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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12 16:41 수정 : 2005.01.12 16:41

베이징현대차 공장에서 중국 노동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④ 중국
3 끝없는 ‘차이나드림’

세계에서 세번째로 높은 빌딩이라는 중국 상하이의 명물, 둥팡밍주 방송타워에서 차로 40분 남짓 달리면 푸둥지구의 장지앙하이테크파크에 닿는다. 베이징의 중관춘과 함께 중국이 자랑하는 첨단 산·학·연 복합단지다. 여의도의 세 배 크기인 25㎢(약 83만평)의 터에 조성된 단지 안은 잘 계획된 새 도시처럼 반듯반듯했다.

푸둥 장지앙 하이테크파크
중국 첨단기술 미래 자부
MS·소니 등 세계기업 각축속
토종기업 경쟁력 만만치 않아


이곳에서 만난 김영삼 상하이총영사관 상무관은 “중국 하이테크 산업의 미래를 조망해볼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1992년부터 개발되기 시작한 이 곳에는 현재 중국의 대기업과 벤처회사, 세계적인 다국적기업 등 3300여개 회사와 연구소가 입주해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지이, 지멘스, 소니, 최근 아이비엠의 피시 부문을 인수한 중국의 롄샹 등 따로 설명이 필요 없는 거대기업들만 해도 수두룩하다. 에스케이㈜와 엘지화학의 연구소도 이곳에 있다.

이 단지에는 선진국에서 정보기술(IT)과 생명공학(BT) 등을 공부하고 돌아와 창업한 유학파 출신 3500여명을 포함해 중국인 4만여명이 일하고 있다고 한다. 이 단지가 지난해 상반기까지 끌어들인 외자는 무려 110억달러에 이른다. 중국 당국은 이 단지를 오는 2010년까지 지금의 세 배 규모로 키울 계획이다.

상하이 중심부 쉬자후이의 대형 전자상가는 점포마다 한국산 전자제품들이 가득하다. 엠피3 판매점의 진열장에는 옙, 아이리버, 엠피오 등 이름난 우리 제품들이 포진해 있다. 그러나 이곳에서 만난 가게 종업원의 말은 다소 뜻밖이었다. “한국산이 좋다고들 하지만 요즘은 중국 토종 제품들도 가격 대비 성능이나 디자인이 결코 뒤지지 않아 인기가 높다. ‘리슨’ 같은 국산품은 지금껏 수천대를 팔았는데 고장 따위로 반품 신청을 받은 적이 없다.” 급성장하는 중국 토종 기업들의 기세가 만만찮음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중국 대륙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성적표는, 선진 외국기업들의 심한 견제에도 불구하고 대단하다는 평가를 듣는다. 현대차만 해도 2002년 10월 합작법인을 만들어 중국에 첫 발을 내디딘 지 불과 두 달만에 공장을 돌려 이에프쏘나타를 출시하면서 현지에서 ‘현대속도’라는 신조어를 유행시켰다. 게다가 사실상의 출시 첫 해인 2003년 쏘나타 단일 차종으로 5만2천여대의 판매고를 올려, 단숨에 중국내 43개 자동차 업체 중 12위에 올랐다. 지난해에는 새로 투입한 엘란트라(한국의 아반테엑스디)가 다시 대박을 터뜨리면서 5위로 도약했다.

현대차가 중국의 베이징이치와 합작해 세운 베이징현대차의 권일주 차장은 그 비결의 하나로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꼽았다. 일례로 쏘나타의 경우 차를 신분의 상징으로 보는 중국인 부유층의 입맛에 맞게 뒷좌석 공간을 최대한 넓혔다. 베이징 축구팀 공식 후원, ‘한류 스타’ 초청 공연 등의 현지 융화 노력도 한몫했다.


중국에 진출한 대기업들은 생산·판매·서비스는 물론, 연구개발과 인재 육성에 이르기까지 모든 경영활동을 현지화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현대, 기아차를 비롯해 아이앤아이스틸, 하이스코 등 중국 안 15개 계열사를 현지에서 총괄 조정할 지주회사 출범을 서두르고 있다.
한국기업 “내어주고 더 얻는다”
현대차, 중국인취향 맞춤형 생산
엘지, R&D·인재육성까지 양도
SK, “중국매출 60% 현지법인서”
기술 차별화로 ‘부메랑’대비해야

지난해 중국 시장에서 약 100억달러의 매출을 올린 삼성전자 중국본사의 허기열 전무는 “중국은 더 이상 단순 제조기지가 아니라, ‘글로벌 경영의 교두보’이자 ‘미래 선진 전략시장’”이라며 “이런 관점에서 산학협동 등을 통한 현지 우수인력 확보 등 현지 중심 경영활동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시장에서 완전평면 모니터와 시디롬 각 1위, 전자레인지 2위 등 실적을 자랑하고 있는 엘지전자는 현지인이 생산·마케팅·인재·연구개발 등을 맡도록 하는 ‘4대 현지화 전략’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중국 사회의 정서를 감안해 90년대 생산법인 설립 초기부터 회사가 노조 설립을 앞장서 지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에스케이그룹은 아예 중국에 ‘제2의 에스케이그룹’을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10월 중국 지주회사 ‘에스케이차이나홀딩스’를 출범시킨 에스케이는 2010년까지 중국에서 5조원의 매출을 올리고, 이 중 60% 이상을 현지법인을 통해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일부에선 이런 현지화 전략이 ‘중국 부메랑’을 가속화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휴대폰 전문기업 브이케이모바일의 박영준 부장은 “한국 이동통신 기술의 급속한 중국 이전으로 중국의 대기업은 물론 군소 업체들까지 기술 평준화가 이뤄졌다”며 “이는 결국 국내 업체의 가격 경쟁력 압박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에스케이차이나 성재덕 부장과 엘지전자 중국법인의 김진세 과장 등은 “어차피 기술 유출을 원천 봉쇄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중국과 차별화할 수 있는 핵심 기술을 끊임없이 개발하는 길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베이징·상하이/글·사진 하석 기자 hgrh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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