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패밀리사이트

  • 한겨레21
  • 씨네21
  • 이코노미인사이트
회원가입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5.01.16 17:54 수정 : 2005.01.16 17:54

브릭스 4개국을 가다

④ 중국
1 멈추지 않는 세계의 공장
2 지속성장의 걸림돌
3 끝없는 ‘차이나드림’
4 현대판 신라방 ‘칭다오’

‘21세기의 신라방.’

중국 산둥성 칭다오시에는 한국에서 온 중소기업이 많게 잡으면 4천여개나 된다. 이곳에 거주하는 한국인은 대략 5만명. 조선족 동포까지 합치면 10만명이다. 심심찮게 한글 간판을 볼 수 있고, 공항에서는 한국말 안내방송도 나온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본격화된 한국 중소기업들의 칭다오 진출이 만든 풍경이다. 지난 10여년간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30배 성장한 칭다오시는 2008년 올림픽 수상경기를 유치했고, 직할시 승격을 추진할 정도로 발전했다.

한국 중소기업 4천여곳 수출가공기지 형성
10여년간 장밋빛 나날…최근 현상유지 긍긍
고급제품 생산 “중국 내수잡자” 재도약 다짐

기로에 선 중소기업인들=“여태까지는 성공적이었다고 하지만, 이제 중국에 왔다고 해서 성공을 보장하기 어렵습니다.” 한국 중소기업들의 칭다오 진출 역사를 지켜봐 온 최영철 칭다오한국상공인회 고문은 현지 중소기업들의 경영 여건을 이렇게 압축했다. 최 고문은 잘 되는 기업이 20%, 현상유지형이 50%, 안되는 곳이 30% 가량이라고 전했다. 그는 “내가 아는 신발업체는 중국 업체들과 경쟁이 안돼 베트남으로의 이전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지 중소업체들 중 노임이나 부지임대료가 싼 베트남이나 중국 내륙으로 옮기거나, 사업을 접고 한국으로 돌아온 중소기업인들이 점차 늘고 있다는 게 칭다오에서 만난 중소기업인들의 얘기다.


▲ 칭다오시 청양구의 한 거리. 중국 진출 초기부터 한국 업체들이 몰려든 청양구에는 1500여개의 한국 업체들이 밀집해 있다.
한국 중소기업들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하루가 다른 중국 기업들의 성장이다. 지퍼 제조업체인 와이비에스(YBS) 중국법인의 안정찬 대표(총경리)는 “중국 업체들이 한국 업체들이 차지하던 분야에서 점차 치고 올라오면서, 시장판세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며 “중국 기업들은 이곳의 한국 기업들에 비해 반밖에 안되는 값에 비슷한 수준의 물건을 내놓는다”고 말했다.

칭다오에 진출한 중소기업들이 주로 영위하는 섬유·신발·봉제·액세서리 등의 업종에서는 중국 업체들이 기술력이 처지지 않는 데다, 알게 모르게 유리한 점들을 가졌다는 것이다. 임금 등 싼 생산원가 때문에 대부분이 수출가공업체인 이 곳의 한국 중소기업들이 크게 재미를 볼 것이라는 생각도 할 수도 있지만, 결국 외국 바이어들을 사이에 두고 중국 업체들과 경쟁을 벌여야 하는 구도다.

최근 몇년새 칭다오에 부쩍 많아지고 있는 한국 또는 외국 대기업들의 진출, 각종 준조세적 성격의 부담 등도 이들의 걱정거리다. 세계 500대 기업 중 90여개가 산둥성에 투자하고 있는데, 이 중 상당수가 칭다오에 집중되고 있다.

1500여개의 한국 중소업체들이 밀집해 있는 칭다오시 청양구 한 중소업체 관계자는 “한국 대기업이 칭다오에 들어온다는 말에 이 곳 중소업체 사장들이 만나 걱정을 나눴다”며 “대기업이 들어오면 전체적으로 임금수준이 올라가고, 사람 구하기도 힘들어지지 않겠냐”고 말했다.

여기에 환경규제 강화, 전력난, 원자재값 상승, 대출시 담보능력 부족, 중앙정부의 개발구 정리사업 등도 한국 중소기업들을 고민하게 만드는 대목들이다.

다시 한번 도약을 꿈꾼다=칭다오는 수출업체 유치 정책에 따라 세금 감면 등을 내세워 한국 기업들을 무더기로 유치한 곳이다. 따라서 싼 임금에 기댄 한국 기업들이 수출가공기지를 형성했다. 그러나 점차 중국 내수시장을 겨냥하는 곳들이 늘고 있다.

‘스타’라는 상표로 운동용품을 만드는 신신체육용품은 1996년부터 내수에 힘을 쏟은 끝에 지난해 60억원어치를 중국 시장에서 팔았다. 원래 공을 전문으로 만들던 신신체육용품은 대리점의 상품 구색을 갖추기 위해 라켓이나 축구화 등도 생산하고 있다. 조문형 사장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수요가 늘 것으로 보고 중국 시장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상당수 업체들이 칭다오 진출 때 당국과 약속한 수출 전담 기간도 끝나가기 때문에 내수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게 가능해지고 있다. 가방 제조업체인 칭다오녹성피혁의 조준연 부사장은 “싼 임금에 기대 수출만 할 게 아니라, 2~3년 뒤에는 중국의 부자들을 상대로 고급 제품을 팔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국 유통시장도 개방이 확대되고 있어, 한국 업체들에는 기회가 점차 커지고 있다.

하지만 세계 유수의 브랜드들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중국에서 한국 중소업체 제품이 쉽게 안착하기 힘들다는 어두운 전망도 있다. 일본 중소기업들의 경우에는 ‘국가 브랜드 이미지’의 덕을 볼 수 있지만, 한국 중소업체는 그런 점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것이다.

생산원가를 줄이려고 중국에 온 중소업체들에게는 또다시 원가절감이 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중국 업체들과 경쟁하려면 원가를 낮추지 않고서는 견디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래서 칭다오의 한국 중소기업들은 지금 한 사람이라도 한국에서 온 파견인력을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원료 공급선도 한국에서 중국으로 돌리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 지난해 중국에 진출한 대·중소기업 385곳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한국으로부터 원자재 조달을 늘리겠다는 응답은 3.9%에 그친 반면, 현지 조달을 확대하겠다는 데는 49.6%에 달했다.

최영철 고문은 “지금 칭다오로 오는 중소기업들은 한국에서 안되니까 오는 경우가 많지만, 이제 싸니까 중국에 투자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할 때”라고 말했다.

칭다오/글·사진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경쟁력 꼼꼼히 점검 변하지 않으면 끝장”

김성수 코트라 칭다오무역과장

“살아남으려면 변해야 합니다.”

김성수 코트라 칭다오무역관장은 한국 중소기업들이 변화하고 노력하지 않으면 도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관장은 “최근 중국에서 못버티고 베트남으로 떠나는 업체도 봤다”며 “인력, 인건비, 제도 등 때문에 고민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관장은 최근의 문제로 인력 문제를 꼽았다. 그는 “한국과 일본 기업들이 들어오면서 직원들을 높은 임금을 줘서 빼내 가고, 여기에 대기업까지 가세해 인력난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최근 현지의 최저임금이 20~30% 오를 것 같다며 업체들이 긴장하고 있는데, 최저임금이 오르면 이에 근거해 각종 수당들도 오르기 때문이라고 김 관장은 전했다. 업체들에 부과되는 사회보장세도 인상될 예정이었는데, 시정부와 업체들과의 협의 끝에 당분간 유예하기로 했다고 한다.

일부에서 장밋빛 전망만을 가지고 중국 투자에 섣불리 나서는 것에 대해 김 관장은 신중할 것을 주문했다. 김 관장은 “생산원가를 계산할 때 모든 법과 규정을 다 지키면 얼마가 되는지, 그래도 경쟁력이 있는지 등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와는 달리, 환경이나 세금 문제에 대한 법과 규정이 상대적으로 엄격하게 적용되고 있는 추세를 지적한 것이다.

김 관장은 한국 중소기업들이 중국의 내수시장을 뚫는 것도 하나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하지만 “중국은 다국적기업들이 참여하는 완전경쟁시장이기 때문에 쉽지만은 않다”며 “중국 기업들이 더 따라오기 전에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칭다오/이본영 기자

광고

관련정보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