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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6.22 09:52 수정 : 2008.06.22 09:52

3년간 끌어온 외환은행[004940] 재매각 작업이 계속 표류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오는 24일 외환카드 주가조작 의혹사건 재판의 항소심 선고가 나오더라도 금융당국이 "법적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고 국민 여론도 감안해야 한다"는 점을 들어 영국계 HSBC은행의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금융지주 회장 시절에 HSBC은행의 외환은행 인수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박병원 청와대 경제수석이 외환은행 매각 문제에 대해 어떤 역할을 할지 관심을 끌고 있다.

◇ 외환은행 매각 표류 전망

2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외환은행 매각 문제의 조속한 처리 방안을 고심하던 금융당국의 입장에 변화가 나타나면서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2심 선고 이후에도 외환은행 매각 작업은 속도를 내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지난 20일 "외환카드 주가조작 관련 2심 판결이 어떻게 날지 모르고 외환은행 헐값 매각 재판은 아직 1심 판결도 나지 않았다"며 "이런 상황에서 당국이 분명한 신호를 주는 것은 적절치 않으며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5일에도 "법적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고 아무리 국익과 금융산업의 발전을 위한다 하더라도 국민적 정서를 감안해 충분히 공감을 얻겠다"고 말했다.

이는 전 위원장이 지난 4월 "법적인 불확실성이 해소돼야 하는 부담이 있지만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원만한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고 발언한 것에 비하면 한 발 물러선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산 쇠고기 사태로 여론이 들끓고 있는 상황에서 외환은행을 외국계 은행에 넘길 경우 국부 유출 논란이 일면서 `촛불 민심'을 더욱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당초 금융계에서는 법원이 외환카드 2심에서도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에 유죄를 선고할 경우 금융당국이 론스타의 외환은행 대주주 자격을 박탈하고 지분 매각 명령을 내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관측했다. 반대로 론스타가 무죄를 선고받을 경우 금융당국이 HSBC의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거론됐다.

◇ 론스타 분할 매각 나서나

외환카드 2심 이후에도 금융위가 승인을 계속 보류할 경우 HSBC은행과 론스타가 내달 초에 외환은행 매매 계약을 파기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HSBC은행은 최근 여러 차례 외환은행 인수 포기 가능성을 시사했다.

HSBC은행과 론스타가 외환은행 매매계약 시한을 7월 말까지로 정하고도 7월 1~7일 사이에 어느 한쪽이 계약을 파기할 수 있는 조건을 둔 것은 이달 말까지 금융위의 승인이 없을 경우를 대비했다는 것이다.

이 경우 론스타는 외환은행의 분기 배당이나 지분 분할 매각 등을 통해 투자금 회수에 나설 공산이 커 보인다. 외환은행 보유 지분을 10% 미만으로 쪼개 팔 경우 금융위의 승인을 받을 필요가 없다. 이는 다른 인수자를 찾아 가격 협상을 벌이는데 시간이 걸리고 인수자가 나타나더라도 법적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승인할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론스타는 HSBC은행과 계약을 파기한 후 정부를 상대로 매각 승인 지연에 따른 경영권 프리미엄 상실 등을 들어 국제소송을 제기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금융계에서는 HSBC은행의 외환은행 인수에 대해 우호적인 입장을 피력했던 박병원 경제수석이 어떤 행보를 할지 주목하고 있다. 박 수석은 우리금융 회장으로 일할 때 국내 금융회사들이 론스타의 투자기법을 배우고 HSBC은행 등으로부터 선진 금융기법을 배워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융계 관계자는 "이번주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항소심이 외환은행의 향방을 가르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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