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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12 14:34 수정 : 2005.01.12 14:34

독성물질저감연구소의 지원을 받아 매서추세츠주 마블헤드시에 조성된 무농약 잔디 공원(왼쪽)과 메사추세츠주 캠브리지시 인근의 한 네일 살롱에서 종업원이 고객에게 손톱 손질을 해주고 있는 모습.


제3부 소비 패러다임이 바뀐다
4편 더 안전한 사회를 위하여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시에 있는 컨설팅업체인 뉴 에콜로지는 공익 목적의 업무를 수행하며 세금 혜택을 받는 사회적 기업이다. 이 회사 부사장인 매들린 프레이저 쿡(32)은 요즘 손톱을 치장해주는 가게인 ‘네일 살롱’에 관심을 갖고 있다.

그가 네일 살롱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 건 2003년 말 베트남 이민자 단체 관계자들을 만나고 나서부터다. 네일 살롱은 최근 미국에서 호황을 누리고 있는 인기 업종. 고급 스파를 겸하는 곳에서부터 소규모 영세 점포에 이르기까지 5만2천여곳이 성업 중이다. 문제는 이곳에서 쓰는 제품에 강한 독성 화학물질이 다량으로 함유돼 있다는 것이다. 쿡 부사장은 “네일 살롱 종사자의 대부분이 베트남 이민자”라며 “그들 대부분이 2~3년 일하고 나면 두통, 피부병, 천식, 암에 시달리게 된다고 호소한다”고 전했다.

네일 아트는 월급이 괜찮은 편이기 때문에 영어를 제대로 못하고 다른 직업을 구하기도 어려운 베트남 이민자들에게는 최선의 선택이다.

쿡 부사장은 “네일 살롱 업주와 종업원 140명을 인터뷰한 결과, 살롱에서 쓰는 제품들이 몸에 안 좋다는 막연한 느낌만 갖고 있을 뿐 구체적으로 어떤 독성물질이 들어있는지 전혀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현재 뉴 에콜로지는 독성물질사용저감연구소(TURI)의 지원을 받아 독성이 없는 대체 제품을 찾아 보급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네일 살롱에서 쓰는 매니큐어뿐만 아니라 가정에서 쓰는 일반 소비재에도 독성 화학물질이 포함돼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연구소의 마이클 엘런베커 소장은 “소비자들은 보통 시중에서 판매되는 제품은 안전하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며 “정부차원의 규제도 필요하지만, 소비자들이 자신이 사는 제품에 어떤 물질이 들어있는지 제대로 알고 쓰는 ‘비판적 소비’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연구소가 일반 소비자와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에 상당한 비중을 두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연구소와 뉴 에콜로지의 네일 살롱 프로젝트에서 주목할 것은 단순히 독성물질의 유해성을 폭로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네일 살롱으로 살아가는 수많은 저소득 베트남 이민자들의 생계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대체 제품의 개발이 강조된다. 쿡 부사장은 “이미 나와 있는 대체품들은 기존 제품에 비해 성능이 떨어져 고객들도 원하지 않는다”며 “제조업체와 협력해 대안제품을 개발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소는 매사추세츠의 독특한 환경법률인 ‘독성물질사용저감법’(TURA)에 따라 설립된 연구기관이다. 1989년 제정된 이 법에 따라 독성화학물질을 사용하는 기업은 매년 규정된 화학물질의 사용량을 보고하고, 이를 줄일 수 있는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또 일정액의 사용료를 내야 한다. 이렇게 모은 돈으로 연구소의 활동이 이루어진다. 2003년의 경우 400만달러가 모아졌다.

엘런베커 소장은 “저감 계획을 실행하는 것은 업체 자율”이라며 “환경단체들과 기업들이 일종의 타협안을 만들어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뉴저지주, 오리건주, 워싱턴주도 비슷한 프로그램을 만들었지만, 기업들의 화학물질 사용량 보고를 의무화한 곳은 매사추세츠주 한 곳뿐이다.

이 연구소와 뉴 에콜로지가 최근 공을 들이고 있는 또다른 분야는 저소득층을 위한 그린빌딩 건축이다. 엘런베커 소장은 “가난한 계층이 전반적으로 환경문제에 더 많이 노출돼 있다”며 “환경 정의 차원에서도 저소득층에 대한 관심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에서도 실내 공기의 질은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는 중요하는 이슈다. 어린이 천식 발생률을 조사해 본 결과 지역별로 큰 차이가 발견됐다. 쿡 부사장은 “어린이 천식 발생에 실내 공기의 질이 중요한 변수”라며 “특히 저소득층의 주택이 밀집해 있는 곳에서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뉴 에콜로지는 저소득층을 위한 그린빌딩 건축을 위해 주로 보스턴 지역의 지역개발회사들과 협력하고 있다. 보스턴 지역에만 65개의 지역개발 회사가 있다. 쿡 부사장은 “이 회사들은 비용에 민감하기 때문에 주로 비용절감 효과를 통해 설득한다”고 했다. 뉴 에콜로지가 미국 내 저가 그린빌딩 20개를 조사한 결과, 냉난방 연료비 등 운영비용과 미래 수선비용에서 상당한 비용절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쿡 부사장은 “아직은 설득이 쉽지 않지만 결국은 이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좀더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을 개인 혼자서 만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개인과 가정을 넘어선 공동체 차원의 노력과 변화가 필수적이다. 웰빙이든, 로하스든 지속 가능성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놓쳐서 안 되는 것은 바로 공동체와 저소득층을 향한 시선이다.

보스턴·로웰·케임브리지/

글·사진 장승규 〈이코노미21〉 기자 skjang@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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