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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5.22 21:37 수정 : 2008.05.22 21:37

우리나라 원유 도입단가결 연간 총수입액

올 원유수입값 평균 120달러땐 42조원 추가부담
재정부, 성장 집착…“물가는 허리띠 졸라매 견디자”

불과 두 달 전인 지난 3월 기획재정부는 올해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 가량일 것으로 보고 경제운용 목표를 짰다.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3%를 넘지 않게 잡고, 6%의 성장을 이루겠다는 것이었다. 그 뒤 국제유가는 계속 올랐지만, 정부는 “하반기로 가면 세계경기 후퇴로 수요가 줄어들어 유가가 하락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에 기댔다. 강 장관은 “6% 성장은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경제운용 목표와 정책 방향은 바꾸지 않았다.

국제유가가 시간이 갈수록 정부 전망치와 차이를 벌리고 있다. 지난 4월 우리나라의 원유 도입단가는 배럴당 99.18달러로 이미 100달러에 바짝 다가섰다. 우리나라가 주로 도입하는 중동산 원유의 기준가격이 되는 두바이유값은 지난 21일 배럴당 123달러를 넘겼다. 애초 정부 전망치보다 50% 넘게 뛴 것이다.

관세청 집계를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원유 도입단가는 배럴당 69.15달러였다. 올해 도입단가가 배럴당 평균 100달러로 뛰면 수입물량이 2% 줄어든다고 해도 원유수입액은 지난해보다 251억달러(약 25조원) 늘어난다. 원유 도입단가가 평균 120달러에 이르면, 우리 경제가 올해 추가로 지게 될 부담은 422억달러(42조원)로 커진다.

국제 경유 가격 상승 여파로 최근 국내 정유사들이 주유소에 공급하는 경유값을 올렸다. 22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 주유소 가격표에 휘발유값보다 더 비싼 경유값이 쓰여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유가 상승은 경상수지와 물가, 성장에 두루 악영향을 준다. 외부 충격인만큼 감수할 수밖에 없다. 경제주체들이 고르게 그 부담을 나눠짐으로써 경제의 안정을 꾀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 정책 방향은 여전히 성장률 높이기에 쏠려 있다. 강만수 장관은 “물가가 오르는 것은 조금씩 허리띠를 졸라매며 견딜 수 있지만, 성장률이 떨어져 일자리를 잃으면 더 고통스럽지 않느냐”고 강조해왔다. 고환율 정책은 수출을 늘리고 수입을 줄여 경상수지를 방어하는 데는 도움을 주고 있지만, 물가상승세를 더욱 부추겼다.

전문가들은 고유가의 충격이 큰 상황임에도 정부가 성장률 수치에만 집착하면서 물가급등의 위험을 나몰라라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금융·경제팀장은 “우리나라에는 물가상승은 성장을 위한 필요악이라는 생각이 너무 널리 퍼져있다”며 “단기적으로 보면 맞는 얘기일지 모르나 조금만 길게 보면 물가안정 없이는 성장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유럽연합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인플레이션 억제를 정책의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 금융부실(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금융시장 혼란을 겪은 미국에서도 지난달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가 물가상승을 우려해 더 이상의 금리인하가 어려울 것임을 시사했다. 반면 우리 정부는 경제관료들이 나서서 금융통화위원회에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압력까지 넣고 있다.

지난 4월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대비 4.1% 올랐다. 이달에도 더 오를 게 뻔하다. 일자리 증가는 3~4월 연속 전년동월에 견줘 20만개를 밑돌았다. 성장을 통해 고용을 늘린다는 강만수 장관의 말과는 정반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물가상승이 소비 침체를 부르고, 그것이 고용에 악영향을 주는 악순환에 정부는 애써 눈을 감고 있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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