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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권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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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4년 10월14일, 구글이 경쟁 업체 가운데 처음으로 데스크톱 검색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13명의 개발자가 1년 동안 매달린 끝에 내놓은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검색업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데스크톱 검색’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이었다.
데스크톱 검색은 말 그대로 이용자의 데스크톱PC 속 정보들을 검색해 알려주는 기술이다. 이는 새로운 기술이 아니다. PC 운영체제인 윈도우 속에도 이미 이 기능은 들어가 있다. ‘시작’ 버튼 아래에 있는 ‘검색’ 기능을 한번쯤 이용해 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기존 윈도우의 검색 기능은 번거롭고 불편하다. 특히 검색을 실행할 때마다 매번 PC 속 하드디스크를 처음부터 끝까지 뒤져야 하므로 속도가 매우 느린 것이 단점이다. 이용자가 받은 e메일의 첨부파일이나 인스턴트 메신저 대화 기록 등은 아예 검색하지도 못한다. 검색 결과도 단순 나열식으로 보여줄 뿐이다.
검색의 핵심은 신속·정확·편리성이다. 이는 데스크톱 검색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PC 속 하드디스크 안에서 이용자가 찾는 파일을 빠르고 정확히 집어내, 이를 보기 쉽게 정렬해 주는 것이 데스크톱 검색의 성패를 가름하는 것이다. 지금의 윈도우 ‘시작’ 버튼 아래 들어 있는 ‘찾기’ 기능이 이 욕구를 만족시키리라 생각하는 이용자는 거의 없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데스크톱 검색은 한 단계 진화된 검색 결과를 보여준다. 우선 PC 속 정보들을 데이터베이스(DB)화해 검색하므로 속도가 빠르다. 기존 텍스트 문서뿐 아니라 이미지나 동영상, e메일과 메신저 대화 기록도 검색할 수 있다. 설정을 변경하는 데 따라 이미지나 문서 등 원하는 파일형식만 골라 검색하는 것도 가능하다. 일부 프로그램의 경우 데스크톱뿐 아니라 자신의 블로그나 웹 커뮤니티, 웹 메일 속 정보까지 함께 검색할 수 있다. 무엇보다 데스크톱 내 각종 정보들을 웹 검색처럼 빠르고 편리하게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정수동 야후코리아 검색팀 차장은 “기존 윈도우 검색이 정렬이 안 된 책에서 단어를 찾는 것이라면, 데스크톱 검색은 몇 페이지에 어떤 내용이 들어 있다는 색인을 만들고 그 색인을 검색하는 것과 같다”고 차이를 설명한다. 중구난방으로 널려 있던 PC 속 정보들을 데스크톱 검색 기능이 보기 좋게 정렬해 주는 셈이다.
PC 속 e메일·메신저 대화 기록도 검색
데스크톱 검색이 새삼 검색업계의 화두로 떠오르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높아진 이용자의 눈높이다. 지금까지 주요 검색업체들의 싸움터는 인터넷 속 세상이었다. 사이버 공간에 떠도는 방대한 정보 가운데 이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찾아주느냐가 곧 기업의 경쟁력이었다. 개발자들은 보다 빠르고 정확한 웹 검색엔진 개발에 온 힘을 기울였고,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검색기술도 급속히 발달했다.
다른 한편에선 PC의 사양이 점차 높아지면서, 하드디스크 공간도 커지고 다루는 파일형식도 다양해졌다. 넓은 PC 속 하드디스크에서 원하는 문서나 동영상, 사진 등을 찾아내고 관리하는 일이 점차 중요해진 것이다. 그에 반해 PC 속 정보를 검색하는 기능은 여전히 걸음마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이용자들이 웹 검색 못지않게 개인 공간인 PC 속 정보 관리 기능을 업그레이드해 줄 것을 요구하기 시작하면서 관련 업체들이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대해 네이버 관계자는 “지금은 정보가 어디든 널려 있고, 웬만한 이용자라면 주요 정보를 이미 PC 속 하드디스크에 보관해 두고 있다”며 “예전에는 새 정보를 찾아주는 게 중요했다면, 지금은 그 정보를 얼마나 잘 관리하고 활용하게 해주느냐가 새로운 과제로 떠오른 것”이라고 데스크톱 검색의 출현 배경을 설명했다.
검색을 기반으로 하는 포털업체 입장에선 PC 속 정보들이 새로운 수익원으로 떠올랐다. 웹 검색은 업체 간 치열한 경쟁으로 어느 정도 성숙기에 이르렀다. 특히 최근 대형 포털업체들의 수익 가운데 절반 이상이 검색 관련 서비스에서 나올 정도로 검색 기능은 중요성이 더해 가고 있다. 이는 온라인 광고시장의 현황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지난해 국내 포털 사이트들의 최대 화두는 ‘키워드 검색광고’였다. 키워드 검색광고는 검색 결과를 보여줄 때 특정 업체를 앞쪽에 보여주거나 배너형태로 관련 업체의 광고를 함께 노출시키는 기법이다. 예컨대 ‘자동차’를 검색어로 입력하면 관련 사이트가 주루룩 뜨는데, 여기서 특정 자동차업체인 ‘ㅇㅇ자동차’의 사이트를 맨 위에 보여주거나, 해당 업체의 최신형 제품 광고를 함께 띄우는 방식이다.
키워드 검색광고 산정방식은 클릭한 만큼 비용을 지불하는 CPC(Cost Per Click)방식과, 앞 달의 노출 횟수를 1천회 기준으로 비용을 책정하는 CPM(Cost Per Mile)방식으로 나뉘어져 있다. CPM이 정액제라면, CPC는 종량제 방식인 셈이다. 현재 대부분의 포털 사이트는 CPC 방식을 채택하는 추세다. 따라서 검색 키워드를 얼마나 정확하고 빠르게 찾아내 주느냐가 포털업체에는 곧 돈으로 연결되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직까지 절대 강자가 없는 데스크톱 검색은 검색업체 입장에서 군침을 흘릴 만한 먹잇감인 것이다.
구글·야후 전쟁에 MS 가세
내로라하는 검색업체들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세계 제일의 검색업체 구글은 지난해 10월 경쟁사에 앞서 데스크톱 검색 프로그램 시험판(베타버전)을 내놓으며 시장 선점의 시동을 걸었다. 구글이 내놓은 ‘구글 데스크톱 서치’ 시험판은 MS워드나 엑셀, 파워포인트 등의 문서와 e메일, AOL메신저 내용은 물론 예전에 방문했던 웹페이지까지 검색해 준다. 웹사이트 desktop.google.com에서 내려받아 설치하면 툴바에 작은 아이콘이 생기고, 이를 클릭하면 데스크톱 검색창이 뜬다. 검색어를 입력하면 데스크톱과 웹 검색 결과가 각각 다른 창에 표시되는 식이다. 윈도우XP와 윈도우2000에서만 사용 가능하지만, 아직까지 한글이 지원되지 않는 것이 단점이다.
구글과 함께 웹 검색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야후도 본격적인 행보에 들어갔다. 야후는 올해 1월 안에 데스크톱 검색 프로그램의 시험판을 선보일 예정이다. 정수동 야후코리아 검색팀 차장은 “기본 기능 면에서는 경쟁사 제품들과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며 “데스크톱 내 자료뿐 아니라, 야후 사이트 내에 보관한 개인의 e메일이나 멀티미디어 데이터도 검색 가능한 것이 특징”이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주목되는 변수는 MS의 움직임이다. MS는 2006년께 출시될 차세대 윈도우 버전인 ‘롱혼’에 기존 검색 기능을 강화한 데스크톱 검색을 핵심 기능으로 넣겠다고 이미 공언한 바 있다. 그동안 도외시하던 검색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이다. 이에 앞서 MS는 그동안 사용해 온 야후의 검색엔진을 대체할 자체 검색기술을 지난해 7월과 11월에 잇따라 소개했으며, 지난해 12월에는 데스크톱 검색 기능을 추가한 ‘MSN 툴바 스위트’를 내놓으며 본격적인 경쟁에 들어갔다.
처음부터 구글을 겨냥한 제품답게, MSN 툴바 스위트는 여러 면에서 차별화되는 기능을 넣으려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우선 구글 서비스와 달리 웹브라우저 기반이 아닌 별도의 SW로 동작하는 것에서 차이를 보인다. 자사 제품인 아웃룩 e메일과 일정관리, 주소록 등도 검색 가능하며, 음악이나 사진파일 속에 저장된 제작자나 제작정보 같은 ‘메타태그’까지 검색 가능하도록 했다. 네트워크 드라이브 검색 기능을 더한 것도 눈에 띄는 점이다. beta.toolbar.msn.com에서 내려받아 설치하면 된다. 하지만 한글을 지원하지 않는 점은 여전히 약점으로 남아 있다. 국내 시장 출시는 오는 4월께로 예정돼 있다.
이 밖에 미국 라이코스의 검색서비스 핫봇 www.hotbot.com도 지난해 툴바형식의 데스크톱 검색 서비스를 내놓았으며, 애플컴퓨터는 매킨토시 차기 버전인 ‘타이거’에 자사 데스크톱 검색 기술 ‘스포트라이트’를 도입하겠다고 지난해 6월 밝혔다. 미국 벤처기업인 블링크스 www.blinkx.com도 지난해 7월 1세대 데스크톱 검색 SW인 ‘블링크스 1.0’을 내놓은 데 이어 지난해 11월에는 파일 자동분류 기능을 더한 ‘블링크스 2.0’을 내놓았다.
토종 업체들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국내에선 지식발전소에 ‘엠파스’ 검색엔진을 공급했던 코난테크놀로지 www.konantech.co.kr가 가장 먼저 데스크톱 검색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코난테크놀로지는 지난해 10월 말 국산 데스크톱 검색 프로그램을 처음 소개한 데 이어, 올해 1월 안에 시험판을 선보일 예정이다. 코난테크놀로지 관계자는 “해외 제품들과 달리 독자적인 형태소 분석 기술을 적용해 한글 검색 만족도가 높은 것이 특징”이라고 소개했다.
사생활 엿보기, 해킹 등 부작용 우려도
국내 검색시장을 이끌고 있는 NHN도 관련 프로그램 개발을 상당히 진척시킨 상태다. NHN은 우선 1월 안에 데스크톱 검색으로 넘어가기 위한 중간 단계의 SW를 내놓을 계획이다. NHN 관계자는 “웹 검색과 데스크톱 검색의 과도기 단계로, 웹브라우저를 띄우지 않고도 인터넷 속 정보들을 검색할 수 있는 웹 검색 탭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데스크톱 검색이 기술 면에서 어려운 것은 아니므로, 개발작업 자체가 오래 걸리지는 않는다”며 “개발을 진행하며 시장에 내놓는 시기를 저울질하는 중”이라고 대답했다. 다음커뮤니케이션도 이미 관련 제품 개발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데스크톱 검색이 기존 검색 영역을 웹에서 개인 PC까지 확대하는 것인 만큼,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문제는 결국 ‘보안’으로 모아진다. 누군가가 지금까지 웹 검색을 하듯 내 PC 속 개인 정보까지 몰래 검색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말이다.
관련 업체 가운데 가장 먼저 데스크톱 검색 프로그램을 내놓았던 구글도 보안상 결함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 상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최근 미국 라이스대학의 한 컴퓨터과학과 조교수와 전공 대학원생들이, 해커들이 구글의 데스크톱 검색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인터넷에서 PC에 있는 내용들을 사용자 몰래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을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구글의 데스크톱 검색 SW가 설치된 PC라면 누군가 주인 몰래 들어와 e메일이나 문서파일은 물론, 과거에 방문했던 인터넷 사이트나 메신저 대화내용까지 훔쳐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구글측은 “문제를 이미 발견했으며, 이를 보완한 새 검색 프로그램을 배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데스크톱 검색이 인터넷과 개인 PC를 넘나들며 정보를 수집하는 한, 비슷한 문제가 발생할 소지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이런 이유로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는 “구글의 데스크톱 검색툴을 기업 환경에서 사용하기에는 보안 및 개인 정보보호부분에서 몇 가지 문제가 있다”며 “현재로서는 언제 어떤 회사 내 데이터가 외부로 유출될지 알 수 없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여러 사람이 한 대의 PC를 함께 쓰는 경우도 골칫거리다. 구글의 데스크톱 검색 SW의 경우 여럿이 윈도우 사용자 계정을 나눠 쓰더라도 모든 사용자의 파일을 한꺼번에 검색해 보여주기 때문이다. 만약 집안 내 PC라면 아버지의 문서를 아들이 손쉽게 검색해 열람할 수도 있는 것이다.
데스크톱 검색이 P2P 방식으로 바뀔 경우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P2P는 인터넷 파일공유 프로그램이나 인스턴트 메신저를 쓸 때처럼 특정 서버를 거치지 않고 이용자끼리 직접 연결해 파일을 교환하거나 정보를 공유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이용자가 개인 보안 프로그램을 가동하지 않을 경우 외부 침입에 더욱 쉽게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데스크톱 검색 서비스를 준비 중인 업체의 한 관계자는 “P2P 방식을 지원하겠다고 공식 얘기한 업체는 아직 한 곳도 없지만, 다들 P2P 방식을 얘기하고 있고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고 업계의 분위기를 전했다.
MS ‘롱혼’에 탑재, 검색 환경 혁명 예고
이 밖에 이용자들이 방문한 적 있는 웹사이트를 검색하는 문제도 논란거리다. 이 역시 사생활 보호 측면에서다. 이용자가 어떤 웹사이트를 방문하면, 해당 웹사이트에 올라 있는 각종 그림이나 영상, 텍스트 문서 등은 PC의 인터넷 임시파일 폴더에 자동으로 저장된다. 이렇게 저장된 파일들은 지정한 폴더 용량이 차거나 저장기간이 끝날 때까지 PC에 보관된다. 이 경우 자신이 어떤 웹사이트를 방문했는지 데스크톱 검색을 통해 낯선 이에게 공개될 위험이 있다. 이미 사라진 웹사이트의 정보가 개인 PC의 임시 인터넷 폴더에 잠들어 있다가 정교하고 꼼꼼한 데스크톱 검색엔진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MS도 MSN 툴바 스위트를 선보이면서 개인 정보보호를 위해 이용자들이 방문한 웹사이트를 검색하지 않는 것을 기본 기능으로 설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아직까지 한글 지원이 미흡한 점도 국내 시장 진입을 늦추는 요인이다. 대표적인 2바이트 문자인 중국·일본·한국어, 이른바 ‘CJK’는 SW 개발시 가장 복잡한 언어로 꼽힌다. 더구나 속어나 오타, 잘못된 철자 등이 포함될 경우 검색 정확도는 더욱 떨어진다. 구글이나 MS, 야후 등이 한글 지원에 대해 정확한 일정을 밝히지 못하는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현재 선보이고 있는 데스크톱 검색 프로그램 속에는 검색 서비스업체들의 고민이 숨어 있다. 섣불리 뛰어들 수도, 팔짱만 끼고 구경할 수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데스크톱 검색이 MS의 차기 OS인 ‘롱혼’에 내장되면 파급효과는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MS가 OS에서의 우위를 기반으로 검색시장까지 넘본다면 ‘웹사이트 접속→검색’이라는 지금의 검색환경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이며, 데스크톱 검색환경 또한 MS의 사용자 인터페이스(UI)에 맞춰질 것이라고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이 때문에 주요 검색업체들은 MS의 롱혼이 출시될 2006년 이후의 환경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도, 새 수익원이 될 가능성이 높은 데스크톱 검색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지금 뛰어들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MS의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윈도우에 내장되면서 웹브라우저시장을 평정하기 전까지 넷스케이프나 모질라 등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경합했다”며 “지금 검색업체들이 잇따라 프로그램을 내놓은 것도 롱혼 출시 전까지 시장 선점을 위해 싸우는 꼴”이라고 빗댔다. OS 장악력을 바탕으로 한 MS의 파괴력을 간접적으로 설명해 주는 대목이다. 롱혼의 출시에 검색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이희욱 기자 asadal@econokmy21.co.kr
미래를 여는 한겨레 경제주간지 <이코노미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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