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선 전권 쥔 설립추진위와 사전협의 없어
추진위 "시간끌기" 정부 "절차상 문제없어"
정부가 한국증권선물거래소(통합거래소) 본부장 5명의 인선 과정에서 공식 인사 시스템을 무시한 채 일방 독주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거론되는 본부장 후보들이 대부분 관료 출신 또는 특정 지역 출신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한겨레> 8일치 12면 참조), 인선 절차마저 파행적으로 진행된다면 지난달 이사장 선임 파문에 이은 제2의 인사 파문이 우려된다.
통합거래소 설립추진위원회(위원장 김광림 재정경제부 차관) 관계자는 12일 “본부장 인준이 이뤄지는 창립 총회가 오는 19일로 다가왔는데도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회의가 지금까지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며 “만약 정부가 창립 총회에 임박해 일방적으로 본부장 인선을 통보한다면 이는 공식적인 인사 시스템을 들러리 세우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비판은 관련 규정상 통합거래소 본부장 인선의 전권이 설립추진위원회에 부여돼 있는데도, 현재 본부장 인선의 기초 작업을 하고 있는 재정경제부가 시간만 끌다가 막바지에 본부장 후보를 발표한 뒤 이를 기정사실화할 것이라는 우려에서 비롯됐다. 현행 통합거래소법은 본부장 인선에 대해 이사장이 추천하고 창립 총회에서 인준하도록 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영탁 이사장이 내정 상태여서 아직 법적인 이사장이 존재하지 않는 만큼 이사장 내정자가 포함된 설립추진위원회가 선임권을 갖고 있다는 게 설립추진위원회 내부의 판단이다.
권영준 설립추진위원(경희대 교수)은 “애초 지난 11일 회의 개최가 예정됐지만 다음주 초로 연기됐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다음주 수요일이 총회인데 월요일이나 화요일에 회의를 열어 논의할 경우 과연 충분히 논의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권 교수는 이어 “누가봐도 투명한 절차를 거쳐 적재적소에 인물이 배치됐다는 평가를 받으려면 많은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야 하는데 지금으로서는 그런 평가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재경부 관계자는 “지난해 말 회의 때 본부장 인선 문제는 이영탁 이사장 내정자와 김광림 차관이 일차적으로 인물을 선별해 회의에 부치기로 한 만큼 절차에 문제가 없다”며 “다만 김 차관의 일정 때문에 회의 소집이 늦어진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오는 17일 회의를 열어 본부장 인선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재 본부장 후보로는 △경영지원본부장 이정환 국무조정실 정책상황실장 △시장감시위원장 이영호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유가증권시장본부장 우영호 증권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선물시장본부장 옥치장 전 증권거래소 감사 등이 거론되고 있으며, 코스닥시장본부장은 아직 미정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가운데 이정환 실장과, 이영호 부원장보는 각각 재경부와 금감원 출신이어서 그대로 확정되면 이영탁 이사장 내정자를 더해 등기임원 6명 중 절반이 관료 또는 감독기관 출신으로 채워지게 된다. 또 이영탁 내정자와 본부장 후보 4명 등 5명 모두 부산과 대구 등 영남 출신이다.
조성곤 기자 c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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