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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5.21 14:21 수정 : 2008.05.21 14:21

주요 곡물 가격 추이

요즘 바이오에탄올이 전세계적인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몇몇 저개발국가에서 폭동이 일어날 정도로 심각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 곡물가 상승때문인데요. 많은 전문가들이 바이오에탄올을 곡물가 폭등의 주범으로 비판하고 있습니다. 장 지글러 유엔인권위원회 식량특별조사관은 “식량가격 폭등을 가져오는 바이오연료 생산확대는 인류에 대한 범죄행위” 라고까지 말했지요.

현재 바이오연료 생산에 가장 적극적인 나라는 미국, 브라질, EU 입니다. 2007년 현재 미국은 바이오에탄올과 바이오디젤을 합하여 전세계 바이오연료의 43%를 생산하고 있고, 브라질은 32%, EU는 15%를 각각 생산하고 있지요. 미국은 옥수수, 브라질은 사탕수수, 유럽연합은 대두를 주원료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바이오연료 생산량은 해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작년 한해동안 미국은 바이오에탄올 6498.7 백만 갤런, 바이오디젤 444.5백만 갤런을 생산했고 브라질은 바이오에탄올 4966.5 백만 갤런과 바이오디젤 64.1백만 갤런을 생산하였습니다. EU는 바이오 디젤 생산에 주력하여 바이오에탄올 608.4백만 갤런과 바이오디젤 1731.9백만 갤런을 생산해냈지요.

미국은 작년 813백만톤의 옥수수를 바이오에탄올 생산에 투입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2002년의 투입량 253백만톤에 비해 세배 이상 증가한 수치인데요, 그 결과 바이오에탄올용 옥수수 소비량이 식품, 종자 및 기타 용도 소비량을 두배 이상 앞서고 있는 상황입니다. 때문에 미국 내에서도 바이오에탄올용 옥수수 재배 농가에 대한 지원금 감축이 논의되고 있는 실정이지요.


미국 농가의 2007년 순농업소득은 870억 달러로 과거 10년간 평균에 비해 50%나 증가하였습니다. 하지만 축산농가의 수입은 사료값 상승의 영향으로 크게 감소하여 비육우 두당 순수입률이 19.6%에서 2.8%로 크게 떨어졌습니다. 소비자들이 지불하는 곡물, 축산물 가격도 2005년 3월 이후 2007년 5월까지 30%이상이나 올랐지요. 최대곡물수출국인 미국의 곡가 상승은 그대로 세계 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IMF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옥수수, 쌀 등 주요 곡물가격은 1년 전보다 47%나 뛰었다고 합니다.

그래도 선진국의 경우 소비자물가지수에서 식료품 구입비 비중이 1/10에 불과하여 충격이 그나마 덜한 편입니다. 그러나 빈국의 경우 식료품이 소비자물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여 그만큼 더 큰 타격을 받고 있습니다. 이를 보면, 지글러 교수가 바이오에탄올 생산을 '인류에 대한 범죄행위'로 강력히 규탄한 것도 충분히 이해가 가는 일이지요. 주식이 아닌 사탕수수를 원료로 이용하고 있는 브라질도 아마존 파괴 우려로 인해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미래의 청정에너지로 주목받던 바이오에탄올 생산이 쉽게 축소되지는 않을 듯 합니다. 무엇보다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유가가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국제유가는 배럴당 130달러를 위협하고 있지요. 산업 효율성이 높아져 충격이 상당히 덜해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각국 경제에 적지 않은 압력일 수 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석유 생산이 정점을 넘어섰다는 '피크오일'에한 우려도 상존하고 있습니다.

석유처럼 생산량이 한정되어 있는데다 재생산이 불가능하고, 몇몇 나라들에 매장량이 편중되어 담합이 쉽게 발생하는 자원 대신 다른 에너지원을 확보하고자 하는 욕구는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것일 수 있습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바이오 연료가 곡물 값 상승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현재와 미래의 에너지 수요를 충족시키는데 필수적”이라 주장하였습니다. 지글러 교수의 견해와는 다르게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역시 바이오에탄올이 아니라 고유가가 곡물 가격 급등의 주된 원인이라 지적하고 있지요. 고유가가 바이오 에탄올 생산 확대의 가장 큰 원인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바이오에탄올 생산기술 역시 생산량 증대만큼이나 비약적으로 향상되고 있습니다. 옥수수, 고구마 등 곡물이 아니라 갈대, 옥수수줄기, 나무껍질 등 비곡물자원을 이용한 바이오에탄올 생산이 이미 현실화하고 있습니다. 우뭇가사리 등 해초류를 이용한 바이오에탄올 생산기술도 연구되고 있습니다. 부식에 대한 우려도 존재하지만, 브라질에서 바이오 에탄올이 25% 함유된 차량이 별 문제없이 운행하고 있는 것을 보면 혼합기술을 통해 충분히 상용화 가능성이 있다고 보여집니다.

결론적으로 지금의 고(高) 곡물가는 고유가와 따로 떼어 설명할 수 없다고 보는게 타당할 것입니다. 고유가가 지금처럼 지속되는 한, 바이오에탄올 생산은 계속해서 확대될 듯 합니다. 고유가가 상당부분 OPEC의 담합에 기인하고 있는 것을 보면 자원민족주의가 반복되는 악순환을 불러오고 있다고 해도 무방하겠지요. 물론 무리하게 바이오에탄올 증산을 추진하는 미국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일부 저개발국가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고 있는 고 곡물가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고유가, 고 곡물가와 관련이 깊은 주요 국가들이 힘을 모아야만 합니다. 서로 남탓하기 바쁜 '자원민족주의'에서 벗어나 고전적인 '자유무역정신'으로 돌아 가야 한다는 것이지요. 바이오에탄올을 둘러싼 논쟁을 바로 보기 위해서는 고 곡물가 사태가 단지 식량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하는 게 중요합니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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