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평균 3.79원 비싸…국제시세 연일 오름세
자영업자들 한숨만…정부, 1조원대 지원 검토
주유소에서 파는 경유의 전국 평균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휘발유를 앞질렀다. 생계형 자영업자들의 아우성에 정부는 경유에 붙는 세금을 내려주는 방안을 찾기로 했다.
30일 한국석유공사가 주유소 종합정보시스템인 오피넷에 공개한 전국 평균 경유 판매가는 리터당 1892.17원으로 휘발유(1888.38원)보다 3.79원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강남구는 경유 평균값이 리터당 2000원이었고, 가장 비싼 강남구 청담동의 ㅇ주유소는 리터당 2025원에 경유를 판매했다. 강원도 강릉시는 경유 평균값이 리터당 1886원으로 휘발유(1866원)보다 20원 비쌌고, 제주도는 모든 주유소가 경유를 휘발유보다 비싸게 판매했다.
휘발유 값을 앞지를 정도로 경유 값 오름세가 지속되면서 생계형 경유 이용자들의 시름은 더욱 커져가고 있다.
이날 낮 경기도 광명시에서는 20여년 동안 덤프트럭 기사로 일해 온 허아무개씨(53)씨가 자기 차량에 불을 질렀다. 허씨는 그동안 업체로부터 운반비를 받지 못하다가 최근 겨우 일부를 받아냈지만, “치솟는 기름값과 세금을 빼고 나면 적자”라며 생계를 비관하다 이런 일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소형 트럭으로 행상을 하는 ‘나 홀로 사장’들도 아예 차량 운행을 멈추고 속앓이를 하고 있다. 10년 넘게 전국 시골 동네를 누비며 밥상을 팔아온 이아무개(61·광주)씨는 “하루 5만원 벌기도 빠듯한데 지금은 기름값이 너무 올라 오히려 적자를 걱정해야 할 처지”라며 “기름값이 더 오르면 장사에 나서는 게 손해인데 당장 먹고 살 일이 갑갑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문제는 경유 값 오름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국내 경유 판매가격의 지표가 되는 싱가포르 석유제품시장에서 거래된 경유 값은 5월 둘째, 셋째주에 각각 전 주보다 배럴당 12.86%, 8.73% 올랐다. 이 가격이 국내에 반영되는 6월 초가 되면 경유 값은 더 크게 오르게 된다. 국내 정유사는 이미 지난 19일부터 주유소에 경유를 휘발유보다 리터당 30원 높은 가격에 공급했고, 28일부터는 그 차이가 리터당 60원으로 더 크게 벌어졌다.
정부도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지난 28일 내놓은 ‘고유가 대책’이 여론의 질타를 받았고, 특히 소형 트럭을 운행하며 생계를 꾸려가는 자영업자들은 유류보조금이나 에너지바우처 지급 대상에서도 빠져 있어 추가대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유류세 인하를 통해 경유 값 인상 충격을 줄일 계획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1톤 트럭 등을 사용하는 자영업자들은 세금신고도 제대로 안 돼 보조금 지급 등이 어려워 경유 유류세 인하를 통해 혜택을 보도록 하겠다”며 “휘발유와 경유 가격 비율을 100:85 수준까지 맞추기 어렵지만 100:92 정도로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 경우 조세지원효과까지 포함한 재원지원액이 1조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보고 여당 새 지도부와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재명 황예랑 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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