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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6.03 19:01 수정 : 2008.06.03 22:59

환헤지 계약을 맺었다가 고환율로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 대표와 실무자들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피해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대회를 열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중기 ‘환헤지’ 어떻게 피해봤나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는 수출 중소기업들의 ‘환헤지 피해대책 촉구대회’가 열렸다. 100여개 환헤지 피해 기업들이 은행들의 무분별한 영업형태를 고발하고, 불공정한 계약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를 하는 등 공동 대응책을 발표하는 자리였다.

금융감독원이 추산한 수출기업 환헤지 관련 손실액은 3월 말 현재 2조5천억원이며, 이 가운데 중소기업의 피해액은 1조9천억원에 이른다. 단기간에 이런 막대한 손실을 입힌 상품에 은행들은 어떤 전략으로 수출 중소기업들을 끌어들였을까? 그리고 중소기업계는 왜 은행들의 환헤지 상품이 공정하지 못하다고 주장하는 것일까?

피해 중소기업들은 ‘키코’(KIKO)를 비롯한 환헤지 상품들의 위험을 은행들이 충분히 알리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섬유제품을 연간 500만달러 규모로 수출하는 A사 김아무개 사장은 “지난해 6월 환율이 900원 밑으로 떨어지던 날, 외국계 은행 담당자가 전화를 걸어와 마감시각인 오후 2시 이전에 환차손을 보기 싫으면 키코에 얼른 가입하라고 재촉했다”고 가입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당장 손실을 줄이고, 대출이나 신용장 개설에도 도움이 될 거라는 기대에 해당 은행에 가입 의사를 전화로 밝혔다. 촉박한 상황에서 가입을 권유해 계약조건을 꼼꼼히 따져보지 못한 셈이다. 김 사장은 “환차손이 누적되면서 여러 차례 계약 해지를 요구했으나 묵묵부답이었다”며 “이후 적금을 들어주면 환율 재조정이 가능하다는 담당자의 약속마저 지켜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정식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는데도, 해지 요청을 들어주지 않는 사례들도 많다. 지난 3월 한 시중은행 지점장의 권유로 파생금융상품 거래의향서를 제출한 화학업체 B사의 사장은 약정서(계약서)를 체결하기도 전에 은행으로부터 손실분을 입금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B사가 낸 거래의향서를 보면 ‘거래를 체결하고자 하오니 거래를 위한 가격 등 거래조건을 알려주시길 당부드립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키코의 경우 애초 정한 환율을 웃돌면 해당 기업이 불리한 환율에 달러를 팔아야 하는데, B사는 거래의향서를 보낸 일주일 뒤 환율이 990원을 넘어가는 바람에 6천만원대의 손실을 입었다.

중장비 부품을 생산하는 C사는 B사와 비슷한 시기에 거래의향서를 냈다가 이후 계약 취소를 요청했지만, 해당 은행으로부터 ‘당초 계약기간 동안 약정금액에 따라 앞으로 발생할 환차손을 한꺼번에 물어내야만 거래 청산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C사는 현재 은행 쪽에서 거래의 위험성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는 등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며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해당 은행 관계자는 “외환거래는 환율의 변동이 급격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의향서나 유선 통보를 하는 것으로도 정식계약이 체결되며, 위험성에 대해서도 충분히 고지하도록 영업점들을 지도했다”고 반박했다.

중소기업계는 환헤지 상품의 불공정한 요소와 위험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판매전략 등에 대한 문제제기를 계속할 예정이다. 피해 기업 공동대책위원회의 공동위원장인 정석현 수산중공업 회장은 “수출 중소기업을 육성한다더니 은행의 희생양이 된 기업의 피해를 나몰라라 한다”며 “지속적으로 환헤지 피해 기업의 상황을 접수받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는 등 공동 대응을 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27일부터 중기중앙회에 접수된 환헤지 관련 피해는 현재까지 114개사 1453억원 규모다. 임주환 기자 eyeli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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