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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14 15:09 수정 : 2005.01.14 15:09



광명역·천안아산역, 접근성 떨어지고 주변여건 미비해 찬밥 신세 전락

고속철도 KTX가 개통 후 270일 만에 이용고객 2천만명을 돌파했다. 산술적으로만 따진다면 남한 인구의 절반이 KTX를 이용했다는 얘기다. 개통 초기 말도 많고 탈도 많던 KTX는 안정화 단계를 거쳐 이제 친근한 대중 교통수단으로 국민들에게 다가가고 있는 걸까. 당초 예상했던 수송량의 52%에 미치는 실적은 이런 물음에 의구심을 더해준다. 무엇보다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KTX 역사야말로 가장 커다란 골칫거리다. 수십억원에서 수천억원을 들여 건설한 역사들이 거대한 흉물로 변해가는 모습을 찾아보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당초 약속대로 광명역을 고속철도 시발역으로 만들어달라!” 지난해 12월24일, 광명, 안양, 군포, 시흥, 과천, 안산, 의왕시 등 7개 지역 시장과 국회의원 등으로 구성된 ‘고속철도 영등포역 정차 반대 범시민대책위’는 국회를 찾아 “고속철도의 영등포역 정차를 반대한다”며 “당초 계획대로 광명역을 시발역으로 환원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지역 주민 80만명의 서명이 담긴 두툼한 서류봉투까지 내놓으면서 세를 과시했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당초 광명역은 KTX의 시발역으로 만들어졌지만 연계 교통수단이 부족한 탓에 이용고객이 많지 않아 시발역으로서의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미 서울역, 용산역에 승객들을 빼앗긴 상태인데, 건교부 계획대로 광명역에서 8킬로미터 떨어진 영등포역에 KTX가 정차할 경우, 주변 시설을 포함해 4천억원을 들여 만든 광명역은 유명무실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광명역이 활성화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역까지 오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과 경기도 지역주민들이 광명역을 이용하려 할 경우, 접근성에 상당한 어려움을 안고 있다. 안양과 광명 두 지역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 광명역에 이르는 길은 무척이나 불편하다. 자동차나 버스를 이용할 경우 안양, 광명 두 지역을 반드시 경유해야 하는데, 도로 사정이 좋지 않은 탓에 시간을 제대로 맞추기가 여의치 않다. 게다가 광명역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교통수단을 갈아타야만 한다는 점도 골칫거리다. 이러다 보니 지하철을 이용해 한번에 도착할 수 있는 서울역이나 용산역으로 발길을 돌리는 승객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건 당연한 일.


광명역이 개통 초기에 비해서 승객들이 조금씩 늘고 있지만 이런 사정들로 인해 당초 목표 인원에 훨씬 밑도는 실적을 보이고 있다. 광명역은 당초 하루 이용객이 1만5천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지만, 개통 초기인 지난해 4월 4천명에 불과했던 이용객수는 9개월이 지난 현재도 9천명 수준에 머물러 있는 상태다. 이에 대해 송금식 광명역 역무팀장은 “광명역은 구조적으로 지하철과 연결돼 있지 않기 때문에 이용승객이 크게 늘 수 없다”며 “전철이 연결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역사 건설에만 1300억원이 투입된 광명역이 차츰 인적 없는 역사로 변해가는 것은 이런 요인에서 비롯됐다.

광명역, 10년 내 개선되기 힘들어

주변 여건이 썩 좋지 않다는 점도 광명역의 활용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광명역 주변은 말 그대로 허허벌판이다. 광명역 주변에 신도시 형태의 개발이 이뤄질 것이라고는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조차 잡히지 않은 상태다. 단지 안양, 시흥, 광명 방향의 국도만이 역사를 지나쳐 갈 뿐이다. 때문에 광명역엔 CJ푸드가 입찰을 통해 상업시설을 유치하고 있지만, 실적은 저조한 편이다. 피자판매점, 편의점, 커피숍 등 7개 시설이 고작이고 은행이나 관공서, 서비스센터 등의 입점은 꿈도 꾸지 못하는 상태다. 당초 약국, 우체국, 은행 등이 입점하기로 계약을 했음에도, 저조한 승객 이용률을 내세워 공사를 진행시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광명역과 천안아산역 상업시설 이용허가를 받아 운영 중인 CJ푸드의 표대석 팀장은 “당장 수익이 나지 않는 것은 사실이지만 장래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서도, 정작 상업시설에 대한 추가적인 투자는 망설이고 있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사정이 조금 달라질까? 적어도 5년에서 10년 사이엔 지금의 모습에서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김진묵 광명시 도시관리국 광명역세권 개발사업단장은 “광명역사를 잇는 경전철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실제로 시간이 많이 걸려 당분간은 힘들 듯하다”고 비관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특히 그는 “영등포역에 KTX가 정차한다면 부천, 인천, 강화, 김포 등지에서 오는 승객들이 광명역을 외면할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냈다.

이처럼 전철이 연결되지 않은 광명역의 어려움을 타개할 해결책으로 경전철 이야기가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2009년경이나 되어야 완공될 것으로 보인다. 최선규 광명시 교통행정과 과장은 “전철과 관련해서는 답을 줄 수 없다”며 “단지 철산역에서 소하택지개발지구를 통과하는 경전철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버스노선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도 없다. 운수업자들이 버스노선 확충을 망설이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 중심부에서 광명역으로 곧바로 연결되는 버스 노선을 만들려고 해도 안양, 광명 지역 운수업자들의 반대가 심해 어려움이 있다. KTX의 시발역으로 거창하게 출발한 광명역이 앞으로 당분간은 찬밥 신세를 면하기 힘들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 광명역


천안아산역, 신도시 개발로 개선 여지

한편, 천안아산역의 경우엔 접근성과 주변 지역 여건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광명역과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음에도,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풀어나가는 데서는 조금 처지가 나은 편이다. 천안아산역은 건설 당시부터 신도시 개발 계획과 맞물려 있었기에 역사 건설과 동시에 신도시 개발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역사 주변은 광명역과 별반 다르지 않아 허허벌판에 농가만 몇 채 있는 형국이지만, 당장 내년이면 아산시와 직접 연결되는 전철이 생기기 때문에 큰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도로 사정도 좋은 편이다. 현재는 임시도로를 사용하고 있지만 올해 안에 2차선 도로를 4차선으로 넓힌다는 계획이 잡혀 있다. 지금은 버스가 30분에서 1시간 간격으로 운행하기 때문에 주로 택시를 이용해야 하는 불편이 있지만, 전철이 연결되면 이 문제마저도 쉽게 해결할 수 있다. 김제균 천안아산역장은 “현재 신도시 계획이 잡혀 있기 때문에 KTX 고객은 충분히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실제로 천안아산역의 미래는 신도시 개발의 성공 여부와 맞물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산시가 계획 중인 신도시 면적은 대략 943만평. 이 가운데 1단계 공사가 마무리되는 2007년에는 당장 주변 역세권의 아파트 입주가 가능해진다. 2006년 말이면 전철 환승이 가능하기 때문에 아파트 입주와 더불어 고속철 역사에 대한 접근성 문제도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단계 마무리 공사가 끝나면 곧이어 823만평에 이르는 2단계 공사가 시작된다. 2단계 공사는 천안아산역 주변의 상업 지역 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다. 상업 지역이 개발될 경우 인구 유입이 기대된다는 점도 호재다. 특히 탕정지구가 인접해 있으므로 도로가 건설될 경우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탕정지구 내 2개 공단의 접근성은 더욱 높아진다. 이미 탕정지구에는 삼성전자 LCD공장과 반도체 공장이 들어서 있고, 투자가 확대되는 중이라 지속적으로 인구가 유입되고 있는 중이다. 구자군 아산시 신도시개발지원단장은 “천안아산역은 충청권의 발전과 중국 교역의 중심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아산시는 은행, 우체국 등의 시설을 천안아산역에 유치하지는 못하지만 주변 평택 지역 승객들의 편의를 위해 아산시 행정 서비스센터를 설치해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도심에서 30분 거리에 떨어져 있는 역을 이용함에 있어 불편함이 없도록 행정 서비스를 제공해 주변 지역 승객들을 끌어모으겠다는 계산이다.

물론 여기에도 문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신도시 규모가 예정대로 확대되기 위해서는 공공기관이나 대학이 들어서야 하는데, 선뜻 자신있는 답을 내놓기가 힘든 상태다. 행정수도 이전 움직임이 주춤거리는 지금, 공공기관 이전 여부에 따라 천안아산시 주변 역세권 개발은 영향을 받을 것이다.

▲ 천안아산역


민자로 건설된 서울·용산역은 이용객 붐벼

서울역과 용산역의 경우엔 사정이 조금 다르다. 반드시 KTX를 이용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역사를 찾는 고객들이 적잖다. 인접지 및 역사 내부에 큰 상업시설이 들어서 있고 동시에 접근성도 용이한 편이다.

서울역에는 현재 갤러리아백화점과 롯데마트가 입점해 있다. 역 내부에도 식음료점이 다수 입점해 있기 때문에 KTX를 직접 이용하지 않는 고객들도 역사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이들이 역사와 친숙해지다 보니 KTX를 이용해야 할 때 서울역을 자주 찾게 된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이는 용산역도 마찬가지다. 광명역과 천안아산역을 제외한 다른 역사가 기존 역사를 개보수해서 만든 데 비해 용산역은 기존 역사를 허물고 아예 새 역사를 지은 경우에 속한다. 용산역은 지하철과 연결되기 때문에 접근성이 용이한 데다, 상업시설이 속속 들어서고 있어 유동인구가 서울역 못지않다. 최근에는 용산 미국기지 이전과 맞물려 일대에 공원이 들어선다는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어 중장기적으로도 역사 활용도는 높아질 것이 분명하다. 모든 게 용산역의 미래를 밝게 해주는 요인들이다.

서울역과 용산역은 모두 민자로 지어진 역사인 탓에 처음부터 상업적인 용도의 활용 계획이 충분히 뒷받침됐다. 서울역은 한화그룹이, 용산역은 현대산업개발이 각각 철도공사와 지분을 나눠 갖고 30년 동안 상업시설을 활용할 수 있도록 계약이 되어 있다. 이처럼 대기업이 운영을 맡다 보니 고속철 역사 운영에서도 기업적인 마인드가 최대한 활용되고 있다.

현재 고속철도 역사는 모두 21개에 이른다. 이 가운데 순수하게 고속철도를 위해 지어진 곳은 광명역과 천안아산역 2군데에 불과하다. 투자 규모가 작은 다른 역들과는 달리, 광명역과 천안아산역은 이용률이 낮을 경우 커다란 문제에 맞닥뜨릴 수 있다. 이들 KTX 역사가 자칫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할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전국을 초고속으로 연결하는 KTX가 개통된 지도 어느새 1년이 가까워지고 있다. 높은 천장, 화려한 불빛, 시원한 통유리의 일부 고속철도 역사는 적자 투성이의 애물단지로 남을까, 아니면 도시의 심장부 역할을 하게 될까. 그 해답의 열쇠는 무엇보다 연계 교통망과 주변 상권의 시급한 개발이 쥐고 있다. 류현기 기자 hector@economy21.co.kr


KTX 관련 주요이슈에 대한 건교부 입장


1. 영등포역이 들어서면 광명역이 무용지물이 된다고 하는데.
광명역이 시발역으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고, 영등포역에 KTX가 정차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어 이를 고려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부터 광명역 주변 도시 지역주민과 국회의원들이 나서서 이를 반대해 우선 그 판단을 한국철도공사에 맡길 참이다. 한국철도공사는 연구용역을 줘 이를 분석하고 공청회를 거쳐 영등포역에 KTX가 정차할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아직까지는 이 밖에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또한 광명역사는 2028년을 내다보고 건설되었으므로, 당장은 규모가 큰 것에 비해 이용하는 사람이 적다고 할 수 있지만 앞으로 전철이 연결되면 양상이 달라질 것이다.

2. 용산미군기지가 평택으로 옮겨가면서 평택에도 KTX 역사가 생긴다는 말이 있는데.
평택은 주한미군기지가 이전하는 지역이고, 경기도 차원에서도 국제평화도시로 개발을 구상 중인 곳이다. 주한미군기지 이전이 확정되면 KTX 역사를 새로 건설한다는 계획은 잡혀 있지만, 규모와 위치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일단 경기도 평화도시 개발계획과 맞물려 사업이 진행될 것이다. 고속철도 정차와 관련해서도 모든 열차가 서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속도 문제는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3. 호남선은 기존 선로를 개량해 사용하기 때문에 속도가 떨어진다. 새롭게 선로를 놓아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호남선 문제는 현재로서는 구체적으로 이야기할 단계가 아니다. 단지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고 올해 어떤 식으로 건설할지 계획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미래를 여는 한겨레 경제주간지 <이코노미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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