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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5.26 21:34 수정 : 2008.05.26 21:34

치솟는 경유 값을 견딜 수 없어 운송료 인상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간 화물연대 경남지부 창원 동부지회 노조원들이 25일 오후 경남 창원시 엘지전자 창원공장 주변에 차량을 세워 놓은 채 길바닥에 앉아 이야기하고 있다. 창원/연합뉴스

화물연대 파업 ‘현장 목소리’

경유값 2배 운송료 그대로…100곳 노동자 ‘부글부글’
보조금마저 내달 끊길판…“정부대책 없을땐 총파업”

15년째 화물차 운전을 해 온 정영정(37)씨는 요즘처럼 ‘죽을 맛’인 때도 없다고 했다. 경남 창원에서 서울까지 왕복 운송료로 받는 돈은 60만여원. 그가 1박2일 뛰고 손에 쥐는 일당은 고작 5만원 남짓이다. 왕복 경유값이 1년 전 22만원 남짓에서 49만여원으로 껑충 치솟은 탓이다. 톨게이트비 5만원, 밥값 3만원 말고도, 한 달에 20만원씩 지입료와 보험료를 내고, 엔진오일이나 타이어를 갈면 그나마 남는 돈도 거의 없다.

“기름값은 1년 새 리터당 1100원에서 2000원 안팎으로 올랐는데, 운송료는 그대로라예. 일해도 남는 게 없습니더. 우리는 운전대 놓고 죽으란 거 아닙니꺼?”

전국운수산업노동조합(운수노조) 화물연대 경남 창원 하이로지스틱스분회장인 정씨가 동료 화물운송 노동자 180여명과 함께 26일로 8일째 “화물차를 세울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 이유다. 경유값이 치솟으면서 이처럼 ‘차를 운행하면 오히려 손해’라서 스스로 운전대를 놓거나, 파업을 벌이는 화물운송 노동자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기름값에 따라 운송료를 조정하는 ‘유가변동제’ 도입과 운송료 23.4%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엘지전자의 물류 자회사인 하이로지스틱스는 운송료 6.6% 인상안을 내놓아, 교섭은 난항을 거듭할 뿐이다.

이처럼 물류운송 업체들과 운송료를 놓고 마찰을 빚고 있는 곳은 전국 100여곳에 이른다. 화물연대 광주지부 소속 100여명도 삼성전자 광주공장 앞에서 천막농성에 나서 운송료 인상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다음달 파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박상현 화물연대 법규부장은 “화물운송 노동자들의 생존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데도, 정부는 고작 ‘유가보조금 지급 기한 연장을 검토하고 있다’고 할 뿐”이라고 분개했다.

현재 정부는 리터당 287원의 보조금을 노동자들에게 지원하고 있다. 그것도 지난 3월 유류세가 10% 인하되면서 64원 가량 깎인 금액이다. 더구나 다음달이면 지급 기한이 끝나, 보조금도 못 받을 판이다.

요즘은 기름을 가득 넣은 화물차를 주차해 놓으면 밤새 기름을 빼가는 ‘도둑’까지 등장했다. 이 때문에 아예 차 안에서 잠을 청하는 노동자들도 있다. “곧 고속도로 통행료도 오른다는데, 경비가 너무 많이 들어예. 오죽하면 차라리 노는 게 돈 버는 거라고들 말하겠어예? 죽을 각오로 파업할 겁니더.”


운수노조는 유가 폭등 대책을 마련 중인 국무총리실에 최근 보낸 ‘정책 개선 요구안’에서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화물차가 운행을 중단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물류대란과 엄청난 사회적 갈등을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운수노조는 △유가 인하 △정유사 규제 강화 △대중교통 공공성 강화 △정부가 약속한 ‘표준운임제 도입’ 등을 촉구했다. 화물연대는 정부가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다음달 총파업도 불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황예랑, 창원/최상원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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