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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호치민시의 명동이라 할 수 있는 ‘레주안’ 거리를 차와 오토바이들이 바삐 지나가고 있다. 뒤편 건물이 호치민에서 가장 임대료가 비싼 20층짜리 주상복합건물 ‘다이아몬드 플라자’로, 한국의 포스코건설이 지었다. 포스코건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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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논란’ 베트남은 지금
주가 7달새 1100→414p 폭락…물가 전년비 25%↑
한국 업체 주재원들 “최악 아니다” 낙관적 전망
“한국은 구제금융 사태 때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주식에 뛰어든 상황이었으나 베트남에서는 아직 전체 인구의 1%만 주식을 갖고 있어요. 또 베트남 내국인 투자자들은 주식을 상장하는 순간에만 상장 이익을 몇십배 누렸기에 지금 주식이 반타작났다 해도 끄떡없는 것 같습니다.”
권주수 우리은행 호치민 지점장은 베트남 주식이 폭락했음에도 우리 같으면 흔히 따라나올 ‘개미들의 쪽박 사태’는 없다고 설명했다.
베트남 바깥에서는 베트남의 외환 위기설을 우려하고 있다. 일본 다이와증권은 지난달 13일 보고서를 내 “베트남이 엄청난 인플레이션과 무역 적자 때문에 아이엠에프(IMF) 구제금융 사태를 맞을 수 있다”고 위기설을 확산시키기도 했다. 실제로 무역적자 폭이 올들어 지난 4월까지 111억달러로 작년 한해 규모(120억달러)에 육박했다. 베트남의 외환 보유고는 200억달러로 추정된다.
한창 개발중인 베트남 곳곳은 건설 현장이다. 철강·시멘트 등 원자재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보니 이들 가격은 치솟았다. 원유 수출국이면서도 자체 정유시설을 갖추고 있지 못해 원유를 내다파는 이상으로 정유 및 석유화학 제품을 사쓰는 형국이다. 석유 관련 적자만 전체 무역 적자액의 43%인 47억4천만달러에 이르는 배경이다. 덩달아 물가가 뛰어 지난 5월에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25.2% 상승했다. 작년 10월 1100포인트까지 올랐던 베트남 주가(비나지수)는 일곱달만인 지난달 30일 현재 414선으로 폭락하고 말았다. 과열을 보였던 부동산 시장의 거품은 꺼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베트남 현지에 있는 한국 업체 주재원들은 대부분 베트남이 단기간에 구제금융 사태까지 가지는 않으리라고 전망한다. 한국은 외환위기 1년 전인 1996년에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단기 외채 비중이 외환 보유고의 58%나 됐다. 코트라 호치민무역관의 안유석 과장은 “베트남은 단기 외채가 외환 보유고의 10% 수준인 20억달러에 그친다”면서 “이 돈과 베트남 주식시장의 외국인 지분액(30억달러)이 한꺼번에 이탈된다 하더라도 외환이 바닥을 드러낼 정도는 아니다”고 추정했다.
베트남 정부는 최근 자국 내 은행(외국계 은행 포함)을 통해서는 달러화 대출을 금지시키고 20% 이상의 고금리를 책정해, 베트남 진출 외국업체들이 사실상 베트남 바깥에서 달러를 들여오게 하는 등 실질적인 투자 비중을 높이도록 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또 10여년 미뤄오던 정유공장 건립 계획을 확정했다.
에스케이(SK)네트웍스의 최신규 베트남 지사장은 “까다로워지는 중국의 노동법과 세제때문에 각국 제조업체들이 여전히 생산 기지를 베트남으로 옮기고 있다”면서 “한국의 삼성전자·포스코는 물론 캐논·아이비엠·인텔 등 대부분은 베트남 내수를 공략하기 위한 것이 아닌, 제3국의 수출을 위한 생산기지로서 진출하는 것이기 때문에 베트남 내수가 침체돼도 큰 영향이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오히려 동화(베트남 화폐)가 약세 추세를 이어가거나 베트남 실업률이 높아지면 투자 계약과 투자 집행간의 시차를 통한 환차익이나 인건비 부담에서도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다만, 긴축 정책으로 베트남의 금리가 치솟고 은행들이 자금 회수에 나서고 있다는 대목은 경계할 점으로 꼽힌다. 권주수 지점장은 “베트남 주식 및 부동산 시장이 단기적으로는 조정을 거칠 것이며 거품이 생긴 뒤 뒤늦게 진출했거나 진출하려는 한국인 투자자들은 단기적으로 손해를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호치민/송창석 기자 number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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