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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5.14 19:21 수정 : 2008.05.14 19:45

‘100살 기업 5만곳’ 일 경제 버팀목

200년 이상 3146곳·1000년 이상 기업도 7곳
소재·부품산업 이끌어…“불황 극복 원동력”

일본 기업 가운데 백제인 콘고 시게미츠(한국명 유중광)가 세운 콘고구미(金剛組)라는 회사가 있다. 서기 578년 설립된 이 회사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인 시텐노지(四天王寺)를 건립했으며, 지금도 지상보다 땅 속 기초공사에 더 비싼 자재를 사용하는 건설회사로 정평이 나있다. 철저한 장인정신으로 1430년을 이어온 세계 최장수 기업이다. 이 회사가 일본 고베에 건축한 사찰은 1995년 10만채의 건물이 완전히 파괴된 고베 지진에도 끄떡 없었다.

1883년 창업해 물엿을 생산해온 ‘하야시바라’는 발효 기술을 꾸준히 발전시켜 꿈의 당질이라 불리는 트레할로스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 회사는 20년 이상의 노력 끝에 어떤 고온과 저온에서도 원상태를 그대로 보존하는 트레할로스 대량추출 기술을 개발해 1kg당 가격을 3만엔에서 300엔으로 끌어내렸다. 이를 바탕으로 지금은 물만 부으면 혈액으로 변하는 건조혈액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일본은 이런 장수기업들의 천국이다. 한국은행이 14일 발간한 ‘일본기업의 장수 요인 및 시사점’이란 보고서를 보면 일본에는 100년 이상 장수기업들이 5만여개에 이른다. 200년 이상 기업들은 3146개, 1천년 이상 기업도 7개나 된다. 200년 이상 기업을 기준으로 전세계 5586개 가운데 56.3%에 이르는 비율이다.

이들의 기술력 또한 세계 최고 수준이다. 1590년 창업한 스미토모금속은 액정용 2층 도금기판 세계시장의 90%를 장악하고 있다. 1874년 창업한 미쓰이금속은 휴대전화 배선기판 구리박판 시장의 40%, 1876년 창업한 다이니흔인쇄는 액정용 반사방지필름 시장의 70%, 1900년 창업한 돕판인쇄는 반도체용 포토마스크 시장의 25%를 차지하고 있다.


국가별 200년 이상 장수기업 비율
반면 회사 규모는 작다. 100년 이상 장수기업의 평균 종업원 수는 115.7명이며 89.4%가 종업원 300명 미만의 중소기업이다. 하지만 이들의 고용 인력만 580여만명에 이른다. 일본 경제를 굳건하게 받쳐주는 든든한 버팀목인 셈이다. 보고서는 “일본 경제가 1980년대 엔화강세와 1990년대 장기불황에서 벗어나게 된 것도 소재·부품 분야에서 첨단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장수기업의 역할이 컸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일본 장수기업들의 성공 요인으로 ?한눈 팔지 않고 한길로 매진하는 본업 중시 ?고객과 종업원을 중시하는 신뢰경영 ?투철한 장인정신 ?혈연을 초월한 후계자 선정 ?보수적 자금 운용 등을 꼽았다. 자식이라도 자질이 부족하면 기업을 물려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다. 창업 이후 2대까지는 대체로 번영하지만 3대째 가서는 도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핵심 기술 개발을 위한 획기적인 지원과 보상 체계 수립, 인건비 절감을 위해 종업원을 해고해야 한다는 경직된 사고로부터의 탈피, 대기업와 중소기업의 협력체제 구축 등이 우리 경제의 주요 과제라고 지적했다.

정남기 선임기자 jnam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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