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구입능력지수(K-HAI)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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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구입능력지수 소폭하락 그쳐…“소득감소 영향”
대출연체율 늘어나 금융기관 부실 우려 목소리도
사람들이 체감하는 주택 구입 부담이 여전히 크고, 대출 연체율도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이후 한국은행이 수차례 기준금리를 내리면서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하가 은행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지만, 가계 소득 감소 탓에 주택 구입에 따른 부담은 더 커진 것이다.
■ 금리 내려도 주택구입 부담 그대로 주택금융공사는 5일 지난해 12월 말 현재 전국 평균 주택구입능력지수(K-HAI)는 83.2로 지난해 9월 말(83.9)에 견줘 0.7포인트 하락하는데 그쳤다고 밝혔다. 주택구입능력지수(K-HAI)는 주택금융공사가 지난해 캐나다의 ‘HAI’(Housing Affordability Index) 개념을 적용해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개발한 지수로 수치가 높을수록 주택구입에 대한 부담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지수는 2007년 말 79.9에서 2008년 3월 77.7로 하락했다가 6월 83.7로 급등한 뒤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주택금융공사는 “대출 금리가 떨어졌고 주택 가격도 조정받았음에도 주택구입 부담이 여전한 것은 경기침체로 가계소득 역시 줄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서울(174.5)과 경기(112.5)는 100을 훨씬 웃돌아 주택구입 부담이 컸고 수도권 이외의 지역은 대체로 100을 밑돌아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서울(-2.6포인트), 경기(-1.9포인트), 인천(-0.4포인트)은 9월에 견줘 주택구입 부담이 다소 낮아졌고, 전남(1.6포인트)과 충남(1.1포인트)은 소폭 높아졌다.
■ 대출금리 인하에도 연체율은 상승 외환은행도 6일부터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내리기로 해, 신규 대출자와 만기 연장 대출자에 대한 금리 인하를 결정한 은행은 국민·신한(이상 1일부터 시행), 우리·하나·한국씨티은행(이상 6일부터 시행) 등 모두 6곳으로 늘어났다. 외환은행은 3개월 변동금리형 주택대출의 최저금리를 0.2%포인트 내려 6일부터 4.19~6.61%의 금리가 적용된다.
은행권의 금리 인하 영향으로 주택담보대출의 증가세도 확대될 전망이다. 국민·신한·우리·하나·외환·기업은행 등 6개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지난 3월 말 현재 184조2421억원으로 2월 말보다 1조2926억원(0.7%) 증가했다. 지난해 말에 견줘선 석 달간 4조7685억원(2.7%)이 늘었다.
주택담보대출 확대는 연체율 증가세와 맞물려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이날 내놓은 ‘주택금융 변화와 개선과제’보고서를 보면,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12월 0.47%에서 올해 2월 말 0.7%로 높아졌다. 2007년만 해도 월 100만원을 벌면 15만5천원이 주택대출 상환금으로 빠져나갔지만, 지난해에는 21만1천원 수준까지 높아진 것으로 보고서는 설명했다.
대한상의는 “변동금리 대출의 비중이 가계대출의 80% 이상이어서 금리변동에 따른 가계부담이 매우 커질 수 있는 상황”이라며 “경기회복기에 금리가 오르면 가계부실과 금융기관 부실이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수헌 황보연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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