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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5.15 20:08 수정 : 2008.05.16 01:45

삼성전자 구미사업장 현황

구미공장 휴대전화 조립사…대량실직 우려
업체들 “임가공료 몇년째 동결” 고통 호소

삼성전자 구미공장이 최근 임가공료 인상을 주장하며 납품 거부를 해온 협력업체 세곳과 반제품 납품계약을 중도에 해지하기로 합의 했다. 이들 협력업체 중 한곳은 휴업신고까지 한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전자 휴대전화 공장이 지난 88년 공장 가동 이래 처음으로 협력업체의 납품 거부로 생산에 차질을 빚은 뒤 꼭 1주일 만이다. 이에 대해 지역 시민단체가 문제제기를 계속할 예정이어서 파문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5일 중도 계약해지를 한 구미의 협력업체인 ㅈ공장은 썰렁했다. 평일이지만 대부분의 직원들이 출근을 하지 않았다. 한 직원은 “어제 회사로부터 휴업신고를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어떤 업체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모아놓고 다른 직장을 알아보라고 이야기했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런 사정은 ㄷ, ㄱ 공장도 마찬가지이다. 이 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만 1천여명. 이들은 모두 일자리를 잃고 거리로 나 앉게 됐다.

이 업체들은 삼성전자 구미공장에 휴대전화 반제품을 조립해 납품하는 협력업체 18곳에 포함돼 있다. ‘납품 거부’ 사태는 한달 전 쯤 시작됐다. 회사 직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9개 업체의 사장들이 모여 임가공료 인상 등을 요구하면서 납품 거부를 결의했다. 업체 사장들은 “한달에 100만원씩 주는 외국인 노동자와 주부 사원들을 고용하지만 도저히 수지가 맞지 않는데, 삼성전자는 임가공료를 해마다 거의 올리지 않고 있다”며 납품 거부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한 직원은 “야근을 해야 100만원 수준이고, 야근을 안하면 그 조차도 안된다”며 “4년 가까이 근무했는데 기본급을 올리면 수당을 깎는 식으로 해서 실질적으로 임금이 오른 것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조립업체이기 때문에 임가공료가 대부분 인건비에 해당한다.

조립업체들은 지난 8일 밤 11시쯤 9곳이 거부에 들어갔으며 다음날 오전 납품업체 4곳에서 삼성전자와 합의를 한 데 이어 추가로 2곳에서 합의했다. 결국 나머지 협력업체 3곳은 삼성전자에서 물량을 배정하지 않았고 15일 계약이 중도 해지됐다.

삼성전자 쪽은 이들 3개 업체들이 올해 올려준 불량률 허용범위를 지난해까지 소급 적용할 것과 함께 임가공료 인상과 장기물량 보장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조립업체들이 만든 반제품들 가운데 일정 정도 불량률까지는 삼성전자가 책임지고 그 이상이 되면 업체들이 책임을 떠안도록 하고 있다. 삼성전자 쪽은 “3세대폰 등 기술적으로 어려운 제품들이 많아져 올해 로스율(불량률) 기준을 2배 가까이 올렸는데도 이들이 이를 지난해까지 적용해달라고 한다”고 주장했다. 장기물량에 대해서도 “매일같이 글로벌시장이 급변하는 휴대전화 업종에서 몇년간에 걸친 장기물량 보장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조립업체들로선 매일같이 주문물량이 바뀌기 때문에 불과 며칠의 생산계획도 제대로 수립하지 못한다고 하소연한다. 한 근로자는 “우리말로 ‘불출(불시 출몰)이 뜬다’고 말하는데, 삼성전자에서 연결된 온라인으로 오늘 몇시까지 몇만대를 공급하라고 하면 그대로 해야 하기 때문에 불과 며칠 뒤의 생산계획도 알기 힘든 상태”라고 말했다. ㄱ 공장의 한 직원도 “평소에도 조립업체 사장들이 자주 삼성전자에 불려가 회의를 하지만 거의 숨도 제대로 못 쉴 만큼 분위기가 일방적”이라고 털어놨다. 이와 관련해 구미경실련은 “지역사회가 삼성을 성역으로 생각하면서 협력업체들의 눈물과 사생결단의 생존권 싸움에 침묵한다”며 “삼성전자의 하도급문제가 이제는 공론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영희, 대구/구대선 기자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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