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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5.15 20:19 수정 : 2008.05.15 20:19

고용 탄력성 추이

고용 90%차지 중기대책 사실상 전무
“성장하면 일자리 늘어” 말만 되풀이
내수억제 환율정책도 고용 악화 한몫

우리 경제의 일자리 창출력이 현저히 떨어졌다. 전년 같은 달과 견준 일자리 증가 수가 지난 3월에 18만4천개로 떨어진데 이어, 4월에도 19만1천개에 그쳤다. 계절적으로 일자리가 많이 늘어나는 시기인 4월에도 20만을 밑돌았다는 건 예사롭지 않다. 하지만 정부는 성장률 수치를 높이는데만 혈안이 돼있다. 말로는 일자리를 늘리겠다면서도 정책은 거꾸로 가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 청년 실업 해소는 커녕 백수가 더 양산될 판 경제가 1% 성장할 때 취업자 수가 몇 퍼센트 늘어나는 지를 나타내는 ‘고용탄력성’은 2000년대 전반의 절반 수준으로 급락했다.

한국은행에 의하면, 2001~2006년 중 0.3이던 고용탄력성은 지난 1분기에 0.16으로 떨어졌다. 경제가 5% 성장하면 전에는 한해 35만명 정도가 새로 일자리를 얻을 수 있었지만, 올 1분기 수준의 고용탄력성이 이어지면 새로 만들어지는 일자리는 18만개 수준에 그친다는 뜻이다. 한해 늘어나는 생산가능인구(15살 이상)는 40만명이다. 60% 안팎인 지금의 고용률을 유지하자면 24만명이 일자리를 얻어야 한다. 게다가 우리나라 고용률은 선진국(70% 수준)에 크게 못미친다.

?현정택 한국개발연구원장은 “선진국으로 가려면 고용률을 높여야 하는데, 그러려면 한해 24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처럼 가서는 요원한 일이다.

■ 말로는 ‘일자리 창출’, 정책은 엇박자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한해 60만개씩 일자리를 만들어내겠다고 했다. 정부 출범 뒤에는 35만개로 대폭 낮췄다. 이렇게 하향 조정한 목표를 뒷받침할 정책마저도 잘 보이지 않는다. 성장하면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 고용탄력성을 높일 비전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목표 달성은 물건너 갔고, 올해 일자리 창출은 20만개 안팎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기획재정부 안에서도 나오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새 정부 들어 뚜렷해지고 있는 대기업 위주 성장 정책으로는 고용을 늘릴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고용에서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비중이 90%에 가까운데다 대기업 쪽의 고용 규모는 계속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1일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경제연구원장들과 한 간담회에서도 몇몇 연구원장이 중소기업을 중심에 두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조정실장은 “원자재값 폭등에다 정부 정책에 대한 실망감까지 더해져 지금 중소기업의 시계는 ‘제로’다. 인력을 늘리기 어렵다”고 했다.

환율정책도 같은 비판을 받고 있다. 정부는 수출을 위해 원화 평가절하(원·달러 환율 상승)를 부추기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은 최근 자료에서 “수출을 개선시키는 반면 내수를 억제해 고용에 부정적”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고용유발 효과는 내수가 훨씬 크기 때문이다.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공공부문 인력 감축이나 사회적 일자리 축소 방침도 마찬가지다. 공공부문 개혁이 필요하다 해도, 공공서비스 수요와 개선 여지 등을 면밀히 따지는 게 먼저다. 사람 자르는 일부터 하면 민간으로 분위기가 확산되고 일자리 불안감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경제부처 장관을 두루 지낸 한 인사는 “성장이 고용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며 “성장률 수치보다 고용 확대를 우위에 두는 정책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병수 선임기자 byung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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