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5.19 14:46
수정 : 2008.05.19 14:46
‘컨트롤타워’ 부재 해법은
총수 사조직-책임기구 구분해야
사장단회의 강화도 대안으로
“전략기획실이 이건희 회장의 사조직으로 일방적으로 폄하돼 해체를 선언했는데, 막상 해놓고 보니까 그룹 컨트롤이 안 되는 문제가 심각하다.” 삼성의 한 사장은 지난 16일 삼성 수뇌부의 고민을 털어놨다.
지난달 22일 발표된 삼성의 경영쇄신안 발표 중 매우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은 것이 지배구조 개선 부분이다. 삼성이 지배구조 차원에서 안고 있는 아킬레스건은 두 가지다. 이건희 회장 일가가 2~3%의 적은 지분만으로 계열사간 순환출자에 의존해서 삼성 전체를 지배한다는 것과, 법적 실체가 없는 전략기획실을 통해 계열사를 통제하며 ‘황제경영’을 한다는 것이다. 삼성은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안 제시 없이, 이 회장의 퇴진과 전략기획실 해체를 발표했다.
전략기획실이 총수의 사조직으로 비리와 불법을 저질러온 것은 비난의 대상이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그룹의 컨트롤타워 기능은 필요하다고 말한다. 삼성이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전략기획실은 큰 몫을 했다. ‘이건희 회장-전략기획실-각사 전문경영인’으로 짜인 삼성의 모델은 하버드대에서도 ‘삼성 웨이’라 부르며 연구대상으로 삼을 정도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그룹 경영을 하면 컨트롤타워가 당연히 필요하다. 다만 총수의 지배력 유지·강화 목적의 전략기획실과 순수 경영상 필요한 컨트롤타워는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재벌체제의 위기 속에서도 끈질긴 생명력을 보여준 삼성의 컨트롤타워가 정당성을 얻으려면 법적 근거와 책임성, 투명성이라는 3대 요소를 확보해야 한다. 그 해법으로는 크게 두 가지가 거론된다. 첫째는 일본과 같은 협의체 형태의 사장단회의에서 그룹의 공통 관심사를 논의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신속한 의사결정과 원활한 조정이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또 하나는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이다. 하나의 예로, 엘지는 지주회사가 법적 근거를 갖고 계열사들의 컨트롤타워 구실을 한다. 에스케이는 좀 독특하다. 법적으로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지만, 실제는 일본 방식과 지주회사 체제의 혼합형이다. 에스케이 임원은 “최태원 회장은 계열사 사장들에게 회장에게 ‘미루지 말고 각자 알아서 결정하고, 그게 어려우면 사장단회의에서 협의하라’고 강조한다”고 말했다.
삼성 사장단 인사를 보면 이건희 회장의 의중은 각사 자율경영 체제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도 지주회사로의 전환에는 소극적이다. 컨트롤타워에 대한 명확한 입장이 제시되지 않는 한 ‘총수의 사조직 부활’에 대한 의구심을 떨쳐버리기 쉽지 않다. 당장 지주회사 전환이 어렵다면 과거 엘지의 사례처럼 추진 선언과 함께 향후 일정을 투명하게 내놓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
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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