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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5.20 19:03 수정 : 2008.05.21 02:20

수출 중기, 환휏지 손실 눈덩이

환율변동 대비상품 ‘키코’ 되레 손해 늘려
은행에 일방적 유리…“불공정” 원성 높아

중견 자동차부품업체 ㄹ사의 이아무개 자금팀장은 지난 연말 1년 약정액 1200만달러(현 시세 기준 약 125억원) 규모의 ‘키코’(KIKO) 옵션상품 2건에 가입했다. 당시 주거래은행에서는 ‘앞으로의 이익을 생각해보라. 가입해도 문제없다’고 장담했지만, 이후 환율이 급등한 탓에 회사는 40억원 이상 손실을 보게 됐다. 이 팀장은 “키코는 앞모습은 화려하지만 뒷면에서는 썩은내가 나는 불공정 상품”이라며 “일반 옵션상품과 달리 수수료가 없다는 데 현혹된 게 후회스럽다”고 말했다.

수출 중소기업들이 환율이 올라 시름하는 모순적인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수출 경쟁력은 높아졌지만, 환율 하락 대비를 위해 가입한 환헷지 관련 손실금이 눈덩이처럼 불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중소기업중앙회는 수출 중소기업 174곳을 대상으로 최근 환율변동에 따른 손익영향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악화됐다’와 ‘매우 악화됐다’는 응답비율이 각각 35.6%와 17.2%에 이르렀다. 반면 ‘호전 또는 매우 호전됐다’는 비율은 43.3%였다.

수출 중소기업들의 원성은 먼저 시중은행들이 지난 연말 경쟁적으로 고객유치에 나선 옵션거래상품인 키코에 쏠리고 있다. 키코를 환헷지 방법으로 사용한 52곳의 순손실 총액을 금액대로 보면, ‘1억원 미만’(59.6%)이나 ‘1억~10억원’(28.8%)이 대부분이었지만, 10억원 이상의 손실을 봤다는 응답도 7.7%나 됐다. 업체들은 애초 설정한 고정 환율을 초과하면 약정금액의 2배를 고정 환율에 팔아야 하는 불공정한 계약방식과 시중은행의 불충분한 상품 설명, 가입업체의 수익은 적고 손실은 많은 구조 등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한국수출보험공사의 환변동보험 환수금(환율 상승에 따른 차익분을 보험공사에 돌려주는 것)도 골칫거리다. 환변동보험에 가입한 65곳이 올들어 환율상승에 따른 환수금으로 납부한 금액은 85억5천만원에 이르며, 최대 20억2천만원을 냈다는 기업도 있었다. 합성섬유를 연간 50만달러 규모로 수출하는 ㅍ사의 관계자는 “지난 연말 환변동보험 가입했는데, 지난 3월 2천만원의 이익금 환수 통지서를 받았다”며 “환율 불안을 덜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오히려 경영난을 부채질하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환변동보험 환수금이나 보험금의 상한제를 도입하고, 키코 같은 부당한 옵션상품를 개선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중소기업 규모에 맞는 다양한 환리스크 상품을 개발하고, 중소기업들이 환헷지에 대한 전문인력을 육성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20일 개별 은행이 수출기업과 파생상품 계약을 체결할 때 관련 거래 정보를 은행연합회에 집중하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대표적인 통화옵션 상품인 키코 등 비정형 파생상품의 잔액과 손실 현황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업무보고서도 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을 예정이다.

임주환 안창현 기자 eyelid@hani.co.kr


☞ 키코(KIKO·Knock In Knock Out) 옵션상품이란?= 기업이 지정한 환율에 달러를 팔 수 있는 시중은행의 옵션거래 상품. 환율이 일정 범위를 벗어나면 불리한 환율에 외화를 팔아야 해 업체들이 손실을 볼 수 있다. 예컨대 계약환율 945원, 약정액 100만달러인 경우 930~975원 범위에서는 945원 가격에 100만달러를 팔 수 있지만, 환율이 975원 이상으로 올라갈 경우 945원을 기준으로 200만달러를 매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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