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6.29 21:29
수정 : 2008.06.29 21:29
하반기 수출증가율 11%대 전망…내수도 부진
투자증가 지난해 절반 그칠듯…체감경기 악화
재계가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에 동시에 직면하는 스태크플레이션 우려를 공식화하면서 최근의 정부 비판 기조를 이어갔다. 그러나 친기업주의를 내건 이명박 정부의 집권 이후 기대됐던 기업들의 투자 확대는 지난해의 절반 수준에도 못미칠 것으로 예상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9일 전국경제인연합회와 함께 주최한 세미나에서 발표한 ‘2008년 경제전망과 정책과제’라는 보고서에서 올 하반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대로 추락하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대로 치솟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경연은 하반기 경제 성장률이 3.3%에 그쳐, 연간 전체로는 4.2%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의 성장률 목표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시절 7%에서, 정부 출범 직후 6% 안팎을 거쳐, 석달여 만에 4% 후반대로 후퇴했는데 이보다도 더욱 낮은 것이다. 하반기 전망치도 한국개발연구원과 삼성경제연구소, 엘지경제연구원의 3.8~4%보다 더 낮다. 하반기 소비자물가는 수입물가 상승의 영향으로 1998년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은 5.6% 상승률을 보이고, 연간 전체로는 4.9%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허찬국 한경연 선임연구위원은 “원화 환율이 올해 초 빠르게 평가절하(상승)해 국제유가 및 원자재 가격 상승이라는 외부의 물가충격을 오히려 증폭시켰다”며 “대외균형이 문제가 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환율이 가파르게 상승 움직임을 보인 것은 설명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경연은 성장의 3대축인 수출과 내수, 투자가 하반기에는 모두 부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민간소비 증가율은 상반기 3.4%, 하반기 3.0%로 연간 전체로 3.2%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올 상반기 20%를 넘는 높은 증가율로 한국경제의 버팀목 구실을 해온 수출도 하반기에는 미국 등 세계경제 둔화세가 뚜렷해지면서 11%로 떨어져, 간신히 두자릿수를 지킬 것으로 전망됐다. 설비투자 증가율은 연간 전체로는 3.4%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노무현 정부 말기인 지난해(7.4%)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것이다. 그나마 하반기 증가율이 5.5%로, 상반기의 1.1%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아질 것이라는 희망에 기댄 것이다.
이승철 전경련 전무는 “대외환경이 어려운데다 정부가 추진하는 규제완화와 감세정책도 아직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아 시행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설명이 부분적으로 타당한 측면이 있지만, 그동안 재계가 투자 부진의 원인을 반기업 정서로 돌리며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 기업들의 투자의욕이 고취돼 투자 확대가 당장 이뤄질 것처럼 말해왔던 것을 감안하면 설득력이 약하다. 실제 조석래 전경련 회장은 지난 4월 말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30대 그룹의 올해 투자규모가 23% 증가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한경연은 하반기 경제정책의 최우선점을 물가안정에 둬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규제개혁, 공기업 민영화, 노동시장 유연화 등 재계의 단골메뉴를 포함시켰지만, 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 확대와 일자리 창출 노력은 언급하지 않았다.
한편, 기업들의 체감경기가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막론하고 모두 급속히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경련이 국내 600대 기업(552개사 응답)을 대상로 7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83.2를 기록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제조업체 1395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7월 중소기업 업황전망건강도지수(SBHI)도 전달보다 9.3포인트 낮은 78.2를 기록했다. 이들 두 지수는 지난 2005년 1~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두 지수는 100보다 높으면 다음달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전망하는 업체가 그렇지 않을 것으로 보는 업체보다 많음을, 100보다 낮으면 그 반대를 뜻한다.
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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