이탈리아 음식점을 차리기 어려워 경험도 쌓고 돈도 더 모으기 위해 이 업종부터 도전했다. 지금도 낮에는 학생들에게 요리수업을 하고, 밤에는 술집 주인으로 변신한다.

호텔에서 일한 덕분에 정 사장은 일본이나 이탈리아로 출장을 가는 일이 잦았다. 특히 일본에 가면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펼쳐질 유행을 먼저 읽을 수 있어 도움이 됐다. “일본에 이런 종류의 주점이 많이 있더라고요. 언젠가 우리나라에도 이런 게 자리 잡겠구나 생각했는데 마침 소개를 받아 ‘이거다’ 하고 판단했지요.” 정 사장은 일본에서 잘되는 업종은 우리나라에서도 곧잘 성공하는 것을 많이 보아 와 큰 갈등 없이 이 업종을 결정했다고 말한다.

업종을 정한 뒤에는 본사 사장과 함께 점포를 구하러 다녔다. 현재 응암점이 자리 잡은 곳은 찻길에서 개천 하나를 건너 주택가로 진입하는 입구다. 언뜻 보기엔 주택가 입구라 좀 썰렁하지 않나 싶기도 했다. 하지만 본사 사장이 “봄, 여름, 가을엔 개천 쪽으로 많은 사람들이 운동을 가는 길이라 유동인구가 크게 는다”고 추천해 믿고 따르기로 했다.


여기에 인근에 쓸 만한 술집이 없다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간간이 갈빗집이나 호프집 등이 있긴 했지만 어느 곳에나 있는 평범한 형태였다. 이런 곳에 다양한 술과 안주를 제공하는 주점이 들어서면 상대적으로 돋보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덕분에 창업비용은 1억5천만원 정도 밖에 들지 않았다. 이 가운데 점포를 마련하는 데 들어간 돈이 권리금을 포함해 9천만원 정도였다. 32평 70석 규모를 이 비용에 마련할 수 있었던 것은 주택가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게다가 인테리어를 포함한 준비비용이 6천만원 정도라는 것도 정 사장을 안도하게 했다.

실제로 지난 6월 문을 열자 저녁때 운동하러 나온 사람들이 집으로 가는 길에 가볍게 술 한잔 마시고 가는 경우가 많았다. 퇴근 손님도 많지만 집에 들어갔다가 약속을 잡고 나오는 손님도 많아 주택가 덕을 톡톡히 보고 있기도 하다. 근처에 택시 회사가 있어 택시 기사 손님들이 새벽 술자리를 채워주는 것은 예상치 않았던 덤이었다.

손님들이 이렇게 몰려들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다양한 주류와 안주 때문인 것 같다는 게 정 사장의 분석이다. 피쉬앤그릴엔 일반 호프집과는 달리 여러 종류의 청주와 알코올 도수가 낮은 전통주들을 많이 갖췄다. 큰 병 하나에 9천원에서 6만원 정도, 잔술로는 3천원에서 7천원까지 하는 청주를 국산, 일본산 제품들로 두루 갖춘 것이다. 여기에 각각의 술에 걸맞은 어묵, 꼬치, 생선구이, 회 등 맛깔스런 안주들이 준비돼 있다.

한번 온 손님엔 꼭 인사건네

입맛 까다로운 여성 손님들의 발길을 붙잡는 안주들이 많아서인지 다른 술집에 비해 여성 손님이 많은 것도 특징이다. 포장마차라는 콘셉트가 계절마다 새 안주를 선보이기에 좋고, 본사도 이에 맞춰 메뉴 개발을 잘해준 덕이다. 정 사장은 “번화한 유흥가 주점에서만 맛볼 수 있던 다양한 안주들을 주택가에 소개하자 반응이 더 빨리 온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덕분에 현재 월 매출은 2500만원 정도를 거두고 있다. 여름철에는 길 옆 테라스를 틔워놓아 월 매출이 3천만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점포 월세가 150만원으로 싼 편이라, 전기세 등 점포 유지비용이 15% 밖에 되지 않는 점도 손익구조를 좋게 한다. 하지만 정 사장이 투잡스를 해 인건비는 조금 높다. 아르바이트생 3명을 포함해 모두 5명의 직원에게 인건비로 약 25% 정도를 쓴다. 나머지 식자재비 30%까지 떼면 남는 마진이 약 30% 정도다. 정 사장에게 오는 순익이 약 800만원인 셈이다.

정 사장은 주택가에서 하는 장사는 단골손님이 대부분이라 단골 유치가 최대 관건이라 이야기한다. 단골 유치엔 별다른 묘수는 없다. 최대한 ‘아는 척’을 하는 것뿐이다. “한번이라도 본 손님에게는 반드시 꼭 아는 척을 하는 거죠. 또 오시도록 쿠폰도 가끔씩 드리고요.” 자리를 비울 때 점포를 관리하는 직원들에게도 이 점을 잊지 않도록 늘 주지시키는 게 투잡스족 정 사장의 중요한 일 가운데 하나다. 김윤지 〈이코노미21〉 기자 yzkim@economy21.co.kr


손님 친근하게 대하는 요령 갖춰야

장기 불황 탓인지 복고풍 주점이 인기를 끌고 있다. 예전의 포장마차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인테리어와 메뉴 구성 덕분에 맛과 분위기를 찾는 젊은 손님들에게 인기가 높다.

퓨전 포장마차는 무엇보다 고객에게 친근함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푸근한 인테리어는 물론, 손님을 가족처럼 대해 편안하게 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손님에게 격식을 차린 호칭보다는 ‘형님’ 등 친근하게 부르는 것도 분위기를 정겹게 만들 수 있는 한 방법이다.

메뉴는 어묵, 탕, 구이, 꼬치 등을 다양하게 갖춰야 한다. 특히 어묵은 가장 대중적이면서 인기도 높기 때문에 저렴하면서도 푸짐하게 내놓는 것이 손님을 끄는 데 유리하다. 계절마다 대표적인 메뉴를 만들어 선보이면 금상첨화다.

인력관리도 빼놓을 수 없다. 주점은 일이 힘들어 아르바이트 직원이 무단결근을 하거나 불친절하게 손님을 대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해 책임과 기회를 줘 더욱 질 높은 서비스를 이끌어내는 것도 필요하다. 강병오/㈜FC창업코리아 대표(changup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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