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사람 ‘질시’가 경제망쳤다고?

좌승희 한국경제연구원장. 손홍주 기자.

[분석]좌승희원장 ‘사촌 땅사면 배아파’ 논리는 타당한가

‘성매매가 좌파적 정책’이라는 주장을 펼친 전경련 소속 경제연구원장이 이번엔 한국경제의 문제로 “잘 나가는 사람과 기업에 대한 질시”를 지목했다.

좌승희 한국경제연구원장은 18일 여의도 전경련회관 경제인클럽에서 열린 제31회 한경연 포럼 `경제발전의 새로운 비전을 찾아서-한국 경제 재도약을 위한 정부와 정치 그리고 기업 및 국민의 역할'이라는 강연에서 “잘 나가는 사람과 기업을 질시하는 풍토가 한국경제 동맥경화의 원인”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자수성가의 모델인 노무현 대통령이 성공한 개인, 기업의 성과를 치하한다면 경제활력을 되살려줄 것이라며 대통령의 역할을 주문, 눈길을 모았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전경련 소속의 연구기관이다.

좌승희 원장이 말한 대로 “잘 나가는 기업과 사람들을 질시하는 풍토”가 우리 경제 침체의 원인일까?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논리를 동원해, 부자와 기업주들에 대한 반감을 설명하려는 좌 원장의 주장은 옳은가? 좌 원장의 발언과 관련된 여론조사를 통해서 그 주장의 타당성을 살펴본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균형 내세운 ’n분의 1’ 주의가 경제발전 훼손”

좌승희 한국경제연구원장은 “2003년과 지난해 한국경제가 수출호조에도 불구, 내수부진으로 경기 회복이 지연된 것은 돈버는 기업의 투자심리와 능력있는 소비자의 소비심리가 살아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잘 하고 능력 있는 기업 중심의 투자 장려, 고소득층의 소비심리 개선이 한국경제를 회생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진 자에 대한 질시 등 정부·정치권의 반시장적 정책, 전투적 노동운동, 고임금, 각종 기업규제, 반기업 정서, 반부자 정서 등이 소비 및 투자 여건 악화의 주요인”이라며 “그동안 균형이라는 이름 아래 한국 경제정책을 압도해온 ‘N분의 1’ 주의가 경제발전의 역동성을 훼손했다”고 강조했다.

좌 원장은 이어 “노 대통령은 스스로 열심히 노력해서 ‘무’에서 ‘유’를 만들어낸, 성공한 사람의 모델로 대통령에게 희망이 달려 있다”며 “가난하고 사정이 어려운 국민을 따뜻하게 감싸면서 스스로 일어서도록 독려하는 것이 중요하며 노 대통령이야말로 이 역할에 최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노 대통령이 노력해서 성공한 국민들의 성과를 치하하는 것이 경제적 활력을 되살리는 데 바람직하다”면서 “자칫 성공한 사람들과 기업이 청산대상이 되는 듯한 인상을 주면 국가발전의 역동성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지나친 국민보호약속은 도덕적 해이와 실패 부른다”

	▲ 좌승희 한국경제연구원장. 서정민 기자.

이어 “국가발전이 성공하는 사람들에 의해 이끌어지는 것은 역사적 진리”라며 “강자나 약자, 누구를 대할 때나 항상 스스로 돕고자 하는 사람을 먼저 격려하고 돕는 대통령이 돼야 모든 국민을 성공하는 국민으로 이끌 수 있다”고 말했다.

좌 원장은 “경제발전은 모든 사람들이 노력, 능력에 따른 사회공헌에 따라 사다리의 위아래에 위치한 가운데 끝없는 오르내리기 경쟁을 거쳐 사다리가 하늘로 ‘승천’하는 수직적 세계관에 기초한 것”이라며 “사다리를 눕히려는 수평적 세계관으로는 발전을 이룰 수 없고 사다리를 세우는 기업, 정부만이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정부도 스스로 돕는 자가 더 대접을 받는 경제사회제도의 정착과 사회분위기 형성, 수직적 세계관을 구현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그동안 한국경제의 성장잠재력 저하는 정치권과 정부가 결과적 평등에 치우친 평등주의 정책으로 앞서가는 경제주체를 상대적으로 역차별한 결과”라고 꼬집었다.

그는 “정부의 지나친 국민보호 약속은 도덕적 해이와 실패를 야기할 수 있다”며 “정치권도 시장원리보다 결과의 평등을 선호하는 여론에 더이상 휘둘리지 말고 모든 법과 제도를 스스로 돕는 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바꿔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대통령, 정부, 정치권, 기업, 국민이 앞장서 남의 탓보다는 내 탓을 하는 분위기, 스스로 돕는 자가 잘 나갈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국운상승의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좌원장 “한국경제, 평등주의라는 덫에 걸렸다” 일관된 주장

좌 원장은 그동안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국 경제가 평등주의라는 정치논리의 덫에 걸려 정체성을 잃고 있으며 평등지향 정치가 경제발전 장애물"이라고 밝혀왔으며, 지난해 9월 성매매방지특별법이 시행되자 이를 좌파적 정책이라고 비난해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최근 통과된 성매매 특별법 등 도덕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법들을 보면 인권과 개인의 자유를 제약하는 성향이 강하다. 자신이 믿는 도덕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남의 자유를 규제하려는 것은 좌파적 생각이라고 본다.” (2004년 10월13일 한국경제연구원 주최의 포럼에서)

전경련 여론조사, 교수 등 여론주도층의 부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 더 높아

그러나 좌 원장이 포럼에서 제기한 주장은 좌씨가 속한 전경련의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부인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한국갤럽은 지난해 12월 수도권 거주 성인 1085명을 대상으로 한 ‘기업과 기업인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6명 이상은 부자와 기업오너에 대해 호감을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일반인들보다는 여론 주도층에서 부자와 기업오너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더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러 경제 주체에 대한 일반국민의 비호감도는 ‘부자’가 67.4%로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기업주(62.2%), 대기업(42.6%), 중소기업(28.3%)의 순이었다.

특히 이 조사에서는 교수 등 여론 주도층에서 부자와 기업주에 대한 비호감도가 일반인보다 월등히 높았다. 교수등 여론주도층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는 부자(73.3%), 기업주(68.7%), 대기업(44.7%), 중소기업(20.7%) 순으로 나타나, 일반인에 비해 여론주도층이 부자와 기업주에 대해 더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반인들이 부자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하는 것보다 각 분야의 전문직 종사자들이 부자에 대해 더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즉 ‘없는자’가 ‘많이 가진 자’를 상대로 ‘근거 없는 시샘과 질투’를 하는 것이라기보다, 부자들과 기업주들의 부 축적 행태와 사회시스템에 대해서 비교적 잘 아는 여론주도층의 ‘사실인식’이라는 것을 말해주는 지표다. 때문에 전문가와 여론주도층의 부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잘나가는 사람들을 질시하는 평등주의”라고 비판하는 것은 자신들의 여론조사를 정반대로 해석하는 셈이다.

기업 비호감도 이유로 “족벌경영, 정경유착, 비윤리적 경영” 들었는데…

또 지난해말 대한상공회의소와 현대경제연구원이 실시한 기업호감도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기업에 대한 비호감의 이유로 다음과 같이 답변했다. 응답자들이 기업에 대해 호감이 가지않는 이유로 △분식회계 등 비윤리적 경영(26.0%) △경영권 세습 등 족벌 경영(17.2%) △정경유착(16.8%) △근로자 희생 강요(16.8%) △문어발식 확장(12.8%) 등을 들었다. 이 조사에서 기업의 호감도는 전해 연도의 조사에 비해 소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에 대한 반감의 이유로, 응답자들은 각종 정경유착과 족벌경영 등 비윤리적 행태를 지목하고 있는데, 재벌그룹 연합체 산하 경제연구원장은 “잘 나가는 사람과 기업을 질시하는 태도가 한국경제의 문제”라고 지목하는 것은 사실을 외면하고 “사촌이 땅을 사면 배아픈 것 아니냐”는 식의 ‘질시감’을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는 것이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