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6.09 19:01
수정 : 2008.06.09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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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섭 기자의 뒤집어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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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섭 기자의 뒤집어 보기 /
“가만히 있으면 와이브로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질 것 같고, 그렇다고 이동 기지국이라도 설치하려니 촛불집회를 지원하냐는 눈총을 받을 것 같고…”
케이티(KT)가 미국 쇠고기 수입 개방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촛불집회 장소로 이용되는 서울 광화문과 시청 앞 지역의 와이브로 서비스 품질 문제로 고민에 빠졌다. 촛불집회 현장을 인터넷으로 생중계하는 시민들이 와이브로 품질에 불만을 제기하고 있으나, 이명박 정부한테 ‘찍힐까봐’ 품질 개선 조처를 적극적으로 취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케이티 와이브로 서비스는, 시민들이 ‘아프리카’ 같은 인터넷방송을 이용해 촛불집회 현장을 생중계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시민들이 직접 와이브로를 이용해 촛불집회 현장을 실시간으로 안방 누리꾼들에게 전달하는 게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다. 인터넷방송 ‘아프리카’를 운영하는 나우콤 관계자는 “와이브로 덕에 서울 광화문과 시청 앞에서 열리는 촛불집회의 열기가 해외 교포들에게까지 실시간으로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품질이다. 와이브로는 이동하면서도 인터넷을 초당 100만비트 이상 속도로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로, 촛불집회 모습을 생중계하기에는 안성맞춤이다. 케이티와 에스케이텔레콤이 지난해 서울과 부산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뒤 서비스 지역을 전국으로 점차 넓히고 있다. 서울 광화문과 시청 앞 등은 와이브로 통신망이 가장 잘 돼 있다고 꼽히는 곳이다. 촛불집회 생중계에 나선 시민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서울 광화문을 비롯해 종로1가와 시청 앞에도 전파 수신 감도가 떨어져 접속이 안되거나 이동 중에 방송이 끊기는 곳이 많다.
시민들은, 케이티가 촛불집회 장소의 와이브로 품질을 일부터 떨어뜨리는 것 같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한 인터넷방송 업체 직원은 “촛불집회가 없는 날에는 전파 수신 감도를 나타내는 안테나가 5개까지 뜨는데, 집회가 있는 날에는 1~2개 밖에 안뜨는 경우가 많다”며 “기술적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케이티가 지난 달 하순 경찰의 촛불시위 진압작전 개시 시점에 고장 수리를 이유로 통신망을 죽인 것을 두고도 갖가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경찰의 진압작전 모습이 생중계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일부러 그 때 수리를 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케이티는 “우연히 일치했을 뿐”이라고 펄쩍 뛰고 있다. 하지만 시민들의 의구심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와이브로 같은 무선통신 서비스는 기지국과 단말기 사이에 건물이 가로막고 있거나 기지국 안테나 방향이 맞지 않으면 품질이 떨어진다. 하지만 이동 기지국을 설치하거나 기지국의 안테나 방향을 조절하는 방법으로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케이티도 이를 잘 알고 있다. 품질 개선에 필요한 장비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속앓이만 할 뿐, 촛불집회 장소에 와이브로 이동 기지국 차량을 갖다 놓는 등의 조처는 취하지 않고 있다.
“와이브로가 촛불집회 생중계에 이용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방송통신위원회의 눈치가 보여요. 이런 상황에서 누가 촛불집회 장소의 와이브로 품질을 높이라고 할 수 있겠어요.” 케이티 관계자의 말이다.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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